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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건설노조가 해묵은 관행 타파를 위해 연일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건설현장 불법·부당 행위 근절 대책’을 발표하고 건설기계 조종사의 불법행위 적발 시 면허정지 처분이 이뤄지도록 했다.
불법행위 대상은 크게 △월례비(임금 외 웃돈) 등 부당 금품수수 △건설기계를 이용한 현장 점거 등 공사 방해 △부당한 태업 등 성실의무 위반으로 나뉜다.
이 중 특히 월례비 수수는 품위 손상의 주요 사례로 보고 입출금 내역을 토대로 면허정지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건설기계 조종사가 부당금품을 요구하는 경우 면허취소도 가능하도록 건설기계관리법 개정을 신속히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건설노조의 폭력과 불법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라며 ‘건폭(건설노조 폭력)’이라는 용어까지 사용하면서 비판 수위를 높였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일부 노조의 몽니와 부적절한 관행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반드시 근절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는 이달 중순께 당정 협의를 거쳐 노조법 개정을 추진, 노조 회계감사원 선정 및 공표 시기·방법을 구체화하는 내용을 입법예고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반면, 건설노조는 “‘처벌’에만 초점이 맞춰진 강경일변도의 대책”이라고 반발하면서 대규모 상경집회를 통해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향후 총궐기 및 총파업을 진행할 것을 예고했다.
급기야 최근 현장에선 월례비를 받지 않는 대신 추가 잔업을 전면 거부하고 정시에 퇴근하거나, 작업 속도를 평소 대비 늦추는 등의 교묘한 태업도 발생하고 있다. 양측 갈등이 실제 건설현장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그간 숱한 대책에도 불구하고 근절하지 못했던 건설노조의 불법행위를 뿌리뽑겠다는 정부의 입장은 사실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국토부 조사 결과 전국 1494개 현장에서 총 290개 업체가 2070건의 건설노조 불법행위 피해사례를 신고 접수한 것이 이를 대변한다.
노조 측은 일부의 행위를 전체의 불법행위로 매도하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또한, 월례비를 아예 없애려면 무거운 물건을 옮길 수 있는 타워크레인 특성상 정해진 업무 외 여타 업무를 지시하는 관행 역시 함께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요 등 완전한 불법행위를 제외하면 현장에 존재하는 이러한 관행들은 공기(工期) 단축을 위해 현장에서 발생하는 모호한 경계선에 놓인 업무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공사를 마무리하는 준공이라는 공기를 맞추기 위해 ‘이 정도는 해 줄 수 있잖아’라며 요구해 온 업무와 그 대가들이 뿌리 뽑을 수 없는 불법행위로 굳어진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지속 제기되고 불법행위까지 다수 발생한다면 현장 특성 등을 이유로 용인돼 왔던 ‘관행’들은 더 이상 존재해선 안 된다. 선진 건설문화를 위해 과감히 없애야 한다.
평균 업무량을 정밀하게 측정해 정해진 시간 내 정해진 업무만 수행하고 필요한 잔업은 지원자에 한해 진행하거나 추가 인력을 투입하는 등 ‘말로는 쉽지’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이제는 실천으로 옮겨야 할 때라고 본다.
동시에 건설인력 인프라 향상을 위한 인력 양성 및 유입 대책 마련도 병행돼야 한다. 단순히 단기간의 단속·처벌에만 목적을 둔다면 시간이 흐른 뒤 같은 일이 반복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건설노조와의 갈등 외에도 건설업계는 공사비 인상·미분양 증가 등 많은 고충을 안고 있다. 갈등이 오래 이어질수록 그 피해는 선량한 예비입주자들에게 돌아간다.
수십 년간 지속돼 온 해묵은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정부·건설사·근로자 모두의 자성과 함께 체계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통한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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