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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투자서비스인 ‘다이렉트 인덱싱(direct indexing)’이 투자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는 펀드매니저처럼 투자자가 스스로 종목을 고르고 투자 비중을 정해 지수를 만드는 상품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새로운 수익원으로 ‘다이렉트 인덱싱’을 낙점하면서 관련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미국에서 성공한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직접투자 대중화·세제 개편·소수점 거래 등에 힘입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과도한 수익률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NH證·KB운용, 다이렉트 인덱싱 서비스 출시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은 다이렉트 인덱싱 서비스인 ‘마이포트’ 개발을 끝내고 이달 말부터 증권사에서 비대면 자문솔루션 형식으로 상용화에 돌입한다. 마이포트는 KB자산운용이 작년 9월 다이렉트 인덱싱 사업 진출을 결정한 후 6개월간 인공지능(AI) 투자박사 등 펀드매니저들의 운용경험과 역량을 내재화해 만든 솔루션이다.
올 2월에는 NH투자증권이 금융투자업계 최초로 ‘NH다이렉트인덱싱’ 서비스를 정식으로 출시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QPMS(퀀트 포트폴리오 관리 시스템) 운용성과를 바탕으로 한 투자자문서비스 시장에 진출하면서 다이렉트 인덱싱을 타진하고 있고 한화자산운용은 작년 4월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다이렉트 인덱싱 기업에 대한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다이렉트 인덱싱은 투자자가 직접(Direct) 개인의 선호·투자 목적 등을 반영해 맞춤형 지수(Index)를 구성하고 이를 고객계좌 내에서 개별종목 단위로 운용하는 자산관리 서비스다. 펀드매니저가 상장지수펀드(ETF)를 구성하는 것과 비슷하다. 다이렉트 인덱싱을 활용하면 특정 섹터의 비중을 늘리거나 줄인 개별화된 포트폴리오를 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코스피200 지수에 투자하고 싶은데 바이오섹터에 부정적이라면 코스피200 ETF의 투자 종목을 나열한 후 바이오 종목을 선택한 뒤 삭제할 수 있다. 삼성전자 등 반도체섹터의 비중을 높이는 것도 가능하다. 배당 성향이 높은 종목만으로 지수를 구성할 수도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 다이렉트 인덱싱을 주목하는 이유는 빠른 성장세다. ‘미래 먹거리’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올리버와이먼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다이렉트 인덱싱 시장 운용자산(AUM) 규모는 2018년 1300억 달러, 2019년 2700억 달러, 2020년 3500억 달러로 매년 성장하고 있다. 2025년에는 1조5000억 달러(약 1969조 원)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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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박서현 기자] ⓒ스카이데일리 |
글로벌 자산운용사도 다이렉트 인덱싱에 눈독들이고 있다. 창사 이래 한 번도 인수합병(M&A)을 하지 않았던 뱅가드는 2021년 7월 맞춤형 포트폴리오 업체 저스트인베스트를 사들였고 세계 최대 운용사인 블랙록은 2020년 11월 다이렉트 인덱싱 업체 아페리오를 인수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도 2020년 다이렉트 인덱싱 업체 파라메트릭을 인수하고 자사 자문인력과 파라메트릭의 다이렉트 인덱싱 기법을 융합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다이렉트 인덱싱를 통해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2025년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으로 투자자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에서 발생한 합산 소득이 연간 5000만 원 이상이면 수익의 20~25%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이때 지수 구성 종목 중 손실을 본 종목만 골라 매도하면 총수익 규모가 줄어들기 때문에 금투세를 피할 수 있다. 기존 투자수단 대비 월등히 높은 투자자 자율성과 낮은 수수료 등도 장점으로 꼽힌다.
허율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이렉트 인덱싱의 가장 큰 장점은 개인화의 정도가 무궁무진하다는 점”이라며 “실제 개별 투자주체의 계좌 보유내역이다 보니 월간으로 성과나 구성종목이 파악 가능한 뮤추얼펀드(mutual fund)와 대비해서는 확연히 투명성이 높고 ETF 대비로도 투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ETF나 뮤추얼 펀드에서는 불가능한 개별종목 매매를 통해 절세도 할 수 있고 평균 수수료도 뮤추얼펀드 대비 확연히 낮다”고 진단했다.
“다이렉트 인덱싱, 패시브 투자의 새로운 장을 열 것”
다이렉트 인덱싱이 ‘미래 먹거리’로 부각되면서 금융투자업계 내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시장에 진출한 NH투자증권과 KB자산운용은 서로 다른 사업 전략을 펼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자체 인프라를 강점으로 삼았다. 코스피·코스닥과 같은 기본 지수뿐만 아니라 ‘NH i-셀렉트’라는 자체 지수를 개발했고 자사 MTS인 QV(큐브)·나무(NAMUH)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증권사 자체 개발이라는 장점을 살려 NH투자증권에 개설된 계좌를 통해 원스톱으로 서비스가 가능하다”며 “리더보드를 통해 다른 투자자들과 지수 성과를 비교해 경쟁하거나 다른 투자자들의 지수를 복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KB자산운용은 서비스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포트폴리오 설정 능력 등 운용 경험을 활용해 서비스 질을 끌어올리면서도 증권사 등과 협업해 사업 기회를 넓혀 플랫폼 비즈니스를 강화할 것이라는 계획이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알고리즘 형태를 넘어 초고도 리서치 자료와 전문가의 자문을 받을 수 있는 플랫폼 비즈니스로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한편 시장에서는 다이렉트 인덱싱이 패시브(Passive) 투자의 새로운 장을 열 것으로 보고 있다. ETF 시장의 경직성과 상품 간 유동성 격차 등 ETF의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고 중장기적으로 개인투자자의 투자행태를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ETF를 출시하는 데 상장심사 등 시간이 소요되는 점과 대형 운용사가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상품공급자의 진입이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다이렉트 인덱싱 기술은 패시브 투자 생태계의 경직성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며 “투자자산의 규모와 상관없이 투자자로 하여금 분산된 포트폴리오 투자를 가능하게 하고 패시브 투자 방식으로 불필요한 거래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금투세 도입 및 증권거래세 폐지·소수점 거래 활성화 등으로 다이렉트 인덱싱의 활용이 늘어날 전망이다.
김 연구위원은 “다이렉트 인덱싱은 패시브 투자 시장의 새로운 기회”라며 “우리나라와 같이 개인투자자가 많고 직접투자가 대중화된 시장에서는 기대효과가 클 것이다. 또 국내서 ETF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다이렉트 인덱싱이 기존 패시브 투자 솔루션보다 우월하거나 추가적인 수익률을 더 가져다줄 수 있는 수단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이렉트 인덱싱 투자를 지나치게 자율적으로 운용할 경우 액티브 투자와 다를 것이 없어 유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허 연구원은 “수십 년간 패시브 투자가 각광을 받은 것은 액티브 투자 대비 장기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거두었기 때문이지 ETF가 투명성이 높고 비용 효율적이고 투자 접근성이 높아서가 아니다”라며 “실제로 대부분의 뮤추얼펀드들은 벤치마크 지수 대비 개별 종목의 비중을 확대·축소하는 형태 또는 특정 테마 등에 노출하는 형태로 운용하는데 장기적으로 시장 대비 초과 성과를 내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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