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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누누티비(noonooTV)’가 정부의 접속 차단 등 강경 대응에도 전용 앱을 내놓고 ‘배짱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 비슷한 형태로 웹툰·웹소설 등을 무단 배포하는 불법 콘텐츠 사이트 역시 뿌리 뽑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들 사이트는 해외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우거나 외국 서버를 사용하는 전통적인 수법에 더해, 접속이 차단되면 새로운 도메인으로 옮기는 등의 방법으로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URL 일일 차단 비웃듯 전용 앱 출시
12일 현재 누누티비가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등 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방송사 콘텐츠 불법 공유를 계속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누누티비는 지난달 경찰 수사 등 전방위 압박으로 국내 OTT 콘텐츠를 삭제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등 인터넷 서비스 제공사업자(ISP)와 누누티비의 웹 주소(URL)를 매일 1회 차단하기로 했다.
차단 조치가 잘 이뤄지는지 확인하기 위해 기자가 누누티비에 접속했더니 해당 사이트가 접속을 거부했다는 메시지와 함께 접속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우회 수단을 통해 접속한 결과 문제 없이 접속할 수 있었다. 누누티비 외에 국내 접속이 차단된 사이트를 우회 접속할 때 사용하는 흔한 방법이었고, 이를 아는 인터넷 이용자가 많은 만큼 누누티비 접속을 완전히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누누티비는 자체 제작한 앱을 배포하는 것으로 맞불을 놨다. 정식 앱마켓(구글플레이·앱스토어 등)이 아닌 응용 프로그램 패키지(APK) 파일을 수동으로 내려받아 설치하는 방법이다. APK 파일로 정식 앱마켓(구글플레이·앱스토어·원스토어 등)에 없는 앱을 사용할 수 있지만, 비교적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아 흔히 불법적으로 악용된다. 누누티비 측은 개인정보 노출 위험성 또는 바이러스 위험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누누티비 문제가 널리 알려지면서 사이트를 완전히 폐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완전히 폐쇄할 수 있을 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누누티비가 사라진다고 해도 운영진 전원을 검거하지 않는 이상 이름을 바꾼 불법사이트를 운영할 수 있으며, 또 다른 불법 사이트가 생겨날 수 있는 만큼 완벽한 근절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불법 사이트에 의한 저작권 침해와 경제적인 피해는 이전부터 있어왔다. 2016년에 개설된 불법 웹툰 공유 사이트 ‘밤토끼’는 2017년에만 웹툰 업계에 1000억 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힌 것으로 추정된다.
밤토끼는 2018년 5월 운영진이 검거되면서 폐쇄됐으나 그해 12월 ‘뉴토끼’라는 이름의 웹툰 불법 사이트가 개설돼 그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기자가 뉴토끼 사이트를 찾아 확인해보니, 4월 초 기준 여전히 유료 웹툰을 무료로 제공하고 성인 인증 없이 성인 웹툰을 볼 수 있었다. 뉴토끼는 지난해부터 웹 소설까지 불법 업로드를 시작해 판을 키우고 있다.
불법 사이트를 찾으려는 생각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현재 누누티비는 구글에서 검색하면 곧장 접속할 수 있다. 접속이 차단되거나 사이트가 막혔을 경우 인터넷 커뮤니티 ‘아카라이브’ 공식 채널을 통해 해결 방법이나 새 도메인 주소를 안내한다. 뉴토끼의 경우 포털에서 검색하면 곧장 연결되는 주소가 나오지 않지만, 조금만 검색어를 우회하면 무리 없이 찾을 수 있다.
저작권 보호 전문 공공기관인 한국저작권보호원(보호원)도 특정 사이트명으로 검색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 보호원 관계자는 “누누티비와 뉴토끼 등 특정 검색어를 차단할 경우 해당 단어가 포함된 정상적인 사이트도 함께 차단될 수 있어, 국내외 포털사와 협력해 검색 결과 중 불법 정보만을 차단하는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불법사이트 특성상 도메인 이름만 바꾼 대체 사이트 생성 주기가 매우 짧아 완전한 차단에 어려움이 있다”고 답변했다.
‘사이버 망명’ 수법 여전… 국내 캐시 서버 통한 차단 등 논의
이러한 불법 콘텐츠 사이트에 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나, 해외에 서버를 두고 국내 법망을 피하는 ‘사이버 망명’ 탓에 운영진 등을 찾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사이버 망명은 예전부터 사용됐지만, 여전히 불법 사이트를 수사하는 데 장애물이 되고 있다.
누누티비는 도미니카 공화국의 산토도밍고에 소재를 두고 있다. 이전에 파라과이의 아순시온에서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소재지를 옮겼다. 누누티비 사이트에 표기된 주소를 구글 맵스에서 찾으면 산토도밍고의 아파트가 나온다. 실제로 해당 지역에서 서비스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과거 불법 사이트의 사례를 살펴보면 밤토끼는 중남미의 벨리즈에 페이퍼컴퍼니를 두고 인터넷 접속을 제공하는 ISP 업체는 불가리아 회사를 이용했으며 데이터센터는 우크라이나 업체를 사용했다. 실제로 웹툰 서비스에 사용하는 사무실은 인천에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불법 일본 만화 사이트 ‘마루마루’는 아프리카 시에라리온 공화국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고, 또 다른 불법 만화 사이트인 ‘마나모아’의 경우 불가리아의 호스팅 서비스를 사용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사이버 망명은 주로 실제 서비스하는 국가에서 불법이지만 명목상의 소재 국가에서 합법인 경우를 노린다. 더러 양국 또는 각국에서 불법이더라도 수사 당국끼리 협조·공조가 쉽지 않은 점 등을 이용하기도 한다. 과거 밤토끼는 운영진 사이에 내분이 있었고 국내에 송금하는 과정에서 대포통장의 송금 위치 등이 노출돼 꼬리를 잡혔다. 반대로 이러한 실수가 없다면 검거가 쉽지 않은 셈이다.
실제로 ‘밤토끼’ 폐쇄 조치 이후 새로 생긴 불법 웹툰 사이트 ‘뉴토끼’를 포함한 7개 사이트에 대해 국내 수사 당국이 수사 협조를 요청했으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수사가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한 해외 수사 협조에 대해 검찰과 경찰에 각각 문의했으나 검·경 모두 “현재 수사 중인 사항에 대해 말할 수 없다”는 원론적인 답만 내놨다. 보호원 관계자는 “국내 수사기관에서는 인터폴 및 해외 현지 수사기관 등과 공조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그러나 현지 법 적용에 따른 조사 한계 및 운영자 특정 불가로 수사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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