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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문의 영화세상] 다큐의 힘 보여 주는 ‘건국전쟁’과 ‘비욘드 유토피아’
조희문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2-08 06:30:40
 
▲ 조희문 영화평론가·前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최근 개봉한 두 편의 다큐멘터리는 영화의 건전한 역할이 무엇인가를 확실히 보여 준다. 이승만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건국하는 과정에서 헌신한 내용을 생생하게 증언하는 ‘건국전쟁’과 북한 주민이 목숨을 걸고 북한 독재 치하를 탈출하는 과정을 담은 ‘비욘드  유토피아’는 관객의 마음에 울림을 남긴다.
 
다큐멘터리라면 무조건 진실만을 전한다고 믿기 쉽지만 이는 오해다. 다큐멘터리든 극영화든 만드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차이가 드러난다. 얼마 전 개봉을 마친 ‘나폴레옹’(2023)은 나폴레옹을 변덕스럽고 소심하며 연약한 인간으로 그린다. 지금까지 나온 여러 편의 나폴레옹이 주인공인 영화들은 ‘위대한 영웅’의 모습을 다루었지만 이번 ‘나폴레옹’은 시각을 완전히 달리하고 있는 것이다. 감독의 시선이 어느 부분을 주목하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 현상이다.
 
다큐멘터리라고 하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 중 어떤 부분을 강조하는가에 따라 완성된 결과물은 확연히 달라진다. 노무현·조국·문재인·김대중을 다룬 다큐멘터리는 특정 인물을 미화하고 선전하기 위한 대자보나 다름없었다. 다큐멘터리인 것처럼 위장한 유튜브 영상 ‘100년 전쟁’(2012)도 그 대표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다.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의 이미지를 부정하기 위한 좌파 문화운동 세력의 의도적인 작업인 탓이다,
 
그럴듯한 자료 영상을 목적에 맞게 편집한 뒤 자막과 내레이션을 덧씌우면 관객은 영화가 마치 사실을 전하는 것인 듯 속기 쉽다.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다’는 격언은 좌파들 손에서는 ‘보여 줄 수 있다면 믿게 할 수 있다’는 전술로 바뀐다. 레닌·히틀러·무솔리니·스탈린·모택동·김일성 등이 권력을 잡고 있을 때 독재 권력을 찬양하고 반대 세력을 억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영화를 이용한 것은 그 때문이다. 한국영화는 역사적 사실을 다룬 경우가 많지만 오히려 역사를 왜곡하고 짓밟으며 뭉개는 일을 더 많이 했다. 좌파의 검은 세력이 아직도 준동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영화를 ‘문화 전쟁’의 대표적 무기라고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화제를 모으고 있는 ‘건국전쟁’은 이승만 대통령이 대한민국 건국과 한국전쟁의 와중에서 얼마나 위대한 기초를 닦고 미래를 위한 대비를 했는지 자료 화면을 펼치면서 잔잔하게 설명한다. 과장이나 억지 주장은 배제하면서도 사실을 전하는 감동은 크다.
 
북한 주민의 탈북 과정을 그린 ‘비욘드 유토피아’는 관객을 현장으로 유도한다. 그동안 북한의 실상을 담아내거나 탈북 주민의 이야기를 그린 다큐멘터리나 영화가 더러 있었지만 이번 작품은 그중에서도 돋보인다. 긴장감 속에서도 유머·반전 등 영화적인 요소가 섞여 있는 덕분이다. 시작부터 반전이다. 미모의 젊은 여성이 유창한 영어로 북한 사회를 설명하고 탈북하는 주민의 속사정을 이야기하는 모습은 탈북인이 가난과 억압에 짓눌려 어딘가 주눅 들어 있을 것이라는 선입관을 여지없이 깨뜨린다. 북한 탈북을 다룬 대부분의 영화가 가난과 감시·억압을 견디다 못해 죽음을 무릅쓰고 자유를 찾는 모습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인권이라는 주제에 눌려 지나치게 설명적으로 구성하거나 극적인 반전이 없는 상태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바람에 영화를 보기보다는 단조로운 강연을 듣는 느낌이 더 강했던 부분이 있었다. 즐거운 마음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의무감으로 본 경우가 많았다는 뜻이다.
 
‘비욘드 유토피아’는 탈북에 중심을 두고 있지만 긴장과 안타까움·애절함이 적절하게 섞여 있다. 북한 사회를 떠나왔는데도 김일성·김정은 수령을 마음 놓고 비판하지 못하는 할머니의 모습에서는 세습 권력이 북한 주민을 얼마나 세뇌시키고 있는지 실감하게 한다. 그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부분은 북한 주민의 목숨을 건 탈출 뒤에는 그들을 돕는 지원자들의 마찬가지로 목숨을 건 희생이 있다는 사실이다. 탈출 경로를 확보하고, 목적지에 도착해서는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 설명하며 탈출에 드는 비용을 마련하는 데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
 
탈북 주민을 돕는 이들이 없다면 북한 주민만의 노력으로는 사지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사실도 간증하듯 보여 준다. 확고한 신념과 위험을 감당할 각오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렇게 어렵고 위험한 일인데도 몇몇 개인에게 맡겨둔 채 방관하는 것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북한 주민의 탈북은 우연이 아니라 당사자의 굳은 결심과 이들을 돕는 지원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어우러져 만들어 낸 기적이라는 사실을 보여 주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의 의미는 각별하다. 두 편의 다큐멘터리에서 진솔한 영화의 힘을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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