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칼럼] 인간 이승만 다룬 극영화도 곧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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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로 쓰여진 이름’ 작가 복거일 “대본 작업 마쳤다”
“직접 영화감독 역할까지 할 수도”… 펀딩이 관건
대한민국은 지금 ‘이승만 문화상품’ 봇물 시대

조우석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2-27 06:31:10

다큐 영화 ‘건국전쟁’과 관련된 화제는 꼬리에 꼬리를 문다. ‘건국전쟁’이 관객 100만 명 돌파를 전후한 지금 이승만을 다룬 또 다른 영화 ‘기적의 시작’ 개봉 소식도 반갑다. 오랜 공백을 거쳐 건국 대통령 우남 이승만에 대한 무지의 벽이 이렇게 깨져 나간다는 것부터가 감격이다. 이런 국면에서 전부터 우남에 공들여 왔고, 특히 지난해 이승만 전기를 바탕으로 한 대하소설 ‘물로 쓰여진 이름’(전5권)을 펴낸 작가 복거일(77)을 떠올리는 건 썩 자연스럽다.

세상이 알 듯 그는 이른바 잘나가는 작가가 아니다. 대중적 성공을 거둔 건 ‘비명(碑銘)을 찾아서 -경성, 쇼우와 62년’ 정도가 유일했다. 그게 1987년 작품이다. 이후 30년이 훌쩍 넘는 세월을 그는 어떻게 버텼다는 얘기일까. 발표작 중 상업적 성공을 거둔 것은 거의 없지 않던가. 작가 복거일이 세상에 맞서서 고약한 ‘시대와의 불화’를 겪고 있는 셈이다.

더 쉽게 말해 세상이 진짜배기를 몰라보는 것이지 뭐란 말인가. 실은 세상은 복거일을 비웃는다. ‘친미주의자’ ‘수구 꼴통’ ‘재벌 옹호론자’…. 모두 터무니없는 소리이지만 막상 그는 서울 수색에서 월세 아파트에 산다. 그렇게 20년 세월이 넘었다. 강남 좌파가 넘쳐 나는 나라에서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정확하게 말해 복거일의 불운은 1980년대 이후 기울어진 운동장 탓이다.

이 나라는 이른바 민중주의 그룹의 수괴인 평론가 백낙청·주사파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조정래·종북주의자 제1호인 리영희 등 좌파 문화 권력이 꽉 쥐고 있다. 복거일이 서 있는 지점은 그 대척점이다. 그럼에도 독립적 지식인으로서 위엄을 잃지 않았던 그가 지난해 펴낸 대작이 ‘물로 쓰여진 이름’이었다. 복거일답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멋진 책이다.

평론가인 나야 죄다 읽어 봤으니까 그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어쨌거나 영화 ‘건국전쟁’에 앞서 나온 이승만을 다룬 최상의 문화상품이고 정보량도 압도적이다. 그런 그에게 안부 전화를 겸해 며칠 전 전화를 드렸다. “선생님, ‘건국전쟁’ 대박 소식은 알고 계시죠? 관람하셨나요?”

“티킷은 예매해 놓았는데 아내가 무릎 때문에 동행을 못 하게 되어서 잠시 기다리는 중”이라는 답부터 돌아왔다. 영화 ‘건국전쟁’은 흥행 대박이라는데 혹시 그런 게 좀 서운하지 않은가도 물어봤다. 잠시도 머뭇거리지 않은 채 “그런 거 전혀 없다”고 그가 답했다. 출판 시장과 영화 시장은 다르기 때문에 서운하고 아쉽고 하는 그런 느낌은 없다는 설명이다.

그럼 이후 6~7개월 ‘물로 쓰여진 이름’은 몇 질이나 팔린 것인지도 물어봤다. 놀라워라. 불과 3000질 내외란다. 낱권으로 1만5000권. 답을 하는 그는 너무도 담담하지만 묻는 내 가슴은 답답하다. 일테면 1980년대 이후 조정래 ‘태백산맥’의 총판매량 700만 권이란 건 대체 뭔가? 그건 숫제 폭력적 수치다. 지난 30년 대한민국이 미쳐 있었다는 증거로 나는 파악한다.

실제 그게 대중에게 끼친 해악은 하늘에 닿는다. 그렇다면 자유우파의 훌륭한 책들은 그 이상 읽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울분을 금할 수 없다. 그래야 지금 주사파 천국을 바로잡을 수 있다. ‘건국전쟁’을 본 관객 100만 명 중 10분의 1이라도 복거일의 이 대작을 살펴 읽을 경우 현대사 공부에 썩 좋을 텐데 하는 마음도 없지 않다. 그러나 복거일에게도 다 계획은 있다.

“‘건국전쟁’은 다큐 영화라서 관객이 머리로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같은 얘기라도 극영화로 만들면 관객은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그때 예술적 감동을 경험합니다. 요즘 저는 인간 이승만을 주제로 극영화를 구상 중입니다. 전에 만들었던 악극 ‘프란체스카’를 손보면 되는데 작업도 거의 마쳤습니다.”

멋진 구상이 아닐 수 없다. 악극 ‘프란체스카’는 무대에도 몇 차례 올려졌지만 나의 경우 단행본으로 나왔던 걸 지금도 가지고 있다. 재확인해 보니 이 이상 가는 영화 대본이 따로 없다. 다큐 영화와는 비교가 안 되는 통 큰 투자와 배급이 필요하다는 게 마음에 걸리지만 ‘건국전쟁’ 이후 여건은 좋아진 게 사실이다. 더구나 그는 연출 작업도 직접할 수 있다는 뜻까지 밝혔다.

영화감독 복거일? 못할 게 없다. 그 별 볼 일 없는 소설가 출신 이창동이 예전 ‘박하사탕’이네 뭐네를 만든 명감독으로 떴는데 우리의 복거일은 그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시야가 넓다. 무엇보다 현대사에 대한 편견이 없는 진짜배기다. ‘건국전쟁’이 터진 마당에 움츠러들 이유도 전혀 없지 않을까.

맞다. 못 말리는 자유주의자이자 보수주의자 복거일이 생애 말미에 대박도 한번 경험하고 ‘시대와의 불화’를 정리했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건국전쟁’의 후속으로 우남의 인간적 측면을 다룬 ‘건국전쟁2’도 만들어진다 하니 앞으로 2~3년 우리 지식사회가 보다 풍요로워질 것으로 믿는다.

조우석 필진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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