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손실 뻔한데… 한국투자증권 ‘선 넘은 성과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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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4년간 PF 담당 임직원 1명에 평균 4억1000만 원 지급
PF 신용공여액 2조5000억 원… 9개월 새 4위→1위 ‘껑충’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0-24 18:51:07

▲ 23일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부동산 PF 신용공여액은 2조2587억 원으로 작년 말(1조9324억 원) 대비 16.9% 불어났다. ⓒ스카이데일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부진 속에서 한국투자증권이 PF 담당 임직원들에게 평균 4억 원의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증권사 중 가장 큰 규모다.

문제는 한국투자증권의 PF 상황이 그리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9개월 새 3000억 원의 신용공여액을 더 쌓으며 업계 1위로 올라섰다. PF 리스크 여파로 3분기 실적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2019∼2022년 임직원에게 1411억 원의 부동산 PF 관련 성과급을 지급했다. 증권사 9곳의 평균금액(946억 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연평균으로 치면 353억 원 정도다.

임직원 1명에게 지급한 금액은 증권사 중 제일 많았다. 한국투자증권은 4년간 부동산 투자은행(IB) 인력 86명 대상으로 평균 4억900만 원의 성과급을 줬다. 2위인 메리츠증권(3억9800만 원)보다 1000만 원가량 많은 규모다. 키움(1억7500만 원)·신한투자(1억3700만 원)·삼성(1억3500만 원)·KB(1억2700만 원)·미래에셋(1억2200만 원)·NH투자(1억200만 원)·하나(6900만 원) 등 나머지 증권사보다는 성과급이 2~4배 컸다.

문제는 한국투자증권이 부동산 PF 사업에서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PF 신용공여액은 23일 기준 2조2587억 원으로 작년 말(1조9324억 원) 대비 16.9% 불어났다.

이 기간 증권사 전체의 PF 신용공여액이 21조4535억 원에서 18조6617억 원으로 줄어든 것과 상반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작년 말까지만 해도 삼성·KB·메리츠증권보다 신용공여액이 적었지만 현재는 증권사 중 가장 많다.

질적으로도 문제다. 증권사의 PF 신용공여는 ‘매입보장’과 ‘매입확약’으로 나뉜다. 매입보장은 증권사가 유동성만 제공하는 것이지만 매입확약은 시행사가 PF 대출을 갚지 못하거나 차환하는 데 실패하면 대신 대출금을 갚거나 차환 부족분 매입해야 해 위험성이 크다. 23일 한국투자증권의 매입확약 규모는 2조2141억 원으로 전체 신용공여액의 98%를 차지한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박서현 기자] ⓒ스카이데일리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성과급이 높게 나온 것은 PF 사업이 호황이던 시기를 포함하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올해는 부동산 PF 시장이 좋지 않아 성과급이 전무하다”며 “성과급은 바로 나오지 않고 이듬해 나온다. 작년 성과급은 재작년 성과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PF 사업에 몰두하는 만큼 위험성도 커졌다. 2017년 말 1조9711억 원이던 한국투자증권의 채무보증은 2018년 2조7948억 원으로 불어났고 2022년 말엔 5조2641억 원에 이르렀다. 지출 시기나 금액이 불확실한 부채인 채무보증충당부채도 △2018년 21억 원 △2019년 27억 원 △2020년 77억 원 △2021년 154억 원 △2022년 525억 원 등 매년 규모를 키웠다.

PF 리스크는 끝나지 않았다. 수익성을 흔들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의 3분기 순이익은 1930억 원으로 추산됐다. 전분기(2201억 원) 대비 12.3% 줄어든 수치다. 부동산 PF 시장 부진이 실적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3분기 실적은 부동산 PF의 부진한 업황이 이어지면서 더딘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강점을 보여 왔던 IB 부문은 신규 딜 부재에 따른 수수료수익 감소와 부동산 경기 악화로 인한 충당금 적립 기조가 이어질 것이다”고 예상했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도 “국내외 부동산 시장 조정이 지속되고 그룹사 전체 PF 익스포져가 5조 원대로 실적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며 “해외 상업용 부동산 충당금 일부 반영, 자산재평가 손실 인식을 감안하면 하반기 실적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