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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 -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 활성화
긴축 완화 기대에 살아나는 ESG 채권… 녹색채권 외면은 여전
올 1~3월 ESG 채권발행 14.5조… 작년 12월부터 넉 달 연속 급증
한국 ESG 채권 중 80% 이상이 사회적채권… 녹색채권 발행 저조
“비용부담 낮추고 기업 기반 넓혀 민간 녹색채권 활용도 제고해야”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4-25 14:00:00
▲ 올 들어 ESG 채권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지난달 국내 ESG 채권 발행금액 8조4940억 원으로 전년동월(5조6930억 원) 대비 49.2% 늘어났다. 게티이미지뱅크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 시장이 다시 도약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 에너지 가격 급등 등의 여파로 ESG 채권 발행은 부진했지만 연초 긴축 완화 기대에 힘입어 조금씩 회복하는 양상이다. 
 
다만 친환경 사업에 투입하는 녹색채권은 여전히 부진하다. 주요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공공기관의 사회적채권 발행이 ESG 채권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에 탄소중립 전환에 발맞춰 민간기업의 녹색채권 발행을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월 ESG 채권 발행, 1년 전보다 49% ↑
 
작년 한 해 ESG 채권 시장은 불황이었다. 블룸버그·현대차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ESG 채권 발행금액은 8207억 달러로 전년(1조1375억 달러) 대비 27.9% 급락했다. 채권 발행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2007년 ESG 채권 발행 이후 처음이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조달금리 상승·경기침체 우려 등이 ESG 채권 수요를 누그러뜨린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 상황은 더 심각했다. 국내 ESG 채권 발행금액은 2021년 86조7510억 원에서 2022년 57조2204억 원으로 무려 34% 이상 빠졌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쇼크·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채권 발행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영향”이라며 “ESG 채권은 기업들의 ESG 관련 프로젝트를 위한 목적 발행인데 작년 하반기 자금 경색 국면과 올해 경기침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지난해) 신규 프로젝트 투자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들어서는 ESG 채권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ESG 채권 발행금액 8조4940억 원으로 전년 동월(5조6930억 원) 대비 49.2% 늘어났다. 올 1~3월을 합치면 14조5080억 원이다. 
 
작년 1분기(15조6730억 원)와 비교해 조금 적지만 작년 12월부터 넉 달째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해석할 만하다. ESG 채권 거래대금도 지난해 3월 85억 원에서 올해 3월 158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상태다.
 
2분기에 돌입한 이달에도 ESG 채권 발행은 활발하다. 포스코퓨처엠(AA-)은 19일 열린 ESG 채권(한국형 녹색채권) 수요예측에서 ‘완판’에 성공했다. 공모금액(1500억 원)보다 7배 많은 1조600억 원의 주문을 받았다. 3년물 1000억 원에 8100억 원, 5년물 500억 원에 2500억 원이 들어왔다. 
 
흥행에 성공하면서 포스코퓨처엠은 3000억 원의 증액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상북도 포항시 양극재 공장의 시설자금 용도로 자금을 쓸 계획이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박서현 기자] ⓒ스카이데일리
 
한화(A+)도 13일 ESG 채권 2년물 1150억 원, 3년물 750억 원을 발행했다. 당초 1000억 원만 발행하려 했지만 목표액의 7배 넘는 주문이 들어오면서 발행 규모를 1900억 원으로 2배 가까이 늘렸다. 그밖에 우리카드(AA) 2200억 원, 한국남부발전(AAA) 500억 원, 한국장학재단 1100억 원, BNK캐피탈(AA-) 300억 원 등의 ESG 채권이 이달 발행됐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올해 ESG 채권에 대한 관심도는 재차 높아질 것”이라며 그 배경에 대해 “아직 대내외 불확실성 요인들이 높지만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발생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급등세를 보인 에너지 가격이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고 인플레이션도 완화 흐름을 유지하는 한편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마무리 국면에 진입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韓 ESG채권, 공공부문의 사회적채권 발행 위주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실제 사정은 조금 다르다. 국내 ESG 채권 발행시장은 여전히 공공부문(발행주체)의 사회적채권(유형)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올 1분기 발행된 ESG 채권 14조5000억 원 중 11조8000억 원이 공사채 발행이었다. 유형별로도 사회적채권 13조2000억 원·녹색채권 1조1000억 원·지속가능채권 1700억 원 등 한쪽으로 크게 쏠렸다.
 
정혜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높은 금리 수준과 통화정책 불확실성, 경기 침체 우려 속 일반기업의 ESG 채권 발행은 저조했다”며 “연초 크레딧 강세 속 일반 회사채 발행시장이 호황을 맞았으나 발행 절차가 복잡한 ESG 채권 발행 수요는 미미했다”고 말했다.
 
이는 녹색채권 위주로 발행하는 글로벌 시장과 대조적이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지난해 발행된 전 세계 ESG 채권 유형은 녹색채권 5020억 달러, 지속가능채권 1700억 달러, 사회적채권 148억 달러 순이었다. 올 1,2월에도 전체 ESG 채권 발행액(1920억 달러) 중 녹색채권은 1120억 달러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사회적채권(330억 달러)보다 세 배 이상 많았다.
 
주요국들은 한걸음 더 나아가 녹색채권 발행 촉진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5월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리파워(RePower)EU’ 전략을 발표했다. 
 
이 방안은 해상풍력·태양광 설비 증설 등 재생에너지 생산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27년까지 2100억 유로, 2030년까지 3000억 유로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EU의 ‘녹색 분류체계’에 기초한 녹색채권 발행이 적극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박서현 기자] ⓒ스카이데일리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제정해 녹색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IRA는 3690억 달러 규모의 재생에너지 생산·전기차 도입 등에 대해 보조금·대출을 지원하고 2600억 달러의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법안이다. 녹색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중국의 경우 작년 8월 새 ‘녹색채권 원칙’을 발표하면서 국제적 표준인 국제자본시장협회(ICMA)의 ‘녹색채권 원칙’과의 괴리를 좁혔다. 조달자금의 100%를 온전히 적격 녹색 프로젝트에만 사용하도록 규정했다. 이를 통해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을 우려해 그간 투자를 주저한 해외 투자자들이 중국의 녹색채권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도 손을 놓고 있진 않다. 환경부는 올 2월부터 ‘한국형 녹색채권(녹색채권 가이드라인에 따라 발행되는 채권)’ 발행 시 한시적으로 이자비용을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3조 원 규모의 발행을 목표로 이자 비용을 기업 당 최대 3억 원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예산 규모는 77억 원이다. 발행 부담이 큰 중소·중견기업에 대해 발행금액의 0.4%, 대기업·공공기관에는 0.2%의 금리를 지원할 계획이다. 지원 기간은 발행일로부터 1년이다.
 
다만 해당 사업이 시범적이고 한시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라서 민간기업의 녹색채권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장기적이고 큰 규모의 지원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발행사와 더불어 세제혜택 등 투자자에 대한 지원정책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최순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녹색채권 발행 기업의 기반 확대에 대한 방안도 필요하다”며 “한국은 탄소집약적 산업구조로 녹색채권 발행에 접근성이 떨어지는 기업들이 많이 있다. 한국과 유사한 산업구조인 일본은 기업들의 탈탄소화 투자를 전환채권·전환대출로 인정받고 자금조달을 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 연구위원은 “전환채권은 아직 국제적으로 독립적인 ESG 채권으로 인정되지 않고 전환채권을 둘러싼 여러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한국의 탄소중립 전환의 시급성을 감안할 때 기업의 ESG 채권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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