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제보복 조치 등으로 피해를 입은 우리 기업들의 상처가 수년째 아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4억명의 인구수를 기반으로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은 우리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였다. 2010년대 들어 현대차, 롯데, 아모레퍼시픽 등 주요 기업들은 중국 현지에 본격 진출하기 시작했고 일부 성과를 내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2017년 사드(THAAD·고고도지역방어체계) 도입에 따른 중국의 경제적 보복으로 우리 기업은 현지 철수를 결정하게 됐다. 롯데의 경우 철수 과정에서 현지 매장 등을 전부 처분해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수천억원 단위 손실이 발생했다. 재계 등은 롯데가 중국 철수 당시 감수했던 손실을 아직 만회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계 전문가들은 외국 기업에 우호적이지 않은 중국의 시장구조가 우리 기업의 피해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중국 휘두른 ‘사드보복’ 칼날에 생긴 롯데그룹 상처, 5년째 아물지 않아
재계 등은 중국 경제보복 최대 피해자로 롯데그룹을 지목한다. 2017년 중국 정부는 롯데그룹 사업 전반에 대대적 단속을 실시했다. 중국 진출 롯데계열사 전 사업장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했는가 하면 소방 점검 등을 이유로 현지 롯데마트 영업을 중단시켰다. 심지어 매장이 전기를 많이 쓴다는 이유로 영업정지를 시키기도 했다. 당시 중국 내 롯데마트 112곳 중 87곳의 영업이 중단됐으며 나머지 매장도 사실상 휴업상태였다.
롯데그룹에 대한 중국 정부의 조치는 ‘사드 보복’의 일환으로 해석됐다. 당시 중국 정계·재계는 우리나라가 사드를 배치했다는 이유로 국내 기업 등을 겨냥한 경제 보복 조치를 내렸던 바 있다. 유독 롯데그룹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던 건 당시 롯데가 경북 성주군 롯데스카이힐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중국 정부 뿐 아니라 중국 소비자들도 사드 배치 이후 대대적인 ‘롯데그룹 불매운동’에 나섰다. 현지 롯데마트 등에 대한 출입 거부에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에서 백화점, 마트 등 유통사업을 담당하는 롯데쇼핑의 2017년 연결기준 매출액은 18조1798억원으로 2016년(24조1143억원)과 비교해 크게 하락했다. 당기순이익의 경우 2016년 2418억원에서 2017년 839억원 당기순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결국 롯데그룹은 중국 시장 철수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매출이 크게 줄어든 반면 인건비 등 고정비용은 지속 발생했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은 현지 롯데마트 점포 등을 매각하면서 중국 시장에서 발을 뺐다. 단 매장을 처분하는 과정에서도 대규모 비용이 발생해 롯데 쇼핑은 2018년 4649억원, 2019년 8164억원 등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게 됐다.
이후 롯데쇼핑은 점포 폐점과 구조 조정 등을 통해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베트남 등 신남방 지역에 진출하며 중국 시장에서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힘쓰기도 했다. 단 아직까지도 롯데그룹은 중국의 경제보복 피해를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롯데쇼핑 매출액은 15조5812억원으로 중국의 경제보복이 있기 전인 2016년 이전 매출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이 밖에도 롯데그룹은 중국 랴오닝성 선양 내 ‘롯데타운’ 사업에서 비롯된 피해도 감수해야 했다. 당초 롯데타운은 실내테마파크, 쇼핑몰, 호텔, 오피스텔 등을 갖춘 초대형 복합시설로 조성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공사가 중단됐다. 2019년 공사 재개가 허용됐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사업은 또 한 번 멈춰 서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롯데가 해당 사업을 포기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현지 유통사업과 마찬가지로 선양 롯데타운 개발은 롯데그룹에 막대한 출혈만 남긴 채 무산될 수 있다는 얘기다.
현대차·아모레퍼시픽도 中 경제보복에 상처…“비정상적 중국 시장이 원인”
현대자동차도 중국의 경제 보복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현대자동차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중국 시장에서 연간 100만대 이상을 판매하며 중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는 듯 보였다. 그러나 사드 보복을 겪으며 현대자동차의 판매량은 2016년 114만대에서 2017년 78만대로 떨어졌다. 현지 브랜드들과의 경쟁에서도 밀려나며 지난해에는 47만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한때 10% 이상이었던 현대자동차의 시장 점유율은 1.7%까지 떨어졌다.
기아자동차도 사드 보복의 피해를 크게 받았다. 2016년 중국에서 65만대를 판매했던 기아자동차는 2017년 37만대로 판매량이 크게 떨어졌다. 2019년에는 28만4335대를 팔아 판매량이 20만대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15만대 수준까지 하락했다.
이후 현대차그룹은 ix35, KX3 등 중국 시장을 겨냥한 제품들을 연달아 출시했다. 여기에 중국 사업 조직을 현지로 전진 배치하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18년 베이징 모터쇼에 직접 참여하는 등 공을 들였지만 판매량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도 사드보복이 본격화 된 이후 큰 타격을 입었다. 원래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시장에서 적잖은 성과를 냈던 기업이었다.
일례로 아모레퍼시픽 브랜드인 이니스프리는 2012년 중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매년 점포를 100개씩 확대하는 등 성공을 거뒀다. 그러다 2017년 한국 상품에 이미지 악화로 상당한 피해를 감수해야 됐다. 현지 브랜드 성장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엔 코로나19 사태로 영업환경이 악화되며 이니스프리의 중국 사업 침체는 장기화된 모양새다.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과 함께 이니스프리 실적도 악화됐다. 2016년 7678억원이었던 이니스프리 매출은 2020년 3485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역시 2016년 각각 1964억원, 1485억원에서 2020년엔 69억원, 102억원으로 크게 하락했다.
또 600개를 넘어서던 중국 내 이니스프리 매장은 지난해 말 280여개로 줄었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중국 내 280여개 이니스프리 매장을 140여개로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특이한 시장구조가 우리 기업에 대한 경제보복을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중국 시장 자체가 정상적인 시장 경제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기 쉽다”며 “해외 기업에 대한 텃세가 있는 등 기본적으로 우호적이지 않은 시장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