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소련·나치 독재” 비판에 니카라과 “외교 단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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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테가 정권, 시위 강경 진압 후 카톨릭과 관계 악화

한원석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3-13 13:05:32

▲ 12일(현지시간) 니카라과 정부가 바티칸과의 외교관계 중단을 선언한 가운데 레오폴도 브레네스 추기경(왼쪽)이 수도 마나과의 메트로폴리탄 대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니카라과 로이터=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의 작심 비판 발언에 발끈한 니카라과 정부가 바티칸과의 외교 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최근 몇 년간 니카라과 정부는 자국 내 카톨릭 교회를 탄압해왔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은 바티칸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은 수도 마나과에 있는 바티칸 대사관과 로마에 있는 바티칸 주재 니카라과 대사관의 폐쇄를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니카라과 외무부도 이날 “바티칸과의 외교 관계 중단이 제안됐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교황청 소식통은 대사관 폐쇄로 니카라과와 교황청 간의 관계가 자동적으로 완전히 단절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앞서 오르테가 정권을 비판하던 롤란도 알바레즈 주교가 지난달 니카라과에서 반역·국가 명예훼손·가짜뉴스 전파 등의 혐의로 26년 4개월의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알바레즈 주교는 석방돼 미국으로 보내진 200명의 정치범들과 함께 출국하는 것을 거부한 뒤 유죄 판결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취임 10주년을 앞두고 남미 온라인매체 인포바에와 가진 인터뷰에서 알바레즈 주교의 투옥을 지적하면서 니카라과에서 일어난 일을 “마치 1917년 소련 공산주의 독재나 1935년 (나치 독일) 히틀러의 독재를 가져오는 것과 같다”고 비유하며 “그들은 무례한 독재 정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2018년 니카라과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난 뒤 오르테가 대통령은 “시위는 정부에 대한 쿠데타 시도”라고 부르며 반대파를 탄압해왔다.

당시 카톨릭 교회가 오르테가 정권과 반대 진영의 중재자 역할을 했지만 정부가 시위를 강경 진압하자 양측의 관계는 악화돼 왔다.

2019년 니카라과 정부를 비판했던 실비오 바에즈 주교가 망명길에 올랐고, 지난해 니카라과가 바티칸 대사를 추방하자 바티칸은 “부당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일방적 행동”이라며 항의했다.

니카라과의 민주주의 퇴보에 비판적이었던 발데마르 소메르타그 대주교도 니카라과 정부가 특사 승인을 철회한 뒤 갑자기 출국해야 했다.

외교관계가 단절될 경우 니카라과는 교황청과 공식 관계를 맺지 않은 북한, 중국, 베트남, 라오스, 사우디아라비아, 소말리아 등 10여개 국에 추가되게 된다.

한원석 기자 wsha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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