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 파워와 백범의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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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View]-전 세계 한류 열풍

소프트 파워와 백범의 소원

한원석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2-10 00:02:40

‘소프트 파워’는 조지프 나이(Josep Nye) 하버드대 석좌 교수가 처음으로 만들어 사용한 용어다. 경제력이나 군사력 등 일종의 강제력을 의미하는 ‘하드파워’와 대비되는 말로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상대도 원하도록 자발적인 행동을 이끌어 내는 능력을 말한다.

문화·이데올로기·국제체제 창설 등의 능력 무형자원을 ‘소프트 파워’로 정의한 나이 교수는 아무리 경제적으로 발달하고 군사적으로 최강의 국가라고 하더라도 소프트 파워가 떨어지는 나라는 국제질서에서 자신만의 역할을 수행하기가 힘들다고 주장했다.

소프트 파워는 그 나라의 국가 호감도와 직결되는데 이런 면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소프트 파워는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호감도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중국의 경우 코로나19 사태의 발원지라는 세계적인 비난과 함께 그동안 신 실크로드 전략 구상인 ‘일대일로’ 정책 추진과정에서 대상국에 과도한 부채를 짊어지게 하는 등의 불공정 계약과 경제주권 침해 등 중화사상에 기반한 패권적 행보로 원성을 사고 있다.

이러한 것은 수치로도 나타난다. 지난해 미국 여론조사 업체 ‘퓨리서치’가 19개국 국민 2만4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러시아에 호감을 느낀다고 응답하는 세계인은 10%에 불과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에 대한 호감도도 역대 최저치로 떨어져 응답자의 68%가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고, 응답자 절반 이상이 ‘중국이 싫다’고 답변한 나라가 16개국이나 됐다.

이와 반대로 소프트 파워에서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급상승한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분석한 한국의 국가 이미지 순위는 2020년 13위에서 지난해 5위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의 ‘2021 국가이미지’ 조사에서는 외국인 10명 중 8명은 한국에 대한 국가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베트남·터키·필리핀·태국 등 7개국에서는 10명 중 9명 이상이 한국을 긍정적으로 봤다.

이러한 긍정적인 이미지는 한국 상품에 대한 신뢰도 상승뿐만 아니라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욕구로 이어지고 있다. 세계 최대의 숙박 공유 서비스인 에어비앤비가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이용자 검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서울은 태국 방콕·호주 시드니·스페인 말라가에 이어 전 세계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검색한 여행지 4위에 올랐다.

지난해 한국관광공사가 분석한 한국 여행에 대한 소셜 추천지수는 15.9로 일본 여행추천(1.9)의 8배를 넘었다. 싱가포르에서 자국민을 대상으로 입국 후 격리 조치를 면제하는 ‘트래블 버블’ 협정을 어느 나라와 맺고 싶은지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2위 일본(17.7%)과 3위 대만(16.9%)을 합친 것보다 많은(40.7%) 지지를 받기도 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국가 이미지 순위의 하위권에 속했던 한국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된 가장 큰 요인은 K팝과 영화·드라마다.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의 콘서트는 세계 곳곳에서 매진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 기생충은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로 비영어 영화로 작품상을 수상했다.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전 세계 넷플릭스서 6주 동안 1위를 차지했고, 주인공을 맡은 배우 이정재는 영화 스타워즈 후속작에 캐스팅되기도 했다.

성공한 대중문화는 다시 ‘소프트 파워’를 키우는 선순환 구조를 보인다. 글로벌 컨설팅 기관인 브랜드 파이낸스에 따르면 한국의 소프트파워는 아시아 3위·세계 12위를 기록했다. 이러한 대중문화의 영향으로 생긴 한국에 대한 호감은 해외에 나가는 한국인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이러한 경험담은 우리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백범 김구 선생은 백범일지에서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세계적으로 부는 지금의 한류 열풍을 백범이 살아서 봤다면 얼마나 감격했을지 궁금해진다.

한원석 wsha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