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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진료 축소 ‘후폭풍’… 등 터지는 환자들
피로누적 의대교수들 공백에… 빅5 신규외래 석달 기다려야
의료계선 증원규모 원점 재논의 교수… 정부선 거듭 중재 요청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4-03 17:44:00
▲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의·정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31일 서울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환자들이 휴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료계는) 집단행동이 아니라 확실한 과학적 근거로 통일된 안을 정부에 제시해야 마땅하다.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51분 대국민 담화에서 이같이 언급하며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통일된 안을 의료계에 먼저제안해 달라고 주장했다. 증원 규모에서 긍정적인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다. 의료계는 의사 인력계획 수립이 정부 의무라며 적반하장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공의 이탈 7주째에 접어들며 의·정 갈등 출구전략이 총체적 난맥상인 가운데 의료 공백은 개원가까지 확산하고 있다.
 
3일 대학병원부터 시작된 진료 축소는 개원의 40시간 진료 준법 투쟁으로 번진 모습이다. 1일부터 대학병원은 외래 진료를 단축하고 개원의도 주 5일제에 따라 주 40시간 운영에 들어 준법 진료 투쟁에 들어갔다. 비상대책위원회(의협 비대위)는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회의에서 결정된 것으로 진료는 회원 자율이지만 의협 비대위가 참여를 강제하지 않는다.
 
준법투쟁 3일 차인 이날 기자는 서울에 있는 정형외과·내과·소아청소년과 등 필수 의료과 중심 개원의원 10곳에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주 40시간 진료 축소를 하느냐 물었으나 모두 정상 진료를 한다고 답했다. 한 개원의 관계자는 개원의는 일당벌이라 직업의사 중심으로 하는 2·3차 병원과는 아예 다르다옆 병원에 환자 뺏길까 봐 노심초사하는 문화에서 진료 축소 동참은 어려울 것이라고 귀띔했다. 실제 2020년 의료계 집단행동 당시에도 개원의의 휴진 참여율은 10% 안팎이었다그럼에도 환자들 불안은 극도로 높아지고 있다. 대전에서 아이 셋을 키우고 있는 전업주부 A씨는 평소에는 10분도 대기 안 하는 동네 소청과에서 3시간을 대기했다지난주(3월 말)까지 개원의는 의료파업에 동참하지 않아 든든했는데 이번주부터 불안이 극도에 달한다고 털어놨다.
 
문제는 당장 치료받지 못하면 생명이 위독한 위중증 환자와 응급의료 환자를 담당하는 상급종합병원이다. 서울대 의대 등 20개 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모임인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이달부터 24시간 연속 근무 후 다음날 주간 근무는 서지 않고, 중증·응급환자 진료를 제외한 외래진료·수술은 대학별 조정을 결정했다. 전국 40개 의대 교수협의회가 참여하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은 지난달 26일 전국 수련병원에 주간 근무시간을 52시간으로 지켜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의대 교수들은 전공의 공백을 메워온 야간 당직 등의 교수들은 최대 36시간을 연속으로 줄였다. 의료 공백은 일촉즉발의 현실로 나타났다. 이날 기자는 3차 상급종합병원 5’ 2곳에 신규 외래 접수가 현재 가능하냐 물었으나 각각 6월과 7월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최소 2·3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전공의 파업 때문에 의대 교수들의 외래 진료 축소였다.
 
항암치료가 하염없이 미뤄지면서 중증 환자들이 진료 공백에 희생당하고 환자와 가족들 고통도 커지고 있다. 환자연합체인 한국중증질환자연합회(회장 김성주)가 공개 발표한 피해 사례에 따르면 항암치료 예정 70대 암 환자가 병원 항암치료 연기 통보 후 췌장으로 암이 전이됐고 60대 암 환자는 의료 공백 사태로 입원과 항암치료 취소가 되며 통증 및 간 수치가 악화했다. 암 환자 보호자 A씨는 의사와 정부가 싸우는데 환자 생명권이 인질로 잡힌 셈이라고 했다. 김성주 회장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가장 보호받아야 할 환자들이 양쪽의 갈등 상황에서 협상 도구로 전락해 볼모가 되고 있다이 파렴치한 상황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의료계는 진료 축소를 막고 대화를 시작하기 위한 조건으로 증원 규모를 포함한 원점 재논의를 재차 내세우고 있다. 보건의료기본법 등 보건의료 관계 법령에 따라 의사 인력을 포함한 보건 의료인력 계획안을 수립할 의무는 정부에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의대 정원에 대한 해법을 의사가 먼저 내놓으라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주장이라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을 한 박형욱 단국대 의대 교수는 전날 페이스북에 “(정부는) 지금이라도 의료계는 증원안을 제시하는 것이 옳다며 의료계를 향한 비난에 일조하고 있다보건복지부가 보건 의료인력지원법에 따라 의사 인력과 관련된 기본계획과 이에 따른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공개한 적이 전혀 없다고 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더 합리적인 안을 가져오지 않는다고 의료계를 비난하는 것은 법조인으로서의 교활함이 엿보이는 주장이라고 밝혔다. 이어보건의료계획안·인력계획안을 세울 의무는 대통령과 보건복지부 장·차관에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도 정부는 의료계를 향해 중재를 요청했다. 의사집단행동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2차장을 맡고있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의사 집단행동 중대본 회의 모두 발언에서 정부는 국민, 의료계가 함께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체로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의료 개혁을 위한 심도 깊은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지역 필수 의료에 열악한 상황에 대해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개혁의 당위성도 강조했으며 의대 교수 증원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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