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 해킹 조직에 ‘뻥 뚫린 대한민국 국가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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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방산업체 10여 곳 첨단 방산기술 탈취
라자루스·안다리엘·김수키가 암호화폐 해킹도
국제사회 협력해 대북 금융 제재 한층 강화를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4-25 00:02:02

북한의 해킹 조직이 우리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북한 해킹조직 라자루스·안다리엘·김수키가 첨단 국내 방산기술 탈취를 노리고 합동으로 공격한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고 밝혔다. 정보를 해킹당한 국내 방산업체 10여 곳은 경찰이 통보하기 전까지 이 같은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를 둘러싼 총성 없는 사이버 전쟁에서 방산업체들이 보안상의 취약점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목되는 바는 북한의 해킹 조직별로 공격 방식이 다양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라자루스는 2022년 11월부터 방산업체 A사의 외부망 서버를 해킹해 악성코드에 감염시킨 후 테스트 목적으로 열려 있는 망 연계 시스템의 포트를 통해 회사 내부망까지 장악하고, 중요 자료를 국외 클라우드 서버로 빼돌렸다. 라자루스로 추정되는 집단은 올 3월 국내 사법부 전산망에 침투해 주민등록초본과 과세증명서 등 민감한 자료를 빼간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라자루스는 북한 공작 총사령부인 정찰총국과 연계된 해커 조직이다.

안다리엘의 경우 2022년 10월쯤부터 방산 협력업체 B사 등을 원격으로 유지·보수하는 C사의 계정정보를 탈취해 B사 등의 서버에 악성코드를 설치한 후 방산기술 자료를 빼냈다. 일부 직원들이 상용 이메일 계정과 사내 업무시스템 계정에서 동일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사용하는 허점을 악용한 것이다. 김수키는 작년 4∼7월 방산 협력업체 D사의 이메일 서버에서 로그인 없이 외부에서 이메일로 송수신한 대용량 파일을 내려 받을 수 있는 취약점을 악용해 기술자료를 탈취했다.

정보당국과 방산업체 등은 우리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 해킹 조직의 성향을 정밀 분석해 방화벽을 촘촘히 치는 등 사이버 보안에 힘써야 하겠다. 북한이 지난해 말과 올해 초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 2곳의 업무용 서버를 잇달아 해킹해 제품 설계도면과 설비현장 사진 등을 탈취해 간 사실도 드러났다. 북한 해킹 조직은 악성코드 사용을 최소화하고, 서버에 설치된 정상프로그램을 활용해 공격하는 ‘LotL(Living off the Land)’ 기법을 주로 구사했다. 이 방식은 국가정보원 보안 도구로도 탐지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북한의 해킹 기술이 교묘해졌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국내 첨단무기 기술을 빼내 자신들 무기 성능을 개량했다는 충격적 소식이 전해진 게 최근이다. 북한의 전방위 해킹이 우려스럽다. 시스템을 마비시켜 사회 혼란을 야기하거나 첨단 기술과 돈을 빼가는 등 그 목적도 다양하다. 지난해 미 블록체인 회사 하모니에서 탈취한 1억 달러(약 1300억 원)의 암호화폐 가운데 2190만 달러를 러시아 불법화폐 거래소로 이체하기도 했다.

심지어 지난해 11월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프랑스 순방 직전 대통령실 행정관 이메일까지 해킹하기도 했다. 해킹으로 디지털 데이터를 한 번 탈취당하면 피해의 사후 회복은 어렵다. 북한은 해킹 등을 통해 한국의 경제 질서를 교란하고 사회 분열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우리 군 역시 사이버사령부를 통해 대응하고 있지만 국제법·국내법을 준수해야 하는 실정 때문에 ‘공격 기능’이 배제돼 있다.

당국은 국제사회와 사이버 보안 공조를 강화해 중국 등 해외 각국에 흩어져 있는 북한 해커 조직들을 정밀 추적해 대남 활동을 무력화시켜야 할 것이다. 북한이 해킹과 사이버 공격을 통해 우리 첨단 군사기술을 빼내 역이용하는 것도 심각하지만 해킹으로 빼간 수조 원의 자금이 김정은 체제 유지 및 핵·미사일 개발 예산으로 쓰이도록 놔둘 수는 없다. 유엔과 우방 등 국제사회와 협력해 대북 금융 제재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