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위기 해결 위해 ‘통 큰’ 결단 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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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VIEW] - 저출산 문제의 원인과 해결방안

김준구 산업경제부장·부국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3-15 00:02:40

선남선녀 만남을 주선하고 데이트 비용까지 주는 세상이 됐다. 결혼 기피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한 지자체가 내놓은 인구 대책이다. 저출산 문제가 오죽 심각했으면 이런 것까지 만들었을까 하는 안타까움마저 든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 분석 없이 단편적인 대책들만 쏟아내고 있는 것 같아 더 안타깝다.

머지않아 출산율 저하를 막겠다며 피임약 생산마저 금지하는 건 아닌지 모를 일이다. 자살률을 낮춘다며 번개탄 생산을 금지하겠다는 보건복지부 대책을 보면 어불성설만은 아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가임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의 숫자인 합계출산율이 0.78명을 기록했다. 출생아 수는 10년 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 합계출산율은 2018년 처음으로 1.0명 이하로 내려간 이후 5년 내리 감소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출산율은 1.6명으로 우리나라의 2배를 웃돈다.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출산율이 1명 이하다. 정부는 지난 16년 동안 저출산을 막기 위해 280조 원을 투입했지만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저출산 문제가 국가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인구가 국가의 성장과 유지에 있어 가장 기초적인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인구가 감소하면 국방력과 인적자원 부족으로 이어지고 사회의 역동성 또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경제활동 인구 감소로 젊은 층의 부양 부담은 갈수록 늘어나게 돼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고 시급히 해결방안을 찾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의 저출산은 지금껏 세계 어느 나라도 경험해 보지 못한 길로 빠져들고 있다. 국가의 존립마저 위협받고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방소멸과 대한민국이 사라질 것이란 우려마저 나온다. 최근 조사에선 전국 지자체 중 절반 이상에서 지난해 출생아가 1000명이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폐교와 폐원도 속출하고 있다. 여기에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차이도 벌어지면서 악순환이 증폭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다양한 지원에도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데는 이들 대책이 중구난방으로 이뤄지면서 저출생 기조를 반전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원인을 제대로 짚어야 그에 맞는 적절한 처방이 나오는 법이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젊은 청춘들이 결혼을 기피하고 아이 낳기를 꺼리는 대표적인 이유는 주거 마련의 어려움 때문이다. 평생을 모아도 집 한 채 장만하기 어려운 세상에 결혼과 출산은 언감생심일 뿐이다. 여기에 육아 비용과 사교육비 부담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개인주의가 깊숙이 뿌리내린 요즘, 무턱대고 아이를 낳으라고 하는 것은 전혀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 소소한 출산용품 지원이나 육아 지원대책으로는 결혼을 해야겠다거나 아이를 낳아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분윳값이나 출산용품 살 돈이 없어 아이를 낳지 않는 게 아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지금껏 시도하지 않았던 가장 강력한 지원책과 극약 처방을 내놔야 한다. 집 걱정 없이 결혼하고 양육비 부담 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게 해 주는 ‘통 큰’ 정책이 필요하다. 혼자 사는 미혼여성 우대정책도 재고해야 한다.

우선 정부는 찔끔찔끔 지원해주며 가랑비에 옷 젖기를 기다리지 말고 한방에 파격적인 대책을 쓰길 제안한다. 가령 전국 중소도시 곳곳에 시범적으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짓는 건 어떨까. 해당 아파트를 다자녀 가구에 무상으로 공급해 주는 것이다. 물론 초등학교나 학원·의원 등도 아파트 단지에 끼워 넣어야 할 것이다. 지금껏 쏟아부은 280조 원을 다자녀 가구를 위한 아파트 짓는 데만 집중시켰다면 100만 가구에게 공급하고도 남았을 양이다.

아이가 둘 이상인 다자녀 가구에 대해선 매월 ‘다자녀 수당’과 함께 모든 자녀의 학비와 대학 등록금까지 지원해 주는 것도 극약처방으로 생각해 볼 일이다. 자녀 수에 따라 각종 세금도 대폭 감면해 줄 필요가 있다. 아이를 낳기만 하면 정부와 사회에서 모두 키워 준다는 확신이 생겨야 저출산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가정에서 아이를 ‘짐’이 아니라 ‘힘’으로 여기는 풍토는 정부가 얼마나 열의를 갖고 정책을 추진하느냐에 달렸다.

조선시대에도 결혼을 못 한 사람이 많았다. 혼기를 놓쳐 짝을 찾기 힘들거나 혼수를 마련하지 못해서다. 중종실록(1512년, 중종 7년)을 보면 “가난 때문에 혼인하지 못한 자들에게 관이 혼수를 보조해 혼인하게끔 하라”는 어명도 내렸다. 출산 장려정책도 있었다. 세종대왕은 자녀 셋 이상을 낳으면 쌀과 콩 10석을 하사하기도 했다. 당시 쌀이 높은 가치였던 것을 고려하면 상당한 지원액이었다.

결혼과 출산율을 높이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국가의 존망이 달린 문제다. 극약 처방을 써서라도 바닥을 치고 있는 출산율을 끌어올려야 한다. 서두르자. 계산기 두드리고 예산 따져 가며 미적거릴 때가 아니다.

김준구 산업경제부장·부국장 jk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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