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적 공익성 포기한 야당의 공영방송 장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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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정부 5년간 처절하게 허물어진 삼권분립 체제
주요 언론들, 야당과 혈맹관계 언론노조의 철통 장악

황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3-28 08:25:15

인류의 문명 발달사는 여러 요인을 가지고 접근할 수 있다. 경제학자라면 당연히 생산양식의 변화에 주목하게 될 것이고, 사회학자들은 집단 양식과 사회 진화 양상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또 필자와 같은 커뮤니케이션 학자들은 문자와 의사전달 기술 발달, 그리고 이로 인한 지식의 공유와 축적 양식을 중시할 수밖에 없다.

한편 정치·사회적 관점에서 본다면, 문명사는 권력이 분화되어 온 역사라 할 수 있다. 종교적 이념으로 사회 전체를 지배했던 신정국가나 세습된 절대권력을 가지고 무소불위의 통치력을 행사했던 왕정국가들은 통치자 한 사람이 전권을 갖거나 아니면 몇 명의 권력자에 의해 국가가 운영되었다. 16세기 종교개혁이나 18세기 이후 성장한 민주주의 혁명은 소수가 독점하고 있던 권력을 분산시키기 위한 다수 대중의 집단적 저항이었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채택하고 있는 삼권분립 제도는 권력 독점을 예방·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가장 기본적인 국가체제라 할 수 있다. 정당제도 역시 특정 정치 집단이 권력을 전유하는 것은 막고, 국가적으로 중요한 결정에 국민들의 의사를 반영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이것들은 모두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정상적이고 합리적으로 작동되도록 권력을 분산시키는 토대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불행하게도 지난 정권 5년간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권력 분산 기제들이 완전히 붕괴 혹은 형해화되었다. 최근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 같은 사법부의 어이없는 정파적 판결들처럼, 처절하게 허물어진 삼권분립 체제를 전 국민이 목도하고 있다. 또한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압도적 다수 의석을 장악한 야당의 입법 폭주 아니 입법 난동들을 보면, 도저히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라고 하기 어렵다.

여기에 많이 퇴색된 용어지만 ‘제4부(The Fouth Estate)’라고 하는 주요 언론들 역시 야당과 사실상 혈맹관계에 있는 언론노조가 철통같이 장악하고 있다. 지난 정권 내내 마치 절대군주 모시듯 권력에 충성하더니, 정권교체 이후에는 180도 돌변해 대통령과 정권 흠집 내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20세기 중반 이후 어떤 민주주의 국가도 이렇게 완벽하게 특정 정파와 연대해 노골적으로 편파성을 드러내는 언론체제를 구축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야당은 자신들과 결탁된 반민주적 노영방송 체제를 영원히 유지하기 위한 방송법 개정안을 후안무치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작년 말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단독으로 밀어붙이더니, 급기야 국회 본회의에 직접 회부하였다. 지금까지의 야당 행태로 보아, 늦어도 다음달 초에는 야당과 언론노조가 추천한 인사들이 KBS와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방송법이 개정될 것이 분명하다.

공영방송 거버넌스 개편이란 거룩한 이름으로 위장해, 야당과 민주노총의 사실상 위성 단체들을 추천기관으로 주요 방송사 이사진과 사장을 영원히 장악하겠다는 의도다. 이 같은 법 개정 내용도 문제지만, 국민과 다양한 이해 집단들의 의견을 포괄적으로 수렴해야만 하는 공영방송 관련 법 개정을 야당과 언론노조가 독단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절차적으로도 절대 용인될 수 없다.

언론 자유·공익성·공적 책무·공정성·공영성처럼 아주 추상적이고 다의적 의미를 지닌 공영방송과 관련된 법제도는 절차적 정당성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든지 공영방송 문제는 포괄적 합의를 도출하기 힘든 난제 중에 난제다. 어떤 법이나 제도도 완벽하게 내용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공영방송 같은 공익과 관련된 정책들은 내용적 정당성보다 논의·합의 과정을 중시하는 ‘절차적 공익성(procedural legitimacy)’이 강조되고 있다.

내용적으로 완전한 동의를 확보할 수 없더라고, 공정한 논의 절차와 합의 과정을 통해 동의를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므로 이번처럼 야당의 독단적 방송법 개정은 다수의석을 장악한 정파의 입법 난동 그 이상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절차적으로 정당하지 못한 야당의 방송법 개정은 공영방송 공영성을 그들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야당과 언론노조는 오랫동안 입이 닳도록 방송의 공익성, 공영방송 독립을 주장해왔다. 그들의 주장은 일종의 ‘정치적 올바름(PC:Political Correctness)’처럼 국민들에게는 정의로운 것처럼 비쳐졌다. 하지만 지난 5년 집권 기간에 그들에 의해 장악된 공영방송은 철저히 반공익적이고 반민주적 조직으로 변질됐다. 당연히 국민들의 신뢰 역시 바닥으로 추락했다. 그렇지만 야당이 된 지금 공영방송을 영구히 장악하려 공익과 정치적 독립을 앞세워 또다시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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