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학자금 지원받은 한전 직원, 958억 원 반환” 날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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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직원 퇴사후 퇴직금중 학자금 지원액 공제… 퇴사직원, 소송 패소
정일영 의원 “환수 이전에 상환의무 고지·제도정비 먼저 했어야” 지적

김기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11-27 11:55:07

2015년 4월 ‘직원 복지 차원에서 회사가 대신 갚아주는 사내 융자는 직원들이 직접 갚을 필요가 없다’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낸 한국전력공사(한전) 전직 직원들이 최근 대법원 판결에서 최종 패소하면서 지급된 자녀 대학 등록금(학자금) 958억 원을 퇴직 후에도 반납하게 됨에 따라 논란이 일고 있다.

2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전이 자녀 학자금 대부(융자)를 시작한 1999년부터 현재까지 누적 대출액은 408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상환이 이뤄진 3122억원을 제외하면 한전 직원들이 갚아야 할 금액은 958억 원에 달한다.

앞서 한전은 직원들의 자녀 학자금을 무상 지원하던 중에 1998년 감사원의 무상 지원을 멈추라는 지적을 받아 1999년부터 무이자로 자녀 학자금을 빌려주는 식으로 전환했다. 사내근로복지기금이라는 이름으로 학자금 상환액을 대신 지급하는 식의 사실상 무상 지원을 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이 학자금 지원 방식에 대해 또 다시 지적하면서 2010년부터는 무이자 대출은 유지하되, 사내근로복지기금이 자녀 성적에 따라 장학금을 지급해 학자금을 상환하는 방식으로 수정했다.

다만 한전은 학자금을 전액 상환하기 전에 퇴직해 사내복지기금 지원이 중단된 직원들에 한해 직접 남은 대출금을 상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퇴직금에서 남은 학자금 상환액을 공제했다. 이에 2014년부터 2015년 사이 퇴직한 직원 27명이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직원들은 “학자금 대출과 관련해 회사 측과 맺은 형식 상의 ‘대부 계약’일 뿐, 사실상 학자금을 전액 무상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퇴직금에서 공제된 금액을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1심과 2심에선 직원들이 승소했지만, 이달 14일 대법원은 한전이 지급한 학자금은 사내 복지가 아닌 상환 의무가 있는 ‘대여금’으로 판단해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이는 직원들이 한전에 대출금 전액을 상환할 의무가 있다고 본 것으로, 복지기금의 지원이 예정돼 있다는 사정만으로 한전과 직원 사이에 학자금 대부금에 관한 상환을 면제한다는 약정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상환 의무가 생긴 958억 원 중 소송으로 상환이 미뤄진 채무는 136억 원, 소송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소송결과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추가로 미뤄진 채무는 302억 원이다. 나머지 520억 원은 소송과는 관계없이 대부가 이뤄졌으나 아직 상환 시기가 남아있는 ‘상환예정액’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가운데 한전은 상환액이 남아있는 퇴직자를 대상으로 매년 수차례 독촉장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정 의원이 요구한 ‘최근 5년간 연도별 상환촉구 현황’에 따르면 한전은 2018년과 2019년에는 전년도 퇴직자 400~500명에게, 2020년과 지난해에는 전체 퇴직자 2000여명을 대상으로 서너 차례씩 상환통보 문서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정 의원은 “회사가 자녀 등록금을 전액 지원해주는 줄로만 알았던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결과일 것”이라며 “갑작스런 환수조치가 있기 전에 내부 규정 재정비 등에 나섰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김기찬 기자 gc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