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노인과 쉬는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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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 청년 고용 한파

일하는 노인과 쉬는 청년

김나윤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3-23 00:02:30

일하는 노년 인구는 늘어나고 정작 일터에 있어야 할 청년은 구직을 단념하는 이른바 ‘취포족’(취업포기자)이 50만 명에 육박했다. 통계청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비경제활동인구(취업자나 실업자가 아닌 인구) 중 활동 상태를 ‘쉬었음’이라고 답한 청년이 49만7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03년 1월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규모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 응답자는 일종의 ‘취업 포기자’라고 볼 수 있다. 2월 청년층 취업자 감소폭이 2021년 2월(-14만2000명) 이후 2년여 만에 최대치인 12만5000명에 이른 점까지 감안하면 청년고용 상황 악화에 가속도가 붙은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들 정도다.

이런 와중에도 중소기업들은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중소기업은 낮은 연봉과 열악한 복지제도·근무환경 등 다양한 이유로 취업 기피 대상이 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기업 정규직 임금이 100이라면 비정규직 임금은 64.5%, 중소기업 정규직은 57%,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42.7%에 불과하다. 일하는 시간·환경과 휴가·성과급 등 복지제도까지 고려하면 그 격차는 훨씬 커진다.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국가 핵심산업으로 꼽히는 반도체 분야에서도 인력난을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2031년까지 국내 반도체 학·석·박사 인력이 5만4000여명이나 부족할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은 반도체 계약학과를 신설하면서 인재 양성에 나섰지만 대부분의 학과에서 합격자가 등록하지 않아 추가합격자를 모집하고 있는 실정이다.

쉬는 청년층과 달리 60세 이상 고령 근로자가 10년 새 2배로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60세 이상 취업자는 577만 명으로 2월 기준 역대 최대였다. 2003년부터 10년간 100만 명 가까이 늘었다가 최근 10년에는 300만 명 넘게 불어 갑절이 됐다. 저출산·고령화 추세로 60세 이상 인구가 급증한 데다 노후 생계를 위해 고용 전선에 뛰어드는 ‘일하는 노인’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것이다.

늘어나는 노인 인구의 일자리가 양질의 일자리가 아니라는 점도 개선돼야 할 문제다. 노동시장으로 돌아온 노인 인구 4명 중 1명은 고용의 질이 떨어지는 단순 노무직에 종사하고 있다. 임금 수준이 열악한 단기 일자리를 감수하고서라도 노인들이 일하는 것은 노후 빈곤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의 ‘통계로 보는 사회보장 2020’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0.4%로, OECD 조사대상 37개국 중 가장 높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4.3%)의 2.8배에 달했다. 65세를 넘겨 일하는 10가구 중 1가구는 근로소득과 연금 등을 합쳐도 월 소득 100만 원이 안 된다고 한다.

청년 일자리든 노인 일자리든 정부가 나서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 오랜 저출산·고령화로 경제활동인구가 부족한 상황에서 청년 취업 포기자가 늘어나면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중소기업은 인력난에 허덕이는데, 청년층은 취업난을 겪는 ‘일자리 미스매치’도 정부가 나서서 해소해야 할 과제다.

김나윤 기자 ny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