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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일 중에 결코 뜻대로 안 되는 일이 있다. 바로 부모와 자녀 관계다. 자녀가 부모를 선택할 수 없듯이 부모 또한 자녀를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이민을 가면 국적이 바뀌고 개명을 하면 이름은 바꿀 수 있지만 부모와 자식 관계는 끊을 수가 없다. 물론, 자녀는 부모와 인연을 끊을 수 있다. 하지만 부모에겐 그게 불가능하다.
그래서 부모와 자식 관계를 설명할 때 천륜(天倫)이라는 말을 쓴다.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므로 변하면 안 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세상일이란 게 어디 그러한가. 자녀가 태어나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숱한 일 중에는 권력이나 돈으로도 해결 안 되는 게 허다하다.
더욱이 학식이나 사회적 지위, 재산까지 있는 부모 중에서도 자녀가 뜻대로 성장해 주지 않거나 제멋대로 행동해 부모를 욕보이게 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특히 부모나 조부모가 대통령이나 장관·국회의원·도지사·대학교수·대기업 총수 등을 지냈음에도 자녀·손주가 사고를 쳐서 패가망신하는 일이 잦다.
금지옥엽(金枝玉葉·금으로 된 나뭇가지에 옥으로 만든 잎사귀라는 뜻으로 임금의 가족 또는 귀한 자손을 이르는 말)처럼 키운 자식이 패륜아가 돼 남의 입에 오르내릴 때 부모의 마음은 어떠할까. 차라리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이 절로 나오지 않을까. 가뜩이나 출생률이 낮아 국가 소멸론이 거론되는 마당에 그것도 못할 일이다.
최근 언론에 오르내린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 씨의 일탈 행동, 국회의원과 경기도지사를 지낸 남경필 씨 장남의 마약 투약 혐의 피소, 장제원 의원의 아들이자 래퍼 장용준(예명 노엘) 씨의 무면허 음주운전과 경찰관 폭행 등은 빙산의 일각이다.
물론 부모의 잘못으로 자녀의 삶이 망가진 경우도 있다. 조국·정경심 부부의 입시비리로 의사면허증이 날아가게 된 조민 씨나 한때 권력에 취해 무소불위했던 어머니로 인해 대학생에서 졸지에 중졸 학력이 된 최서원 씨의 딸 정유라 씨가 그렇다.
그런데 부모의 입장이 아닌 자식의 입장에서도 한번쯤은 이 문제를 바라 봐 보자. 수년 전 필자가 유명인의 아들한테 들었던 이야기다. “모든 사람이 저를 보면 아버지를 떠올려요. 아버지 안부를 묻고, 아버지 명성에 누가 안 되려면 내가 잘해야 한다고 합니다. 저는 아무 곳에도 없어요.” 유명인 2세의 힘들고 외롭고 무거운 삶도 품어보자. 조정진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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