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군용 무인기, 흑해 상공서 러 전투기와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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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일상적 임무 수행 중 러시아 무모한 요격” 비난
러 “충돌 부인… 영공 인근 군용기 비행은 도발” 반박

한원석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3-15 14:33:48

미국 군용 무인기와 러시아 전투기가 흑해 상공에서 충돌해 미국 무인기가 추락했다고 미국 국방부가 14일(현지시간) 밝혔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충돌이나 공격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우크라이나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사실상 대리전을 벌이는 가운데 이번 사건으로 미러간 대립이 더 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냉전 이후 초유의 사건이어서 심각성을 더해준다.

미국 국방부는 이날 자국의 MQ-9 ‘리퍼’ 무인기가 국제 공역에서 2대의 러시아 SU-27 전투기의 무모한 행동으로 요격 당했다며 이같이 발표했다. 미 국방부 대변인인 패트릭 라이더 준장은 “러시아 전투기가 시야를 차단하거나 손상시키려는 의도에서 무인기에 연료를 버렸다”면서 “전투기 한 대는 무인기의 프로펠러와 충돌하기 전 무인기 앞으로 날아갔다”고 말했다.

라이더 준장은 이어 “드론이 요격 당했을 때 입은 피해 때문에 흑해에 추락시켜야 했다”면서 “사건 당시 러시아와 미국 사이의 무선 통신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언급했다.

MQ-9 무인기는 러시아에 요격되기 전 국제 영공에서 일상적인 정보·감시·정찰(ISR)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고 제임스 헤커 유럽 및 아프리카 주둔 미 공군 사령관은 성명서에서 밝혔다. 그는 “충돌로 MQ-9가 완전히 손실됐고 무인기 잔해는 아직 회수되지 않았다”고 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자국 전투기가 무인기와 접촉했다는 사실을 부인했다. 러시아 측은 “2014년 우크라이나로부터 합병한 크림 반도 근처에서 탐지된 미국 무인기는 급격한 기동 후 추락했다”면서 “러시아 전투기는 어떠한 무기도 사용하지 않았고 무인기와 접촉하지 않았으며 안전하게 비행장으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또한 러시아 측은 무인기가 레이더로 항공기를 탐지할 수 있도록 하는 트랜스폰더를 활성화하지 않고 비행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미 국무부는 워싱턴에 주재 중인 아나톨리 안토노프 러시아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번 사건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안토노프 대사는 카렌 돈프리드 국무부 유럽 차관보와 만난 후 “미 군용기가 러시아 국경 근처에 있을 이유가 없고 이는 미국의 도발”이라면서 “러시아 전투기가 미국 무인기를 공격하거나 무기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는 미국과 실용적인 관계를 원할 뿐 미국과의 어떤 대결도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CNN에 “무인기는 미국의 재산이며 미군은 다른 나라가 이를 손에 넣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커비 대변인은 “(러시아가) 이런 종류의 요격을 시도한 것은 처음이 아니지만 미국 무인기가 흑해에 추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우리는 해당 공역에서 지속적으로 비행해 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원내대표인 척 슈머 상원의원은 이날 의회 연설에서 “이 사건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그의 군대의 또 다른 무모한 행동”이라면서 “푸틴 대통령에게 의도하지 않은 (긴장이) 확대되기 전에 이러한 행동을 중단하라고 권고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원석 기자 wsha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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