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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국회에서 열릴 국민의힘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고민에 빠졌다. 가결표를 던지자니 이재명 대표 체포안을 부결시켰던 것과 대비되고, 부결하자니 부패를 옹호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에 대한 비난 여론이 잊혀 지는가 싶더니 다시 논란에 불이 붙으려 하고 있다.
30일 국회에서는 국민의힘 하영제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이 벌어진다. 하 의원은 지방의원 예비후보자의 공천을 도와주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기로 사실상 당론을 정한 상태다. 민주당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자기당 소속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가결시키겠다는데 야당인 민주당이 나서서 부결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구속영장이 재차 청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부결시킬 경우 나중을 위한 ‘의도된 부결’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반면 가결표가 너무 많이 나오면 “이재명 대표 때는 부결시키더니…”라는 여론이 비등할 것이다.
169석의 가결·부결 키를 쥔 민주당은 하 의원 건에 대해 의원들 개인의 자율 판단에 맡길 것으로 보인다. 박주민 의원은 “굉장히 단순한 사안이라서 이런 건 개인적인 판단에 맡기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도 “(하 의원의)신상발언을 듣고 의원들이 판단할 것이며 당론을 따로 정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조응천 의원은 “너네 당은 부결이고, 남의 당은 자율에 맡기냐”는 내로남불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고 본다.
이는 의원총회를 열고 사실상 부결로 총의를 모았던 이 대표 건과는 다른 모습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는 물론 노웅래 의원 구속영장이 청구됐을 때도 검찰 수사를 ‘정치 탄압’으로 규정하며 체포안을 부결시킨 바 있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안은 지난달 27일 본회의에서 찬성 139표, 반대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로 부결됐다. 당초 예상보다 이탈표가 많이 나오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이 대표는 구속을 면했다. 노 의원 건도 민주당의 압도적인 반대로 부결됐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하 의원 체포동의안이 실제 가결되는 경우가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 대표에 대해 추가적인 체포동의안이 넘어올 경우 여론 역풍을 감안하면 부결시키는 데 상당한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 의원이 표결에 앞서 권성동 의원처럼 당의 부담을 줄이겠다며 영장실질심사에 자진 출석하는 것도 민주당에겐 부담이다. 이 경우 이 대표에게도 ‘동료 의원들에게 그만 부담 지우고 직접 나가라’는 당내 여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에 따르면 1989년 이후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국회의원의 부패 혐의 관련 사건 13건 중 10건이 법원에서 최종 유죄를 받았다. 체포동의안이 투표에 부쳐지지도 못한 채 폐기된 사건 18건 중에서도 12건이 유죄로 확정됐다. 국회가 의원 개인의 부패와 비리 혐의에 대해서조차 영장실질심사를 피할 수 있게 동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같은 논란 때문에 정치권에선 “부패·비리 혐의를 받는 범죄만이라도 불체포특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국회는 외면하고 있다. 불체포특권은 권위주의 시절 표결 등 의정 활동과 관련된 활동을 보호해 주던 장치다. 따라서 의정 활동과 관계없는 범죄 행위까지 보호해줄 필요는 결코 없다.
30일 이뤄질 하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 때 일었던 비판 여론에 다시 휘발유를 부을 전망이다. 그리고 민주당은 지금 스포츠 국가대표들이 하듯 체포동의안 표결이 가져올 ‘경우의 수’를 계산하느라 분주하다. 정도를 걷지 않아 맞는 역풍이자 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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