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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장기화에 따라 방역당국은 지역사회에 퍼져있는 감염자를 찾아내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숨은 확진자를 찾고 지역 단위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의사·약사 권고에 따라 코로나 검사를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이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현장의 약사들은 정책의 순기능에 대해서 공감은 하지만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제도가 시행됐음에도 지침이 따로 없을 뿐 아니라 감기와 같은 가벼운 증세에도 코로나 검사를 받게 될까봐 약국 방문마저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구멍 뚫린 정부 코로나 방역…비판 거세지자 의사·약사에 ‘책임전가’ 논란
서울시는 방역당국의 지침에 따라 지난 15일부터 5월 5일까지 ‘코로나 유증상자 진단검사 이행 행정명령’을 고시했다. 발열이나 기침, 가래, 인후통 등 코로나 증상으로 의료기관·약국을 방문한 사람 가운데 의·약사로부터 진단검사 권고를 받은 사람은 48시간 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만약 의·약사의 진단검사 권고에 따라 검사를 받지 않고 코로나에 확진될 경우 2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치료비나 생계비 등 지원 자격에서 배제되고 구상권도 청구된다.
방역당국은 의·약사가 쉽게 검사를 권고하거나 의뢰할 수 있도록 간소화된 검사의뢰서, 처방전 및 안내문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자발적인 검사 분위기 조성을 위해 지자체와 지역의사회·약사회의 협력을 요청하는 한편 유행이 심한 지역은 행정명령을 실시키로 했다.
행정명령은 서울 뿐 아니라 경기와 인천, 강원, 전남 등 전국에서 동시에 이뤄졌다. 특히 강원도의 경우는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점에서 진통·해열제나 감기약을 구매한 사람에 대해서도 같은 내용의 행정명령을 고시하기도 했다.
그런데 방역당국의 이러한 조치를 두고 일선 의·약사들의 반발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에 대한 평가지표조차 마련되지 않아 실효성을 입증하기 어려운데다 자칫 의·의약사의 생계 타격을 유발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코로나 검사 권고로 인해 확진자를 찾아낸 실적은 아직까지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역당국은 현재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역학조사를 거쳐 병원이나 약국 방문 여부를 인지하는 식으로 검사권고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지역사회 거점에서 검사를 권고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집계되지 않는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의·약사가 검사를 권고하는 건수가 집계되는 것은 아니고 확진자가 발생하면 역학조사를 통해 검사 권고를 받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며 “지자체별로 관리하는 만큼 중앙부처에서 집계할 수 없고 설령 지자체라고 하더라도 집계는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
현장에선 바쁜 현업에 더해 검사를 권고하고 있음에도 행정의 실효성을 가늠할 수 있는 통계자료조차 집계하고 있지 않는 데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통계는 작성하지 않으면서 확진자가 ‘권고를 받았는지, 받았음에도 검사를 받지 않았는지’ 등에만 집중해 구상권 청구, 과태료 부과 등 처벌 위주의 정책만 펼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집단감염의 책임을 의·약사에게 전가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병원·약국마다 다른 사정, 겁주기 행정은 결국 병원·약국 기피로 이어져”
현장에서 의·약사 검사 권고로 확진자를 찾아내는 방식에 대해서도 실효성 논란이 뒤따르고 있다. 지역 거점에서 병원과 약국이 솔선수범해 지역사회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이 있지만 약국마다 사정이 다르고 코로나 검사를 하게 될까봐 감기와 같은 가벼운 질환을 앓고도 환자가 방문을 꺼릴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단 의·약사 검사 권고 행정명령과 관련해 이행하지 않아도 불이익은 없다. 일반약을 구매하기 위한 소비자가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고 권고문 수령을 거부하는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무리하게 요구할 필요가 없다. 말 그대로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참여하지 않아도 불이익은 없는 것이다.
의무가 아닌 만큼 현업과 병행해 권고하다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의·약사들에 대한 처벌은 없지만 추후 병원·약국을 들렸는 지 여부를 확인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자율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일선 현장의 반응이다.
일산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한 약사는 “지역사회 확진자를 찾아낸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약국마다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며 “자율적인 사항이라고는 하지만 방역을 위한 일인데 눈 감는 약사는 욕은 욕대로 먹을 것이고 반대로 약국이 바쁘면 어쩔 수 없이 확진의심자 선별에 소홀해질텐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효겸(31세)씨는 “만성적인 목아픔 증상으로 약을 타러 약국에 자주 가야하는데 괜히 코로나 검사를 받게 될까 우려돼 가지 않게 됐다”며 “48시간 내에 검사를 받지 않으면 불이익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검사받을 시간을 회사에 할애하는 것이 꽤 눈치보이는 일이다”고 밝혔다.
직장인 서은진(29세)씨는 “결국 검사도 국민 세금으로 하는 것인데 간단한 감기 증세에도 검사 권고를 받으면 결국 검사비용이 낭비될 것 아닌가”며 “또 약국을 찾는 소비자들은 약국방문을 기피하거나 대리구매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약사회 역시 취지는 공감하지만 행정적 어려움이 크다는 입장이다. 약국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환자나 소비자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순환되는 약국의 경우 꼼꼼하게 권고 근거를 판단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기록을 남겨야하는 만큼 권고를 받는 소비자를 설득하는 일도 간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약사회 관계자는 “의무사항이 아니다보니 별도 지침은 없고 지난해 12월부터 이야기가 꾸준히 나왔던 내용이라 숙지하고는 있다”며 “지자체별로 사업내용이 다르고 강제사항이 아니다보니 지침은 없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처벌위주의 행정을 비판하고 있다. 서울시내과의사회는 국민의 기본권과 의료인의 진료권을 침해하는 처벌 위주의 행정이라며 중단을 촉구했다. 코로나 감염자는 주로 상기도감염 증상이 있으나 장염 증상으로 내원하는 경우도 있고 무증상감염자도 있는데 단순 감기와 같은 증상으로 내원한 환자들에 검사를 권고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내과의사회 관계자는 “대다수 국민이 2년째 일상생활을 송두리 째 빼앗기고 생계유지가 쉽지 않은 상황인데 권유받은 검사를 받지 않고 확진자가 됐다는 이유만으로 벌금이나 구상권 청구 등 법적 처벌을 받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받는 것이라 할 수 있다”며 “정부는 의료계와의 협조를 통한 합리적인 방역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실효성에 대해 꼬집었다. 의협 관계자는 “의약분업 당시 합의 내용을 보면 약사가 증상을 보고 문진하는 것은 분업 취지와 전혀 맞지 않고 법적 분쟁 소지가 있다”며 “실제로 가능할지도 의문이고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검사를 권유받은 사람이 검사를 거부할 때 처벌하는 것 자체는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 이는 약사 뿐 아니라 의사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문제다”고 덧붙였다.
[이한솔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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