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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사회의 삶의 질을 높이고 복리를 증진시키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국가의 소중한 자원으로서의 지도자를 길러 내는 것’ (민족사관고등학교).
‘창의성과 품격을 갖춘 미래 인재 육성… 지·덕·체를 겸비한 창의융합형 인재 육성’ (반포고등학교).
전 세계 어느 학교에 붙여 놔도 이상하지 않을 훌륭한 교육 목표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교육은 정말 이런 인재를 길러 내고 있는 걸까.
높은 교육열에 비례해 지난해 사교육비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무려 26조 원이다. 사교육 참여율도 78.3%로 최고치다. 한 개 학급에서 사교육을 안 받는 학생이 10명 중 2명이 안 된다는 뜻이다. 심지어 저출산·고령화로 학생은 줄어들고 있는데 사교육에 쓰는 돈은 많아져만 가는 셈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와 가정이 학생에게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는 뜻이리라. 그런데 이쯤에서 드는 생각. 왜 학교폭력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가.
2018년부터 2021년 1학기까지 각 시·도교육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서 파악한 피해 학생은 12만8033명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드러난 피해 학생 수만 13만 명가량이니까 실제로는 더 많을 것이다.
늘어나는 사교육비만큼이나 학생들의 교육 수준도 높아지고 있는데 학교폭력 문제도 덩달아 커지고만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이쯤에서 어른들이 학교폭력을 대하는 자세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2022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언어폭력을 당한 사실을 주변에 알렸거나 신고한 학생 3만9396명 중 1만3889명이 해결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언어폭력 3건 중 1건은 무마된 셈이다.
9일에는 학폭 사건과 관련해 국회 교육위원회가 전체회의를 열었다. 참석한 교장들은 제법 당당했다. 어떤 교장은 “학폭으로부터 보호받고 있는 학생이 몇 명이냐”는 질문에 “모릅니다”고 답했다. 이어 “학생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학급 담임 선생님”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교장은 언어폭력에 사용된 용어에 대해 묻자 오히려 되물었다.
“어른들 사이에선 그게 폭력입니까, 너무나 일상적인 언어라고 보는데요. 저는 사용하지 않아서 모르겠습니다만 그렇게까지 문제 삼지는 않았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삶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든 순간들이었지만 ‘어른들의 시각’에서는 모르거나 일상적이어서 넘어갈 문제였다. 우리 사회 보편적인 어른들의 시각인 걸까 잠시 의아해진다.
“이웃을 생각하며 공동체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남을 위한 봉사와 헌신하는 정신을 마음에 새기며… 가족과 이웃과 겨레를 사랑하는….”
‘이웃’과 ‘헌신’, 서로 다른 두 교장의 홈페이지 인사말에 들어가 있는 공통 단어다. 공동체에 이바지하는 방식이 문제를 빠르고 정확하게 풀어 내는 방식뿐이었나 보다. 이웃과 타인을 위한 마음은 미처 가르칠 수 없었던 것일까.
수십 조 원을 들여도 가르칠 수 없는 것도 있는 모양이다. 우리 사회의 인재상은 무엇인가. 정말 이웃을 위해 헌신하는 인재를 길러 내고 싶다면 문제 풀이 능력만큼이나 이웃을 위한 마음을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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