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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지지 않은 우리말 중에 ‘계집어르다(장가들다)’ 혹은 ‘남진어르다(시집가다)’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어르다’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것을 보통은 ‘결혼하다’라고 풀이하고 있다. ‘계집어리(아내가 아닌 여자와 정을 통함)’라는 말을 통해 ‘어르다’라는 의미를 유추할 수 있다. 이러한 단어들을 통해 ‘어른’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유추해 보자.
향가 중에 ‘서동요’가 있다. 서동(마동)이가 선화공주를 흠모하여 아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쳐 주고 서라벌에서 부르게 했다는 노래다. “선화 공주님은 남몰래 얼어 두고 마동이를 밤에 몰래 안고 가더라”라고 되어 있다. 여기서 ‘남몰래 어르다’라는 말이 나온다. 이 말은 “사통하다” 혹은 “성관계를 맺다”로 풀이한다. 요즘은 “정을 통했다”고 하기도 한다.
‘어르다’의 변형된 모습이 ‘어른’이다. 그러므로 ‘어른’은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물론 성적인 능력이 있는 사람(성인)이라고 할 수도 있다. 예전에는 결혼을 해야만 어른이 될 수 있었다. 그러므로 어린 아이를 보고 ‘아름답다(어른답다)’고 하는 것은 실례다. 아이들에게는 예쁘다고 하는 것이 맞다. 특이한 것은 ‘어른’이라는 말은 관형사인데 명사로 쓰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말 참 어렵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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