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금융사고 나면 경영진 직접 문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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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판 중대재해법 내년 시행
횡령·불완전 판매에 특단 조치
이사회 내부통제 역할도 강화

임진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9-11 10:18:54

▲ 서울 시내의 한 건물 앞에 주요 은행 ATM이 나란히 설치돼 있다. 이종원 대기자 ⓒ스카이데일리

대형 금융사고 발생 시 경영진에 직접 책임을 묻는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이 내년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금융사에서 대규모 횡령 사건이나 펀드 불완전판매 등 금융사고가 연달아 터지면서 더욱 강력한 극약처방이 도입되는 셈이다.

11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위원회와 내부 조율을 거쳐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 초안을 마련해 조만간 대표 발의할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정부 입법보다 국회의원 입법이 법안 처리 속도가 빠르고 시행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고 판단해 내부통제 관련 임원별 책임 범위를 사전 확정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을 국회 입법으로 추진하기로 한 바 있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시행된다. 실제 적용은 법 시행 후 최초 소집되는 주주 총회일부터 적용된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가 법안 대표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법안이 금융당국의 입장을 반영했기 때문에 법안 통과에 무리가 없어 내년 중 시행될 것이라는 것이 전체적인 시각이다.

법안은 금융사의 책임성 있는 내부 통제 제도의 운영을 위해 내부통제에 관한 이사회의 감시 역할을 강화하고 금융사 개별 임원에게 소관 업무 영역별로 내부통제 관리 의무와 책임을 사전에 명확히 부여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자세히 살펴보면 우선 이사회의 내부통제 역할이 강화된다.

내부통제 및 위험 관리 정책 수립과 감독에 관한 사항을 이사회의 심의·의결 대상에 포함하고 이사회 내에 소위원회로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한다.

내부통제위원회는 내부통제 기본 방침·전략과 임직원 윤리·준법의식 제고를 위한 조직문화 정착 방안 등을 심의·의결하고 임원의 내부통제 관리업무에 대한 점검 및 개선 요구 등을 수행하도록 했다.

영국 등 선진국에서 개별 임원의 내부통제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 도입·운영 중인 책무구조도(responsibilities map) 제도를 국내에 도입한다.

이를 통해 각 임원이 소관 영역에 대한 내부통제 관리 의무를 이행하도록 하고 내부통제 전반의 최종 책임자인 대표이사 등에는 총괄적인 내부통제 등 관리의무를 부여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최고경영자(CEO) 등은 임원에게 중복 또는 누락 없이 배분한 내부통제와 관련한 책무 구조도를 이사회 의결을 거쳐 마련하고 이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이는 금융사 내에서 내부통제 시스템적 실패에 대해 책임을 명확히 하고자 하는 취지다.

현행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은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등만 명시돼 있고 임원별 구체적 책무가 정해져 있지 않아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많았다.

다만 금융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관리의무가 있는 임원들이 최선을 다해 내부통제 등 관리 조치를 실시한 경우에는 해당 임원의 책임을 경감 또는 면제해주기로 했다.

임직원의 법령 또는 내 통제 기준 등 위반 행위의 발생 경위 및 정도와 결과 등도 고려된다.

정부는 작년 1월27일부터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 원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 중이다.

이번에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금융권에서도 금융사고 시 경영진이 처벌받게 되는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이 도입되는 셈이다. 이에 금융권 내부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은행을 중심으로 각종 횡령 등 내부통제 미흡 사고가 연잇고 있어 CEO까지 중징계해야 하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최근 경남은행에서 1000억 원대 규모의 횡령 사고가 터진데 이어 KB국민은행 직원들은 업무상 알게 된 고객사들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27억 원 규모의 주식 매매 차익을 챙긴 사실이 적발됐다.

지방은행 중 최초로 시중은행 전환을 준비 중인 DGB대구은행은 고객 몰래 문서를 꾸며 증권계좌 1000여개를 개설했다는 의혹이 드러났다.

롯데카드 직원들은 100억 원대 배임 사건을 저질러 금융감독원이 검찰에 고발했다. 새마을금고에서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약 130억 원 규모의 고객들 돈에 손을 댄 직원 2명이 최근 징역 선고를 받기도 했다.

임진영 기자 jy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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