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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우리나라 무역수지에 빨간불이 켜졌다. 에너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반도체 산업이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편중된 구조가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전문가들은 문화산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 몇 년간 BTS와 오징어게임 등으로 대표되는 K-컬쳐는 전 세계를 매혹하며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는 금주 이슈포커스 주제를 ‘한국 미래먹거리 문화 산업’으로 선정하고 문화산업의 현주소와 문제점, 해결책과 앞으로의 전망 등을 2편으로 나누어 살펴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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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영화산업은 여전히 불확실성에 놓여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시장이 급성장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비싼 관람료가 소비자들이 영화관 방문을 고민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끝났나’… 지난해 영화관 운영사 실적 회복 조짐
국내 영화산업은 그동안의 부진을 딛고 다시 재도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2년 12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국내 극장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1602억 원, 관객 수는 1억1280만 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영화관 매출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보다 39.4% 줄어든 수준이었지만 △2020년 대비 127.3% △2021년 대비 98.5% 증가했다. 같은 기간 관객 수 역시 2019년 대비 50.2% 줄었지만 △2020년 대비 89.5% △2021년 대비 86.4% 더 늘어났다.
지난해 한국영화는 6310억 원의 매출로 2019년의 65.0% 수준을, 외국영화는 5292억 원으로 56.1%까지 회복했다. 한국과 외국영화를 합친 개봉 편수는 총 1773편으로 2019년(1740편) 수준을 나타냈다.
국내 영화관을 운영하는 기업들의 실적도 지난해 회복세를 보였다.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CJ CGV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4% 증가한 1조2813억 원, 당기순손실은 2145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768억 원을 기록하며 2021년 대비 적자 폭을 1646억 원이나 줄였다.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컬처웍스의 실적도 개선됐다. 컬처웍스는 전년보다 111.8% 증가한 4970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10억 원으로 흑자전환했다.
CJ CGV 측은 “전 세계적으로 팬데믹에서 회복되는 기조에 따라 매출이 늘면서 영업손실도 개선되는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더딘 회복세라는 지적이 나온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해 영화산업에 대해 “기대는 컸으나 결과는 충분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전 세계 극장 매출액은 251억6900만 달러로 2019년 대비 60.3%를 나타냈지만 한국은 54.7%(8억9800만 달러)에 그쳤다.
손진아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정책연구팀장은 ‘2022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이전의 정상 수준이었던 2019년의 극장 총 매출이 1조9140억 원, 총 관객 수가 2억2668만 명이었던 것이 비교하면 60.6%, 49.8% 정도밖에 회복하지 못했다”며 “저마다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겠지만 누구도 충분히 예년 수준으로 돌아왔다고 단언할 수 없는 수치”라고 평가했다.
영화산업 매출 중 극장 매출 68.8%… ‘관객 발걸음 잡아라’
영화산업이 회복되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는 ‘OTT 플랫폼의 성장’이 지목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영화산업 전체 매출 중 극장 매출이 68.8%를 차지했는데 바꿔 말하면 영화산업이 회복되기 위해서는 관객들이 극장에 많이 오도록 해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국내 영화산업에서 코로나19를 거치며 확대된 OTT 플랫폼의 비중이 극장의 비중을 앞서고 있는 상태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한국 영화·영상산업 시장 비중은 2019년에 △극장 66.3% △OTT 22% △DVD·블루레이 등 11.7%였다. 하지만 코로나19 첫 해인 2020년 △극장 31.3% △OTT 60.3% △DVD·블루레이 등 8.4%로 극장 비중은 대폭 줄어든 반면 OTT는 절반을 넘어섰다. 다만 지난해의 경우 거리두기 완화로 극장 비중이 41.9%까지 확대되며 OTT와의 격차를 좁혔다.
OTT 이용자 규모도 이미 충분히 커진 상황이다. 국내 점유율 1위인 넷플릭스의 사용자 수는 무려 1200만 명을 넘어섰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주요 OTT 국내 사용자 수는 △넷플릭스 1214만 명 △웨이브 432만 명 △티빙 429만 명 △쿠팡플레이 380만 명 △시즌 169만 명 △디즈니플러스 168만 명 △왓챠 94만 명으로 조사됐다. 이 중 시즌은 지난해 티빙과 합병함에 따라 지난해 12월31일 서비스를 종료했다.
여기에 인상된 영화 관람요금도 영화산업계의 고민을 더한다. 물가 상승분 등을 고려해 관람요금을 인상했지만 소비자들이 이에 부담을 느끼게 됐다는 이야기다. 15일 기준 롯데시네마·CGV·메가박스 등 주요 영화관은 주말 2D 기준 1만5000원의 관람료를 받는다.
이와 같은 이유로 실제 국민 1인당 관람횟수도 코로나 이전 시기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1인당 관람횟수는 2019년 국민 1인당 4.4회로 세계 1위 수준이었지만 2021년 1.2회로 곤두박질 친 후 2022년에는 1인당 2.2회로 소폭 회복된 것으로 확인됐다.
손진아 팀장은 “극장엔 관객이 줄었지만 사람들이 볼 것이 없어 심심했다는 말은 없다”며 “방송시간에 맞춰 지상파 텔레비전을 보는 사람은 없고 코로나19 기간 유튜브·넷플릭스를 통한 콘텐츠 소비는 생활화됐으며 틱톡과 인스타 쇼츠는 짧은 시간 사람들의 재미를 채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전보다 높은 관람요금을 내고 봐야 하는 극장을 찾아야 할 이유는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며 “큰 스크린, 좋은 사운드, 안전하고 깔끔한 환경에서 나와 편한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한 작품, 한 작품의 가치로서 앞으로 영화를 오롯이 극장에 내놓고 심판받아야 하는 시간이 다가왔다”고 강조했다.
정인숙 가천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도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던 영화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 기간 동안 급성장한 OTT와 그로 인해 형성된 새로운 미디어 이용 습관으로 시장이 회복될 수 있을 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반 시민들의 반응 역시 별반 다르지 않은 모양새다. 서울 중랑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소현(가명·33·여)씨는 “예전에는 영화관에 자주 갔었지만 요즘엔 그렇지 않다”며 “굳이 영화관에서 꼭 영화를 보지 않더라도 넷플릭스 동시개봉 등 볼거리가 넘쳐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인 최민영(가명·29·남)씨도 “꼭 보고 싶은 것이 아니면 (가격이 부담돼) 영화 관람료를 아껴서 OTT 이용료 한 달치를 끊는 게 나은 것 같다”고 전했다.
중요한 건 영화의 ‘경쟁력’… ‘꼭 보고 싶으면 온다’
영화산업계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공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결국 영화산업의 회복은 결국 영화의 ‘경쟁력’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면서 관객들이 ‘꼭 보고 싶어하는’, ‘가치 있는’ 영화를 내놔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영화시장에 대한 제도적 지원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국내 영화의 경우 ‘범죄도시2’가 매출액 1313억 원, 관객 수 1269만 명을 기록하며 관객들을 극장으로 모으는 데 성공했다. ‘한산: 용의 출현’ 역시 매출액 737억 원, 관객 수 726만 명을 기록했다. 외국 영화의 경우 지난해 12월 개봉한 ‘아바타: 물의 길’이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누적 매출액 1361억 원, 누적 관객 수 1067만 명을 돌파했다.
손 팀장은 “세계 영화·영상산업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 OTT 시장의 파급력은 결국 경쟁력 있는 콘텐츠에서 비롯된다”며 “이미 많은 영화산업 종사자가 OTT로 넘어가 OTT 오리지널 콘텐츠 생산을 위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높아진 관람요금과 까다로워진 소비자의 눈높이라는 진입장벽을 뚫고 영화산업을 견인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콘텐츠, 그리고 그를 위한 시의성 있는 지원정책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볼거리 및 흥행거리가 부족해 OTT가 극장을 대체한다는 것은 ‘오해’라는 의견도 있었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한 근거로 지난해 ‘아바타: 물의길’ 개봉 당시 IMAX 및 4DX 등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의 특별관이 인기가 오히려 상승한 점 등을 들었다.
김 연구원은 “볼거리 및 흥행작이 부족해서 홀드 백(극장 종영 후 OTT 등으로 넘어가는 기간) 기간이 짧아지다 보니 OTT가 극장을 대체하고 있다는 오해가 발생했다”며 “2015~2019년 기준 한국영화는 평균 제작비 110억 원 대비 383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으며 외국영화는 평균 제작비 2200억 원 대비 1조3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영화 투자/배급사가 극장을 외면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며 “연간 20조 원의 컨텐츠 투자를 집행하는 넷플릭스도 극장을 건너뛰고 개봉작을 편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 영화의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한 동력 마련으로 한국영화발전기금의 재구조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영화발전기금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관람료의 3%를 떼어 소형·단편영화 제작, 전용상용관 지원 등에 사용된다. 영화관 매출 감소로 기금이 줄어들면서 한국 영화의 경쟁력 악화가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인숙 교수는 “글로벌 시장 진출의 토대가 마련된 K콘텐츠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며 시기를 놓쳐서는 안된다”라며 “K콘텐츠 지원 중심의 영화콘텐츠가 있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기금 개편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 교수는 “(가칭)한국 동영상 콘텐츠 기금 또는 (가칭)한국 영화·드라마 콘텐츠 기금을 조성할 수 있도록 기금 제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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