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종택칼럼]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론을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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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3-27 00:02:40

봄이 활짝 열렸다. 상춘객들은 봄빛에 빠져들고 꽃향기에 취한다. 온몸이 호강을 누린다. 봄 향기를 말하고 보니 ‘화향백리(花香百里) 다향천리(茶香千里) 인향만리(人香萬里)’라는 말이 맞는 듯하다. 향기로운 꽃내음은 백 리를 가고, 좋은 차 향기는 천 리를 가며, 인품이 훌륭한 사람의 향기는 만 리를 간다는 의미다. 꽃다운 이름이 후세에 길이 전해져 향기가 백대에 걸쳐 흐른다는 ‘유방백세(流芳百世)’와 뜻을 같이하고 있다. 그렇다. 짐승도 가죽을 남겨 세상에 이익을 주는데 하물며 사람임에랴.

26일은 청사에 빛나는 안중근 의사 순국 113주년 되는 날이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있다. 113년 전 우리는 세계사의 조류에 대응하지 못해 일제의 침략을 받아 식민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작금 우리가 처한 상황은 어떠한가. 국외적으로 미국·중국이라는 거대한 체제의 충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 증가, 북한의 핵무기 고도화 위협, 일본의 과거로의 회귀이라는 현실이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옥죄고 있다. 이에 적극 대처하지 못하면 우리는 다시 전쟁이라는 파멸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밖에 없고 역사는 다시 반복될 것이다.

국내적으로 정치는 혼돈으로 치닫고 경제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 진퇴양난의 함정에 빠져 있다. 더욱이 좌우로 나뉘어 서로를 적대시하는 현 시국은 많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무엇보다 남북 관계는 전쟁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악화일로에 있다.

희망의 빛을 발견해야 한다. 어쩌면 그것을 안중근 의사의 삶과 사상에서 찾을 수 있으리라. 아무런 희망 없이 오직 절망만이 앞을 가리고 있던 조선 말 1909년 10월26일, 한 젊은이가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동양 평화를 어지럽힌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만 5개월 뒤 동양 평화를 위한 기도를 올리며 숨져 갔다. ‘역사는 반복된다’라는 말은 ‘영웅’의 탄생도 반복된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싶다.

시대가 영웅을 만들 것이다. 우리 시대에 안중근 의사가 다시 태어난다면 그는 무엇부터 하려고 할 것인지 상상해 본다. 안중근 의사가 오늘날 이 땅에 다시 태어난다면 병든 우리 사회를 위한 치유책으로 우선 ‘단합’을 제시할 것이다.

그러나 단합은 거저 되는 것이 아니다. 단합을 위한 조건으로 안중근 의사는 견리사의견위수명(見利思義見危授命)을 제시했다. “자신에게 이익이 될 것인가 따지기보다 민족과 사회에 의로운 일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하며, 민족과 국가가 위험에 빠졌을 때 목숨을 버릴 각오를 해야 단합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모습은 자신의 이익에만 골몰해 있고 정의를 짓밟고 있으며 민족과 국가는 위기에 빠져 있는 데도 기득권을 지키려는 몸부림만 치고 있는 형국이다. 더욱이 정치는 분열만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안중근이라면 기득권의 해체와 정치적 단합을 위해 단지(斷指)라는 고통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안중근은 ‘평화’가 이 시대에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다시 강조할 것이다. 안 의사가 목숨으로 지키려고 했던 평화는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안 의사는 113년 전 한·중·일 3국의 ‘동양평화론’을 주창했다. 공동은행·군사공동체·문화공동체 형성을 강조했다.

그가 다시 태어난다면 남북 분단의 현실에 괴로워할 것이다. 그의 기질로 보아 그는 구체적인 행동에 들어갈 것임이 분명하다. 이런 그의 구상이 실패한다면 그는 113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스스로 죽음의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고는 조국을 위해 몸을 바치는 것은 국민의 본분이라는 ‘위국헌신국민본분(爲國獻身國民本分)’이라는 피맺힌 유언을 남길 것이다.

반대로 자신의 구상이 성공적으로 실현되면 안중근 의사는 동양 평화의 90%는 이뤄진 것으로 스스로 평가할 것이며, 진정한 동양 평화는 다음에 태어날 안중근들에게 맡겨도 좋을 것이라며 행복해 할 것이다.

이처럼 사상(思想)해 보면서 박제된 안중근 의사를 창고에서 꺼내 모두 안중근이 되어 한민족이 밝은 미래를 맞기를 소원해 본다. 안중근 의사와 같은 인물이 우리 시대의 번영과 행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요즘 8000만 한민족의 밝은 내일을 밝히려는 듯 삼천리반도가 금수강산, 꽃 대궐이다. 안중근 의사와 단지(斷指) 동맹 동지들이 흘린 피를 보는 듯하다. 백화난만(百花爛漫) 화란춘성(花爛春盛) 계절에 되새기는 안중근의 정신이다.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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