[데일리 Talk] 대형마트 영업규제는 反시장·反소비자 족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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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경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4-25 00:02:30

“대형마트가 대기업에서 운영하고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역차별을 받고 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의 의무휴업 조항을 두고 나오는 말이다.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2(대규모점포 등에 대한 영업시간의 제한 등) 제1항에는 “특별자치시장·시장·군수·구청장은 건전한 유통 질서 확립과 근로자의 건강권 및 대규모점포 등과 중·소유통업의 상생발전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대형마트(대규모점포에 개설된 점포로서 대형마트의 요건을 갖춘 점포를 포함한다)와 준대규모점포에 대하여 다음 각호의 영업시간 제한을 명하거나 의무 휴업일을 지정하여 의무휴업을 명할 수 있다”고 정의돼 있다.

연계 조항으로 동조 제2항은 특별자치시장·군수·구청장은 제1항제1호(영업시간 제한)에 따라 오전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의 범위 안에서 영업시간을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동조 제3항에 따르면 특별자치시장·시장·군수·구청장은 제1항제2호(의무휴업일 지정)에 따라 매월 이틀을 의무 휴업일로 지정해야 한다. 이 경우 의무휴업일은 공휴일 중에서 지정하되 이해당사자와의 협의를 거쳐 공휴일이 아닌 날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유통법이 시행되며 대형마트업계는 영업 제한을 받게 됐다. 비영업 시간대 및 월 2회의 의무휴업을 규제함으로써 대형마트의 독자 영업을 막고 중·소형마트로 소비자의 발길을 늘려 상생발전하게 하려는 목적을 갖는다.

유통법은 전통시장을 비롯한 소규모 지역 상권 보호라는 명분으로부터 출발했다.

유통법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활성화라는 취지 아래 2012년 제정됐으며 2013년 시행됐다. 유통법은 대형마트 영업시간 가운데 오전 12시(자정)부터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는 영업을 제한하고 해당 시간을 온라인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도록 했다. 또 매달 공휴일 가운데 2회 휴무를 강제하고 있다.

그러나 유통법 제정 이후 본래 취지와는 달리 대형마트가 휴무일을 적용해 운영했음에도 전통시장의 매출은 늘지 않았고 대형마트 강제 휴무로 소비자 불편만 가중됐다는 불만이 높아져 해당 법에 대한 실효성 문제가 제기됐다. 법을 통한 규제 강화가 지역 상권을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소비자 편익만 저해한다는 비판이 거세진 것이다.

더욱이 현행법에서는 대형마트가 자정부터 오전 10시 사이에는 어떠한 영업도 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데 이에 대해 법제처는 비영업 시간 내 배송을 위한 물건 반입·반출 행위도 영업에 해당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려 대형마트가 자체적으로 물류센터를 보유하지 않는 이상 서비스가 불가하도록 했다.

유통시장은 10년간 변혁을 겪었다. 유통법 규제가 시작될 무렵에는 전통시장과 중·소형마트 그리고 대형마트 간 양대 경쟁 체계를 띠었으나 코로나19 대유행 시기를 거치며 온라인 사업이 두드러지게 발전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3년 연간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유통시장 규모는 전체 매출 가운데 50.5%를 차지했다. 온라인 유통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며 현재는 오프라인 유통시장의 매출을 넘어서고 있다.

이 상황에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도 거대 자본을 투입하면서 한국에서 세력을 넓히고 있다. 그러나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날개를 단 중국 기업들이 국내시장을 점유할 경우 이를 제재할 방법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다.

이 가운데 시장에서 전통시장과 중·소마켓이 △위생 문제 △시설 개선 △전통적인 인테리어 △홍보 부족 △운영 미숙 △친절 서비스 부족 등과 같은 고질적인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해 자주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노력 대신 시장의 역할을 제한하거나 중앙정부가 나서서 통제하는 소극적인 행위에 기대고 있어 상생은커녕 발전 흐름에 역행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시장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경제 시스템 안에서 자유로운 경쟁이 필요하다. 현재 직면하고 있는 유통 체계에 대한 올바른 이해 없이 시장의 자율적 작동을 그저 억제하기만 한다면 시장은 정체되거나 퇴보할 수밖에 없다.

이유경 기자 leey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