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1º
습도 30%
수원 22º
습도 40%
강릉 23º
습도 25%
)
“보험은 금융업권 중 비대면 프로세스 도입이 가장 미진한 곳이다. 보험 상품의 매매를 체결하려고 해도 유가증권을 거래하듯이 플랫폼에서 모두 처리되지 않는다. 매도자·매수자·설계사 세 명이서 직접 만나 보험사 창구로 가 서류에 서명하는 등 대면으로 처리해야 한다.”
연금보험 플랫폼을 운영하는 한 핀테크업체의 대표가 한 말이다. 디지털 금융이 시대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금융업계는 다양한 서비스를 비대면으로 제공하고 있지만 연금보험 등 사적연금 거래(계약자 변경)에 있어서는 대면 거래를 고집하고 있다. 국민연금 고갈 시점이 빠르게 다가오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우리나라는 2018년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국민 6명 중 1명이 노인이다. 늙어 가는 속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가장 빠르다. 더 큰 문제는 노인들이 제대로 노후를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인빈곤율은 38.9%로 OECD 평균(14.8%)의 3배에 달한다. 퇴직을 앞둔 50대나 차츰 준비해야 할 30·40대로서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적연금 하나로 노후소득을 마련할 수 있다면 걱정이 크지 않을 테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국민연금 고갈 시점은 매번 짧아지고 있다. 올 1월 발표된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시산’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재정은 2055년에 고갈될 예정이다. 4년 전에는 그 시점이 2057년이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치권은 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 등 모수개혁에 대해 논의하고 있지만 지지부진하다. 설령 보험료율을 소폭 올린다고 해서 고갈 이슈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저출생 심화·운용 적자 등 기금을 채우지 못하고 갉아먹을 이슈가 즐비하기 때문이다.
사적연금 확대가 국민연금 기금을 지속가능하게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퇴직·개인연금이 공적연금 부족분을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가입자의 한 달 평균 수령액은 58만 원에 불과하다. 생계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연금개혁 과정에서 소득대체율이 낮아질 경우 이보다 줄어들 수 있다.
사적연금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가입률은 굉장히 저조하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퇴직연금 가입률은 2020년 기준 52.4%이고 이 중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자는 11.9%만 가입했다. 개인연금 가입률은 11.2%밖에 되지 않는다. 2000만 원 이하 소득자는 0.1% 수준이다. 결국 정부가 세제혜택·의무가입·기여금 보조 등의 방식으로 사적연금 가입률을 높여야 한다.
주요 국가들은 사적연금 가입을 의무화하고 정부가 사적연금에 기여금을 보조해 주는 방식으로 사적연금을 활성화하고 있다. 영국의 NEST 제도·독일의 리스터연금 제도·스웨덴의 수익연금 제도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 정부도 이를 참고해 연금재정을 두텁게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신규 가입도 중요하지만 계약자를 변경하는 거래(매도·매수)도 사적연금 활성화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해지환급금 등을 우려해 가입을 주저하는 이들도 많기 때문이다.
연금보험을 해지하는 대신 거래한다면 매도자는 해지했을 때보다 많은 돈을 받고 팔 수 있고 매수자 입장에서는 낮은 가격에 계약을 이전하며 노후 준비를 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사적연금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비대면 상황에서 상품을 사고팔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국민연금 고갈은 현실로 다가온 문제다. 아무리 국민연금을 개선해도 결국 고갈 시기만 늦추는 미봉책이 될 수밖에 없다. 국가는 국민의 노후 생계를 외면할 수 없다. 정부는 국민이 공적연금에 의존하지 않고 사적연금을 통해 노후소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유인해야 한다. 그 시작점은 사적연금 가입·거래 활성화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연재기획 ‘반대세의 비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