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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국민생명 위협하는 환경오염(中-수질오염)
“생명수 고갈·오염 아프리카 후진국 비극 더 이상 남 일 아니다”
대구·인천·부산 등에서 수돗물 오염사례 등장
악취·해충·어지러움 등 수질오염 후폭풍 심각
오염수로 인한 생태계 파괴, 최종피해는 사람
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9-06 00:05:00
▲ 최근 수질오염으로 인한 국민피해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사진은 악취로 인한 민원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인천 계양구 서부간선수로. ⓒ스카이데일리
 
[특별취재팀=조성우 차장|허경진·양준규기자]
환경문제가 전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사람을 비롯해 지구상 모든 생명체가 생명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물과 관련된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수질오염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다. 인근 주민들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입는 가하면 몇몇 동·식물은 아예 사망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수질오염 문제를 방치할 경우 지금보다 더욱 큰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국민 일상에 스며든 수질오염… “물까지 걱정하는 날이 올 줄이야”
 
물은 지구상 모든 생명체가 필요로 하는 물질이다. 사람 신체의 70%는 물로 구성돼 있다. 깨끗한 물이 없다면 사람은 생명을 연명하기 어렵다. 세계 곳곳에선 식수로 이용할 물이 없어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속출한다.
 
세계보건기구와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가운데 22억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깨끗한 식수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가운데 약 7억8500만명은 도보로 30분 거리 내에 접근할 수 있는 깨끗한 식수원이 없으며 1억4400만명은 정수 처리가 되지 않은 지표수를 그대로 마시는 실정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맑고 깨끗한 수자원을 보유해 ‘수질 선진국’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질 정화 작용을 하는 화강암이 전국 곳곳에 분포된 덕분이다. 유럽 대부분의 나라가 석회암이 많은 지질적 요인으로 인해 아무 물이나 함부로 마실 수 없는 것과 대비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수질 선진국’의 명성이 흔들리고 있다. 수질오염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2018년 대구시의 수돗물에선 발암 물질과 환경 호르몬이 검출돼 논란이 일었다. 이듬해 인천에선 붉은 수돗물이 나와 지역민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인천에선 지난해에도 수돗물에서 깔따구 유충이 발견돼 국민적 관심이 쏠린 바 있다. 올해 2월엔 부산의 수돗물에서 발암물질인 과불화옥탄산이 검출되기도 했다. 부산시는 기준치 이하라고 설명했으나 지역민들 사이에선 수질개선 요구가 빗발쳤다.
 
인천에 거주하고 있는 정선웅 씨(31·남)는 “붉은 수돗물 사태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그 원인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일상용수에서 발암물질까지 나왔다는 것이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이제 식수를 걱정해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인가 하는 불안감이 엄습했다”고 덧붙였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이호연] ⓒ스카이데일리
 
수질오염은 신체에 직접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악취·해충 등 간접적인 피해도 일으킨다. 일례로 경기도 수원 매산천 일대에선 10년 전부터 여름철이 되면 수질오염에 따른 악취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원래는 팔달산에서 물이 흘러내려오지만 수원역으로 인해 물길이 막히면서 물이 제대로 흐르지 못한 탓이다. 고인 물이 썩어 악취가 발생하고 있다는 게 인근 주민들의 주장이다.
 
악취에 오랫동안 노출될 경우 일반적으로 위장 활동이 억제되고 소화액의 분비가 줄어 식욕 감퇴, 수분섭취 등의 저하로 이어진다. 심한 경우 구토가 발생하기도 하며 불면증과 정신불안 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매산천 일대는 여전히 오염된 물에서 발생한 악취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산천 인근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하천에서 나는 악취 때문에 여름만 되면 머리가 아프다. 또 해충들까지 발생해 해충제거약을 일주일에 한 통 이상은 사용하는 것 같다”며 “10년째 악취가 발생하고 있는데 아무도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나 뉴스를 통해서 수질오염이 심각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내가 직접 피해를 입을 줄 몰랐다”며 “수질오염이 남의 나라 일인줄 알았는데 내 일이 됐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수원에 거주하고 있는 이동현 씨(28·남)는 “매산천 일대는 수원에서 빈촌에 해당하는 곳이다. 그래서 수질오염에 대한 피해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며 “뉴스에서만 보던 수질오염으로 인한 피해를 주민들이 직접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천 계양구 서부간선수로에서도 수질오염으로 인한 악취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서부간선수로는 김포에서 인천 계양구를 지나 부평구 삼산동으로 이어진다. 서부간선수로는 2003년 부평 삼산 택지 개발사업 이후 굴포천에 연결돼 순환하던 수로가 단절됐다. 이후 배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녹조 현상과 함께 악취·해충이 발생해 인근 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인근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악취도 악취지만 여름에 모기떼가 들끓는다”며 “모기떼가 들어오니까 창문을 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용범 인천시의회 의원은 6월 제271회 시의회 정례회에서 “서부간선수로 주변은 아파트 밀집 지역으로 인근 주민들은 창문을 열지 않아도 계속 악취에 시달린다”며 “주변 계양고·계수중·신대초 학생들도 등·하교 시 악취를 경험한다”고 말했다.
 
생태계까지 파괴로 이어지는 수질오염… “국민적 노력, 정부 관심 동시에 이뤄져야” 
 
▲ 인천 남동유수지에서 조류 약 170마리가 폐사했다. 사진은 남동유수지에서 발견된 흰뺨검둥오리 사체. [사진제공=저어새와친구들]
 
수질오염의 가장 심각한 피해는 생태계 파괴다. 최근 한국에서도 관련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수질오염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 문제가 대두된 지역은 인천 승기천 하구 남동유수지다.남동유수지는 천연기념물 205호로 지정된 저어새의 서식지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남동유수지와 인근 갯벌에서 새들이 집단 폐사했다. 지난달 남동유수지 일대에서 폐사한 조류의 수는 약 170마리다. 조류 집단 폐사의 원인으로 보툴리즘이 지목됐다. 보툴리즘(보툴리눔 독소증)은 보툴리눔 세균이 내뿜는 독소에 중독되는 것을 말한다. 여름철 토양의 산소농도가 낮아지고 기온이 상승하면 증식해 독소를 내뿜는데, 보툴리즘에 중독된 새는 신경계가 손상돼 결국 사망에 이른다.
 
보툴리즘에 의해 조류가 집단 폐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보툴리즘에 의해 폐사한 사체 수거가 늦어지면서 오염된 폐사체에서 나온 구더기를 먹은 조류 700여마리가 사망하기도 했다.
 
남동유수지 수질오염의 원인으로 남동국가산업단지(남동산단)가 지목되고 있다. 지역 정가에 따르면 인천시는 올해 7월부터 2개월간 특별점검반을 꾸려 남동산단 내 도장·도급업 등 고농도 대기 및 수질오염물질 배출 업체 138곳을 점검했다. 점검 결과 제조업체 29곳이 인체에 치명적인 유해 폐수 등을 하천이나 유수지 등 공공수역으로 무단 배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해당 지역은 방제 기능을 하기 때문에 항상 물이 차 있을 수가 없는데 온도가 올라가면 보툴리눔 균이 나와서 저어새가 죽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며 “죽은 저어새의 시체를 또 다른 생물들이 먹으면서 오염이 퍼지고 이로 인해 생태계 전체가 파괴된다. 생태계의 끝엔 사람이 자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질오염으로 인해 생태계가 파괴되면 최종 피해자는 사람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정수 환경안전건강연구소 소장은 “하천이 오염될 경우 물속에 사는 식물·원생생물·세균계 생물을 거쳐 조류·어류 등이 중독돼 최종적으로 사람이 섭취하게 될 수 있다”며 “이번에 문제가 된 보툴리눔 균은 뇌신경 마비, 시야 흐림, 구근 약화, 대칭성 마비, 오심, 구토, 설사 후 변비 등의 증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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