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현장 중심 조직 개편… 내근 줄이고 순찰 인원 9000명 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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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순찰대·형사기동대 신설… 행정·관리직은 슬림화
서 마다 범죄예방 전담부서… ‘예방 중심' 치안업무 재편

류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9-19 19:35:37

▲ 경찰청이 조직개편안을 발표하고 대대적인 내부 혁신에 돌입했다. 특히 사무직 인력을 대폭 축소하고 현장 중심으로 인력을 투입해 국민의 안전 체감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사진 연합뉴스.

경찰이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감행해 내근 사무직을 축소·통폐합하고 강력팀 형사 인력을 우범지역에 투입해 순찰 인력을 9000명 넘게 늘리기로 했다. 이는 최근 벌어진 흉기 난동 등 강력 범죄에 대처하기 위한 조직 개편 안으로서 일선 치안 강화를 통해 국민의 안전 체감도를 높이려는 취지다.

경찰청은 18일 이 같은 내용의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특히 경찰청과 18개 시·도 경찰청 및 259개 경찰서 등 모든 경찰관서에 범죄예방 전담 조직을 신설하기로 했다. 또한 본청에 범죄예방대응국을, 시·도청과 경찰서에 범죄예방대응과를 두고 지역경찰 및 112상황 기능의 역량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행정·관리 업무를 하는 내근 부서를 통폐합하고 이에 따라 감축한 인력 2975명을 순찰과 범죄예방 활동에 투입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경찰청은 교통국은 생활안전교통국으로, 수사국과 사이버수사국은 수사국으로, 형사국과 과학수사관리관은 형사국으로 통합한다. 또한 시·도청 역시 중복된 업무를 합치는 방식으로 경찰서 정보 업무를 시·도청으로 통합시키고 외사 역시 안보수사·정보 기능으로 넘기기로 했다.

그러나 경찰은 조직개편으로 확보한 인력을 지구대와 파출소에 배치해서 즉각적인 효과를 얻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기동순찰대를 신설하기로 했다. 그리고 시·도청 강력팀 인원을 차출해 16개 부대, 1320명 규모의 권역별 형사기동대를 신설한다. 무엇보다도 유흥가 등지에 투입해 범죄 분위기를 사전 제압하고 조직범죄에 대응하는 역할을 맡는다.

경찰청은 국무회의 등을 거쳐 조직개편이 확정되는 대로 경무관 이상 인사를 실시하고, 중심지역관서 등 일부 부서에 대한 시범 운영 등을 거쳐 일선 현장 인사를 낸 뒤 내년 초에 배치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중 후속되는 하위법령과 사무분장 정비 등의 과정에서 인력 재배치 규모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조직 개편으로 현장 인력을 보강하면 특별치안 활동 같은 수준의 범죄예방 활동이 지속될 수 있다”면서 “다음 달까지 대통령령 개정을 마무리하고 11월 정원을, 12월 장비·사무실을 조정해 직원들은 내년 초부터 실제 바뀐 조직에서 일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윤 청장은 이어 "이번 조직 개편의 핵심은 경찰조직을 범죄예방과 대응이라는 본질적 치안업무 중심으로 재편하고 현장의 대응역량을 극대화하는 데 있다"며 "경찰조직의 범죄예방·대응 기능이 강화되면서 국민 일상의 평온을 지켜가는 데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일선 현장의 경찰관들은 순찰 인력을 늘리는 것만으로 얼마큼 범죄를 예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그 실효성에 의문을 갖는 분위기다. 강력계 근무 경력이 있는 서울의 A 경감은 "국민 불안을 해소하는 데 집중한 걸로 보인다"면서도 "범죄 예방에는 폐쇄회로(CC)TV 1대가 형사 100명보다 낫다. 경찰 순찰활동의 범죄예방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연구도 여럿인 걸로 안다"고 말했다.

또 서울의 한 경찰서에 근무하는 B 경정은 "최근의 치안 불안은 무동기·이상동기 범죄 때문인데 다른 데서 해결책을 찾는 듯해 직원들 불만이 크다"며 "순찰을 안 돌거나 현장에 인력이 없어서 그런 범죄가 발생한 게 아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현장 경찰관들의 업무 부담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많다”고 현장 여론을 전했다.

반면 실제 치안 효과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내부 의견도 있다. 서울 지역의 한 경찰 간부 C씨는 "시대가 많이 바뀌어 범죄 발생 빈도나 양상이 과거와 크게 바뀐 만큼 치안을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조직 개편 필요성은 충분히 있었다고 본다"며 "일부 조직을 통폐합하고 줄여 현장에 배치한다는 것은 '노는 인력'을 줄이는 효과가 분명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 효율성 있는 조직 운영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서울 지역의 또 다른 경찰관 D씨는 "내근 인력을 이래도 되나 할 정도로 대폭 줄이는 것이 맞다"며 "다만 각 부서 업무량과 중요도를 정확히 측정, 평가해서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부서의 인력이 감축되는 방향으로 개편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연구기관 등 외부의 평가가 조직개편에 반영됐으면 한다"며 "내부에서 평가하면 자기 발밑을 허물어뜨리는 본질적인 개혁이 불가능하다"는 견해도 덧붙였다.

류혁 기자 ryu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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