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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령그룹 창업주 김승호 회장(사진 원)의 외손자인 김정균 이사는 지난 1월 보령제약 핵심부서 중 하나인 기획전략실에 소속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김 이사에 대한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영 승계를 위한 섣부른 판단을 내린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김 이사가 지분의 100%를 보유한 보령수앤수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불거져 증권가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사진은 보령그룹 본사 전경. ⓒ스카이데일리
창업주 3세 수면 위 부상, 고개 드는 ‘자질론’
보령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보령제약은 지난 1월 9일 김정균 씨가 이사로 같은 달 2일자 신규 선임됐다고 공시하면서 주식 소유 현황을 공개했다. 김 이사는 지난해 말 기준 보령제약 보유 주식수가 10만1823주에서 올 1월 1일자로 무상신주 5107주를 추가로 취득해 10만6930주(1.39%)가 됐다고 공시했다. 비등기이사인 김 이사는 보령제약의 핵심부서 중 하나인 기획전략실에 소속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30세라는 젊은 나이(1985년생)에 중견제약사인 보령제약의 이사로 선임된 김 이사는 창업주인 김승호 회장의 외손자이자 현재 보령제약의 경영을 맡고 있는 장녀 김은선 회장의 아들이다. 슬하에 아들 없이 딸만 넷을 둔 김 회장은 김은선 회장에게 기업을 물려주었다. 업계는 “딸에게 물려준지 얼마 되지 않아 3세 경영인인 김 이사까지 기업 경영에 참여하게 됐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김 이사는 일찌감치 보령제약의 경영권을 이어 받을 후계자로 거론돼 왔다. 지난 2009년 김 이사의 성(姓)이 ‘유’씨에서 외가쪽 성씨인 ‘김’씨로 변경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후계구도는 더욱 설득력을 얻었다. 더불어 2010년에는 김 이사가 그의 이모들이 보유했던 지주회사 ‘(주)보령’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지분율을 기존 10%에서 25%까지 대폭 끌어올리자 사실상 김 이사를 보령그룹의 차기 오너로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가 엿보였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2014년 3월 31일 기준) ⓒ스카이데일리 <도표=최은숙>
이런 상황에서 김 이사가 올해 초 돌연 핵심부서의 중책을 맡자 업계는 당연한 수순이라는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김 이사에 대해 알려진 바가 적은 데다 경영 능력 또한 검증되지 않은 점을 들어 우려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 같은 우려는 상장기업인 보령제약의 소액투자자들 사이에서 더욱 높게 들렸다.
보령제약의 투자자를 자처한 A씨는 “일반적으로 기업의 후계자들은 적게는 수년에서 많게는 수십 년까지 경영 일선에서 차근차근 경영수업을 받는 것 아니냐”면서 “그런데 김 이사는 지금까지 보령제약의 계열사 임원으로 등재된 채 출근조차 하지 않았다. 나아가 경영능력에 대해서도 알려진 바 없음에도 돌연 핵심부서의 중책을 맡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처럼 보령제약은 향후 경영 전반을 이끌어 나갈 인물의 능력 검증이 상당히 중요한 일임에도 그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며 “단지 후계자라는 이유만으로 젊은 나이에 낙하산 인사를 통해 기업 핵심부서의 중책을 맡은 것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불안감을 키우는 사안이다”고 덧붙였다.
보령제약 3세 김정균 이사 개인 소유 계열사 ‘논란의 핵’ 주목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이처럼 최근 보령제약 3세 경영인의 등장에 업계와 투자자들의 시선이 모아진 상황에서 지난해 보령제약과 그 계열사들 간에 펼쳐진 지배구조 변화 움직임이 새삼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김정균 이사가 지분을 다수 보유한 계열사를 중심으로 한 일련의 움직임들은 “경영 승계를 겨냥한 것”이란 해석을 낳으며 관심이 높았다.
하지만 김 이사와 깊은 연관이 있는 일부 계열사의 행보에서는 석연찮은 부분도 업계에 알려지면서 잡음이 흘러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은 지난해 말 기준 김 이사가 지분을 100% 보유한 보령수앤수의 계열사 지분 매입 과정에서 불거진 ‘주식 저가 매입 의혹’이다.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보령수앤수는 지난해 지주회사인 (주)보령이 보유중인 보령바이오파마의 주식 전부인 20만5400주(33.7%)를 사들였다. 2012년 말 보령바이오파마의 주주는 보령수앤수가 40만주에 65.6%로 최대주주인 가운데 보령이 2대주주였다. 나머지는 김은선 회장 0.4%(2600주), 김정균 이사 0.3%(2000주) 등으로 100%(61만주)를 구성하고 있었다.
또한 보령바이오파마는 지난해 4월과 9월에 총 9만3684주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는데, 보령수앤수는 이 중 7만3176주를 현물출자(토지, 장부가액 6억6827억원) 방식으로 사들여 67만8756주(96.4%)를 보유한 절대적인 최대주주가 됐다. 김 이사는 2만508주를 사들여 2만2508주(3.2%)를 보유하게 됐고 나머지 지분 2600주는 김은선 회장이 계속 보유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보령수앤수가 보유한 보령바이오파마의 지분율은 전년 말에 비해 30.8%로 크게 올랐다. 김 이사가 지분의 100%를 보유한 보령수앤수가 개인 기업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를 받아 온 가운데 결국 보령바이오파마 또한 사실상 김 이사 개인적으로 소유(지배)한 회사나 다름없게 됐다.
보령수앤수가 지난해 주식을 매입하는데 투입된 비용은 총 21억2468만원 가량이다. 이 중 (주)보령으로부터 주식을 매입하는데 지불한 금액은 14억4129만원으로, 주당가(총 20만5400주)는 약 7017원이다. 또 유상증자 주식을 매입하는데 지불한 금액은 6억8339만원으로, 주당가는 약 9339원이었다.
보령수앤수는 유상증자 주식 보다 보령이 보유했던 주식을 주당 약 2322원 더 싸게 매입한 셈이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더불어 보령수앤수가 매입한 주식의 장부가액(평가액)을 매입가에 비해 현저히 높게 매긴 점은 ‘주식 저가 매입 의혹’에 논란을 부채질했다. 보령수앤수는 2012년 말 보유했던 보령바이오파마 주식의 장부가액을 총 40억1743만원, 주당가격 1만44원으로 책정했다. 그런데 지난해 말에는 장부가액을 전년에 비해 3배 가량 증가한 131억1202만원, 주당가 1만9323원으로 평가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보령수앤수가 책정한 보령바이오파마의 장부가액만 보더라도 보령으로부터 매입한 주식과 유상증자 주식 모두 평가액에 비해 현저히 싸게 매입한 셈”이라며 “이 같은 사실 때문에 주식 저가 매입 의혹이 불거졌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김 이사 개인소유나 다름없는 계열사에 대한 ‘퍼주기 논란마저 일고 있다”고 말했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최근의 주식 저가 매입 의혹에 대해 “회계법인을 통해 평가액을 산출하고 거래한 것 뿐이다”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거래가 이뤄졌는데 문제 될 것 없지 않느냐”고 일축했다.
지분이익 대폭 증가에 폭탄배당론, 김정균 개인 계열사 퍼주기 논란
▲ 지난해 말 기준 보령그룹의 실질적인 후계자로 지목된 김정균 이사는 지분 전량을 보유한 보령수앤수의 주식 저가 매입 의혹 등으로 ‘개인 계열사 퍼주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스카이데일리
지난해 보령수앤수의 현저한 실적 변화는 ‘김 이사 개인 계열사 퍼주기 논란’에 기름을 붓는 일이 됐다.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보령수앤수의 2012년 실적(개별)은 매출액 약 220억원, 영업이익 약 7.8억원, 당기순손실 약 7.4억원 등을 기록했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매출액 약 203억원, 영업손실 약 4.1억원을 각각 기록한 가운데서도 당기순이익은 약 47억원을 시현했다.
지난해 보령수앤수의 손익계산서를 살펴보면 비용항목 중 판관비에 포함되는 지급수수료가 전년에 비해 약 3배 가량 오른 22억원을 나타내 영업이익 적자에 영향을 미쳤다. 지급수수료는 보통 ‘서비스 요금’이라 불리는데, 금융권의 수수료 외에도 고문료 및 전문 자격사(변호사·법무사·세무사 등)의 용역 수수료 등이 여기에 속한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하지만 보령수앤수는 2012년 영업외 수익 항목 중 지분법 이익이 0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무려 66억원을 나타냈다. 지분법 이익은 보령수앤수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로부터 배당금 명목으로 받은 금액 등을 일컫는다. 그중 보령수앤수가 지난해 말 기준 96.4%를 보유중인 보령바이오파마는 27억4437만원의 배당(처분일 2014년 3월31일)을 실시해 주목됐다.
회계 전문가는 “보령수앤수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들은 이전까지 배당을 실시하지 않다가 지난해 배당을 실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2012년 순손실을 기록했던 보령수앤수는 지난해 흑자를 기록하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제약업계 한 중역은 “지난 2010년 이후 김정균 이사가 지배력을 넓혀가면서 사실상 보령제약의 후계자로 지목됐고, 올 1월에는 그룹 경영에 까지 본격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지난해 김 이사가 지분을 100% 보유한 계열사의 영향력이 대폭 상향된 점은 ‘기업 내 영향력 확대 및 지배체제 구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는 움직임으로 업계는 봤다”고 말했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또한 그는 “일각에선 아직까지 보령제약과 그 계열사들의 지배구조에서 김은선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가 갖춰진 점을 이유로 지난해 발생한 일련의 움직임을 ‘김 이사 중심의 지배체제 구축을 위한 곳간 채우기 행보’로 보는 견해도 적지 않다”며 “특히 지난해 보령수앤수가 지분법 이익을 통해 흑자 전환 하면서 전년에 비해 높은 배당금을 지급한 점은 이런 해석들에 무게감을 실어 주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보령수앤수는 2012년엔 적자에도 불구하고 1억9600만원의 배당금을 김 이사에게 챙겨준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엔 전년 대비 약 4배 이상 증가한 8억8200만원의 배당금을 지급했고, 이는 고스란히 지분의 100%를 보유한 김 이사의 주머니로 전부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보령수앤수는 언제든 배당 등이 가능한 미처분이익잉여금도 지난해 81억5959만원에 달해 전년의 34억858만원에 비해 약 47억원이나 급증했다. 김정균 이사가 보령수앤수(96.4%) 및 자신의 지분(3.2%)을 통해 거의 100% 지배하고 있는 보령바이오파마의 지난해 미처분이익잉여금도 100억6116만원에 달해 전년의 26억4063만원에 비해 약 74억원 폭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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