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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학계의 대부이자 노태우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지낸 노재봉 전 서울대 교수가 23일 별세했다. 향년 88세.
노 전 총리는 혈액암으로 서울의 요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으나 이날 증세가 악화돼 서울 성모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밤 10시10분쯤 결국 세상과 하직했다.
노 전 총리는 서울대 교수 시절 정치사상과 국제정치이론에 정통한 학자로 이름났으며 노태우정부 비서실장과 22대 국무총리·14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그는 평소 주변 지인들에게 “지성인들이 체제 전복 위기에 놓인 대한민국을 지켜야 한다”고 말해왔다.
노 전 총리는 ‘미국의 민주주의’를 쓴 알렉시 토크빌 정치사상과 이론에 정통한 국제정치학계의 대부로 평가받는다.
청년학자 시절인 1970년대엔 이양희 전 국민의힘 윤리위원장의 아버지 이철승 신민당 대표최고위원(1976년 신민당 전당대회 각목 난동 사건을 사주해 논란을 일으켰으나 차지철의 비호를 받던 이철승은 그해 9월 치러진 신민당 전당대회에서 김영삼을 꺾고 대표최고위원에 선출)에게 ‘중도통합론’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했다.
또한 1987년 노태우 민정당 대표의 ‘6·29선언’ 작성 과정에 참여해 전두환정부로부터 ‘대통령 직선제’를 이끌어내는 데 기여한 인물이다.
1998년에는 “광주 사태는 김대중 씨의 외곽을 때리는 노련한 정치 기술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는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이면서 강경보수의 이미지도 갖게 됐다.
노태우정부의 북방정책 추진 등 이러한 배경으로 1998년 말 대통령비서실 외교 담당 특별보좌관으로 중용돼 활동했다.
1990년 3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는 대통령비서실장을 역임하며 내각제 개헌을 지지했고 12월27일 노태우정부 국무총리로 임명됐다.
취임 후 학생운동 및 노동운동 등 재야 민주화 세력에 대한 탄압이 격화되는 가운데 여론 악화의 책임을 지고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국가 공무원직에서 내려온 후에는 모든 정무 활동을 접고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로 봉직하며 후학들을 양성했고 은퇴 후에는 시민사회 활동가 등과 함께 ‘목요공부방’ 공부 모임을 만들어 꾸준히 대화와 토론을 지속해 왔다.
유족으로는 서울대 동기인 부인 지연월(88) 씨와 미국에 거주 중인 딸 모라(62)·아들 진(57) 씨가 있다. 장례는 고인 유지에 따라 가족장으로 치러지며 빈소는 25일 서울 성모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27일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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