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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특수를 누린 뒤 ‘오징어 게임(2021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2022년)’ ‘더글로리(2023년)’ 등의 흥행으로 성공 가도를 이어 온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영상업계가 의외의 걸림돌을 만났다.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누누티비(TV)’가 이 같은 드라마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누티비는 지난달에만 15억 회가 넘는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에 유료로 구독할 필요성이 줄어든 OTT 구독자가 이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영상업계는 물론 경찰과 정부도 법적 대응에 나섰다. 다만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 사이트를 단속·처벌하기 쉽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관계당국의 수사와 영상업계의 법적 대응 등으로 압박이 커지자 누누티비가 한발 물러섰다. 23일 누누티비는 ‘국내 OTT·오리지널 시리즈 전체 자료 삭제 안내’라는 공지사항을 올려 “최근 누누티비에 대해 이슈화돼 있는 국내 OTT·오리지널 시리즈와 관련된 모든 동영상을 일괄 삭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누누티비는 “삭제 대상은 웨이브·쿠팡플레이·왓챠·티빙·KT 시즌과 그 외 기타 국내 오리지널 모든 시리즈”라며 “금주 내로 모든 자료를 삭제할 예정이다”라고 알렸다. 이어 “일괄 삭제한 후에도 국내 OTT 관련 자료가 남아있는 경우 고객센터 이메일로 알려주면 제거하겠다”고 공지했다.
다만,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등 해외 OTT 콘텐츠에 대한 언급이 없어 이를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OTT와 관련해서도 이미 피해가 상당히 누적된 형편이라서 반쪽짜리 백기를 들어 올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회수 15억 회 넘은 불법 사이트 ‘누누티비’… “넷플릭스 급”
그간 누누티비는 OTT 콘텐츠를 무단으로 올리고 시청자를 끌어모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누누티비는 해외에 서버를 두고 합법사이트를 가장해 영상물을 불법으로 제공하는 스트리밍 사이트로, ‘더글로리’(넷플릭스) ‘카지노 시즌2’(디즈니 플러스) 등 최신 OTT 오리지날 콘텐츠를 무료로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 공중파·종편의 최신 드라마·예능프로그램·영화 등도 제공한다.
“넷플릭스에 있는 콘텐츠를 전부 볼 것도 아니고, ‘더 글로리’만 시청할 건데 굳이 월 단위 구독료를 지불해야 할 필요성을 모르겠다. 돈을 내지 않아도 되는 방법이 있다면 당연히 이용하지 않겠어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더 글로리’가 10일 시즌2를 공개한 가운데 더 글로리 1·2편을 모두 몰아 봤다는 한 시청자의 말이다. 원래 ‘더 글로리’는 넷플릭스에 가입을 하고 구독료를 지불해야 시청할 수 있는 콘텐츠이지만, 이 시청자는 누누티비를 통해 더 글로리를 ‘정주행’했기 때문에 단 한 푼도 쓰지 않았다.
OTT에서 제공하는 영상과 크게 차이나지 않고, 홈페이지 역시 흡사 여타 OTT처럼 구성해 놓기도 했다. 보기 께름칙한 광고들 역시 불법 사이트인 점을 감안했을 때 적게 노출되는 편이다. 무엇보다 무료로 콘텐츠를 제공하기 때문에 최근 이용자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달 기준 총 동영상 조회수가 약 15억3800만 회에 달하는 등 국내 OTT업계보다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업계에 따르면 올해 2월 한 달간 활성 이용자 수가 10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넷플릭스 이용자 수가 약 1150만 명인 점을 감안할 때 넷플릭스 이용자 수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더 글로리 시즌2가 공개된 다음 날인 11일 기준 검색어 증가량을 확인할 수 있는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1개월간 불법 사이트인 누누티비의 검색량 상승률은 2000%를 넘었다. 누누티비 내에서의 더 글로리 시즌2 조회 수는 편당 200만~300만 회로 이미 주말(11~12일) 사이에 많은 이용자가 더 글로리를 불법으로 시청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콘텐츠는 보고 싶지만 비용을 내고 OTT를 구독하기엔 부담을 느끼는 이용자들이 구독을 하지 않고 누누티비를 이용하거나 OTT 구독 해지할 가능성도 있어 누누티비가 결과적으로 OTT 업계의 수익을 불법으로 가로채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OTT 업계 입장에서 지난달 누누티비 조회수(15억3800만 회)를 기준으로 VOD 대여료 2750원을 곱하면 4조2295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콘텐츠 부가판권과 해외 수출 등을 제외한 단순 계산임에도 4조 원이 넘는 추정 손실이 발생하는 셈이다.
‘누누티비1’ ‘누누티비2’… 도메인에 숫자 붙여 1씩 늘리는 식으로 수사 회피
이에 업계는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전부터 누누티비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공개적으로 대응하고 나서면 불법 사이트를 오히려 홍보하게 되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어 그간 강력한 제재에 나설 수 없었다. 하지만 피해가 커진 만큼 강력 대응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방송·영화 배급사·OTT 등 영상업계는 ‘영상저작권보호협의체’를 8일 구성해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세계 주요 저작권사 50여 곳으로 구성된 저작권 보호 전문 조직인 ACE도 힘을 합쳤다. 협의체는 9일 누누티비에 대한 형사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부산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도 16일 누누티비 사이트 운영자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기관 및 국제 공조를 통해 피의자를 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다. 20일 진행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누누티비가 언급된 것이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장관은 이날 “문체부에서 별도 TF를 구성해 누누티비를 비롯한 불법 사이트 문제에 정교하게 대응하고 개선책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에도 누누티비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데다 수사 중에도 그간 쉽게 잡히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미 눈덩이처럼 불어난 피해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콘텐츠를 무단으로 올렸다가 비판을 받고, 수사망이 좁혀오자 누누티비는 국내 OTT 및 콘텐츠를 모두 내리겠다고 선언해 향후 지속적인 추가 피해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누누티비는 사이트 주소에 숫자를 붙여 수사기관에 의해 사이트가 막힐 때마다 1씩 늘려 가는 식으로 매번 옮겨 수사를 피해 왔다. ‘누누티비1’ ‘누누티비23’ ‘누누티비33’ 이런 식이다. 검색 포털에서 누누티비를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나 질문글에서 옮긴 주소를 찾으려는 흔적이 수두룩하다.
누누티비는 사이트가 폐쇄되면 다시 접속할 방법을 안내하는 식으로 이용자 확보에 주력해왔다. 23일 콘텐츠 삭제를 공지하기 전날까지 누누티비는 ‘누누 실시간 접속주소 안내’라는 팝업창을 띄웠다. 홈페이지 상단에도 ‘접속 차단에 관한 새로운 주소 대비관련 안내’라는 문구가 있었고, 현재 공식 주소는 물론 도메인 주소가 막힐 경우 우회 경로를 안내하고 있었다.
법조계 관계자는 “저작권이 있는 영상 콘텐츠를 불법 공유 사이트에 게재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의거 명백한 불법이지만, 불법 사이트에 올라온 영상을 시청한 것만으로는 현재 처벌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처벌 대상은 아니지만, 불법 사이트에서 콘텐츠를 이용하는 것에서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고 합법적인 울타리 내에서 콘텐츠를 이용하려는 문화를 길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불법인 걸 알면서도 불법 사이트의 링크를 공유하면 불법행위 방조로 처벌받을 수 있고, 해당 콘텐츠들을 다운로드한 다음 타인이나 다른 사이트에 배포·업로드하는 행위 역시도 처벌 대상”이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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