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의 정당들은 늘 비상대책위 상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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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당의 불안정, 정당 강령과 실천의 차이에서 비롯
민주의 탈을 쓴 전체주의는 국민의 자유와 천부인권 부정

최재기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9-22 09:07:25

“새 정부 출범 80여일 만에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을 추진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6월 지방선거 패배 직후 일찌감치 비대위 체제를 꾸렸다. 원내 1·2·3당이 정상적인 지도부 없이 모두 비대위로 당을 운영하는 초유의 사태다.”(한국경제신문, 2022.8.4.)

한국의 정당들은 예정된 주기적 선거만 치러도 늘 비상대책위 상태에 빠진다. 이에 대하여 김형준 정치평론가는 “정당이 허약하니 갈라지려 하고, 그 안에서 당직을 나눠 먹고 권력 투쟁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인물 중심의 정치, 투쟁 중심의 정치로 ‘정책 정당’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라고 분석한다. 그럴싸한 말로 포장했지만 한국 정당이 불안정할 수밖에 없는 가장 중요한 원인을 애써 외면한 진단이다.

대한민국의 정당들이 불안정한 근본적 이유는 각 정당들 겉으로 내세우는 강령이나 주장과, 그 정당 구성원들의 내심의 요구와 실천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에서 광복된 이후 우리 민족은 식민 종주국 일본군의 무장해제를 위해 점령군으로 들어온 소련과 미국 간의 협상에 의한 건국이 불가능해지자, 유엔의 권고와 선거 감독에 따라 1948년 한반도 민족사 최초로 민주공화국을 건국하였다. 유엔의 승인을 받은 대한민국은 한반도 내 유일한 합법정부로 탄생하였다.

‘인민공화국’이 아닌 민주공화국의 건국을 인정할 수 없었던 북한 중국 소련 등 공산당 전체주의 동맹 세력은 대한민국을 없애려고 6·25 침략전쟁을 벌였다. 전쟁은 종전 조약으로 마무리된 게 아니라 정전협정으로 중단되었다. 그래서 전쟁을 일으킨 책임자와 전범들을 제대로 청산할 수 없었던 것이다.

정전협정 이후 지난 70여년 동안 대한민국은 어떻게 하면 공산당 전체주의 세력의 침략을 막아내고 정상한 민주공화국을 완성하느냐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정치적 과제였다. 북한 지역에 자리 잡은 공산당 세력은 민주공화국을 무너뜨리기 위해 집요한 공작을 펼쳤다. 이들은 대한민국 지역 내에 미처 청산하지 못한 남로당 잔존세력인 토착 빨갱이들과 80년대 대학가를 중심으로 형성된 주사파 등 반(反) 공화주의 세력을 동원하여 대한민국에서 정상적인 공화주의 정치세력이 자리잡지 못하도록 갖은 공작을 펼쳤다.

반(反) 공화주의 세력이 민주공화국 법제도의 틀 내에서 정치를 하려 하니, 겉으로 내세우는 강령이나 주장과 내심의 요구와 정치적 실천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이들이 즐겨 내세우는 정치적 구호는 자유와 공화주의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민족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민주주의는 ‘국민이 주인’인 민주(民主)가 아니다. 이들의 민주주의는 존 스튜어트 밀이 규탄했던 ‘다수의 전제’(tyranny of the majority)이다. 부정선거 등 조작을 해서라도 다수파를 만들기만 하면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국민들 삶의 모든 영역을 지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민주의 탈을 쓴 전체주의로서, 중국공산당은 자신들의 정체(政體)를 신(新)민주주의라고 칭한다. 국민의 자유와 천부인권(天賦人權)을 한사코 부정한다.

반(反) 공화주의 세력들이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대한민국이 헌정주의, 법의 지배, 권력분립 원리 등 공화주의 가치가 작동하여 번영하는 나라가 되지 못하도록 방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대한민국에서 정상적인 공화주의 정치세력의 등장을 막아야 했다. 자신들의 상대 우파정당은 기회주의자들의 정당이 되어야 했다.

반(反) 공화주의 세력들은 우파정당이 공화주의 정당으로 발전하지 못하도록 교묘히 공작하였다. 흔히 ‘민주화’라 부르는 대통령 직선제 재도입 이후 등장한 우파정권 핵심부와 우파정당 지도부에 주사파나 친중파들이 섞여 들어갔던 이유이다. 이회창 대표 때 측근 H 의원과 이명박 정권의 측근 L의원 등은 우파정권을 허무는 도우미 역할을 했다고 본다.

그들은 공천에 개입하여 우파정당을 공화주의자들이 아닌 기회주의자들의 정당으로 변질시켰다. ‘국민의힘’ 전신인 ‘국민통합당’ K 비대위원장은 2020년 4·15 총선에서 한사코 부정선거가 없었다고 강변하여 조직적 부정선거를 규명하지 못하도록 했다.

한국의 공화주의는 미국의 공화주의를 습득하여 나라를 세운 이승만과 중산층을 육성한 박정희라는 탁월한 지도자 덕분에 자리 잡았다. 국민은 사실상 공짜로 얻은 자유와 인권을 누리기만 했지 공화주의 가치는 스스로 싸워서 지켜야 한다는 자각이 충분하지 못했다.

국민은 선거 때 겉으로 내세우는 말에 현혹되어 특정 정당에 투표하는 것으로 자신의 책무가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정당들이 제대로 공천하고 활동하여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대표하도록 강제할 책무가 있다.

사회계약의 원리에 따라 국민의 뜻을 대표하지 않는 정당에게 주권을 위임해서는 안 된다. 공화주의의 가치는 국민의 노력만큼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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