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종택칼럼] 민족이 하나 됐던 104년 전 그날, 3월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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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2-27 00:02:40

다시 순국선열의 달 3월을 맞는다. 조국 광복을 위해 헌신·희생한 순국선열의 고귀한 삶을 되새기는 달이다. 불꽃보다 뜨겁고 강철보다 센 선열들의 독립 의지, 그 한 단면을 보자.

“우리는 한국 독립군 조국을 찾는 용사로다/ 나가! 나가! / … / 등잔 밑에 우는 형제가 있다/ 원수한테 밟힌 꽃포기 있다/ 동포는 기다린다 어서 가자 조국에.”

초등학교 4학년 음악 책에 실린 광복군가 ‘압록강 행진곡’이다. 빼앗긴 조국을 반드시 되찾겠다는 독립지사들의 기상이 진하게 배어 있다. 이러한 조국 독립에의 의지는 기미년 3·1운동에 응축돼 있다.

1905년 을사늑약 체결 이후 한·일병탄으로 일제의 강압적 지배를 받던 암울한 시절인 1919년 3월1일 천도교·기독교·불교·대종교 등 민족을 대표하는 33인이 모여 독립선언서를 발표하고 일본 경찰에 자진 체포 당했다. 종교·이념·지역·남녀노소·빈부 간의 배타적 감정을 배격하고 오직 자유·평등 정신을 발휘해 민족이 하나 돼 질서 있고 평화적 시위를 벌인 순수한 정신의 발로였다.

물론 1919년 3·1 만세 시위가 벌이지기 전부터 이미 해외에 거주하고 있던 애국 청년들에 의해 자주독립을 외치는 선언서가 작성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3·1운동에 큰 영향을 준 두 개의 선언서는 ‘대한독립선언서’와 ‘2·8독립선언서’다.

대한독립선언서는 1918년 11월 만주·노령을 중심으로 당시 해외에 망명해 있던 저명인사 39명이 한국의 독립을 선포한 선언서다. 조소앙·김규식·이상룡·이승만·이시영·박은식·신채호·김좌진·안창호 등 39명의 독립 운동가들이 작성한 선언서로, 이들은 3·1운동 이후 독립운동에 큰 업적을 남긴 분들이다.

우리의 독립은 민족을 스스로 보호하는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지, 결코 ‘개인적 원한’의 감정으로 보복하려는 것이 아님을 밝히고 있다. 또한 일본의 병합은 사기와 강박과 무력·폭행 등에 의한 것이므로 무효라며, 섬은 섬으로 돌아가고 반도는 반도로 돌아오고, 대륙은 대륙으로 회귀하라고 촉구했다. 그리고 2000만 동포에게는 국민 된 본령이 독립인 것을 명심해 육탄 혈전함으로써 독립을 완성해 줄 것을 당부했다.

2·8독립선언서는 1919년 2월8일 조소앙이 일본 유학생들을 지도해 이광수·최팔용·백관수 등을 중심으로 작성한 것이다. 도쿄 재일본한국YMCA 건물에는 2·8독립선언 기념박물관이 있다. 주동자들은 일경에 체포돼 가혹한 형벌과 영어(囹圄)의 고초를 겪었다. 이렇듯 독립은 선각자들을 중심으로 겨레가 하나 돼 온갖 간난신고(艱難辛苦)를 무릅쓰고 고귀한 희생 위에서 거둔 결과였다.

단심(丹心)의 헌신으로 조국 광복을 맞았건만 오늘 대한민국의 모습은 어떠한가. 절망 그 자체다. 남북으로 갈린 데다 내 편 네 편으로 갈라져 싸우는 남남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선열 보기에 부끄러울 따름이다. 100여 년 전 구한 말,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나라의 운명이 위태로운 데도 내분을 일삼아 망국의 설움을 삼켜야 했던 우리의 가슴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려는가.

우리가 국제 외교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국민 화합으로 추동력을 제공해야 한다. ‘진화타겁(趁火打劫)’의 의미를 되새겨 볼 때다. 불난 집에서 약탈한다는 뜻이다. 서유기에 나온다. 갈등과 반목은 강대국의 먹잇감이 되는 운명으로 우리를 이끌어갈 것이다. 손자병법에도 ‘난이취지(亂而取之)'라는 말이 나온다. 상대가 혼란할 때 취한다는 뜻이다. 개인이나 국가가 허점을 보이고 내분에 휩싸이면 힘센 주변 세력에 농락 당한다는 교훈을 주는 말이다.

한반도 안보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와 공포 통치, 북·중·러의 블록 결속 현실에서 우리의 좌표를 새롭게 해야 할 때다. 정치권이 맹성해 국력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그 결집된 힘의 기반 위에서 일본과의 구원(舊怨)을 털어 내고 대등한 협력의 시대를 맞이해야 한다. 격동의 한반도 주변 정세에서 한·미동맹 강화, 한·미·일 협력은 시대적 요청이다.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죄와 배상이 전제되지만, 한·일 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가 큰 것 또한 사실이다. 대승적 차원에서 한·일 관계 개선에 협력하는 게 온당하다.

냉혹한 자국이기주의가 판치는 국제정세에서 한·미, 한·일, 한·중 관계 등에서 국익을 최대화하고 겨레의 진운(進運)을 열기 위해선 내부 갈등이 아닌 통합과 화합이 긴요하다. 지금은 국민이 하나 될 때다. 그게 바로 104년 전 선조들이 보여 준 3·1정신임을 되새기자.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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