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수장은 금융사 ‘스스로’ 왜 못 정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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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View] - 금융 CEO 선임 눈치보기 언제까지

임진영 금융팀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2-15 00:02:40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낙점되면서 뒷말이 무성하다. 당초 연임이 유력시되던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이 연임 의사를 철회한 것은 어찌보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복수 은행 간 합병 작업을 통해 탄생했고 경영상 부침으로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을 통해 역사를 이어 온 우리은행이 다시 민영화로 가는 길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손 전 회장은 우리은행 전신인 한일은행에 입행해 내부 인사 출신으로서 우리은행장을 거쳐 지주 회장까지 역임했다. 우리은행의 가장 큰 숙원이던 민영화 작업을 완수하고 지주사 재설립까지 이뤄내는 등 우리은행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은 공이 작지 않다.

다만 공(功)이 큰 만큼 손 전 회장의 과(過)도 만만치 않다.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책경고를 받았고, 법원에서 무죄를 받아 냈으나 그 과정에서 입은 상처가 크다.

법적 판결과는 별개로, 금융당국이 DLF·라임펀드 사태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막대한 피해를 입은 만큼 CEO로서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고 판단해 3~5년간 금융사 취업이 제한되는 문책경고를 내린 것은 결국 손 전 회장의 연임을 사실상 가로막은 것이나 다름 없다.

최고경영자로서 DLF·라임펀드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뜻에서 연임을 포기하고 용퇴를 택한 손 전 회장의 행보도 귀감이 될 만하다.

문제는 후임 선정이다. 어쨌든 DLF·라임펀드 사태라는 대형 금융사고가 났고, 수장이 책임지는 모양새는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사기업이지만 공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은행과 금융지주사를 감독하는 금융위와 금감원 등이 일정 정도의 견제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차기 회장을 선임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이번에 우리금융 차기 회장을 선임한 사외이사 7명은 우리은행장을 역임한 내부 출신 인사들을 모두 제쳐 두고 경력 상에서 우리은행이나 우리금융에 적(籍)을 둔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차기 회장으로 내정했다.

사외이사진이 라임펀드 사태 등과 관련해 금융당국과 불편한 관계를 지속해 온 손 전 회장의 후임자로 우리은행장 등을 역임한 내부 인사를 제치고, 결국 금융당국 출신인 임 전 위원장을 낙점하기까지 정부와 금융당국은 우리금융을 지속해서 압박했다.

우리금융 차기 회장 선임 기간 동안 윤석열 대통령은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니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접적으로 우리금융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손 전 회장과 우리금융 차기 회장 선임에 있어 윤심(尹心)의 의도를 가늠해 보지 않을 수 없는 발언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감원장은 아예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라고 대놓고 지적하면서 손 전 회장이 스스로 ‘결자해지’ 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손 회장이 결국 물러났고, 곧바로 사외이사진이 ‘손 전 회장과 같은’ 내부 출신 후보자가 아닌 외부 출신이자 당국 인사로 분류되는 임 전 위원장을 차기 우리금융 회장으로 선임했다.

이런 일련의 상황을 볼 때 정말로 사외이사들이 ‘정부 눈치보기’를 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