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수원, 공익제보자 사찰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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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원전 경제성 조작’ 폭로자… 날짜·시간대별 개인활동 수집
3차 공판 증거 자료서 드러나… “법무실 유력인사가 지휘한 듯”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07 20:11:01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으로 사면초가에 몰린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공익제보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사찰한 정황이 잡혀 파문이 일 전망이다.

7일 본지가 확보한 사찰 문건에 따르면 한수원은 강창호(52)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새울원자력본부 새울1발전소 노조위원장의 일과를 낱낱이 시간대별로 기록한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민감한 정보가 포함된 ‘개인 사찰 추정 문건’은 5일 열린 강 위원장의 3번째 공판 기일에 법정 증거로 제출됐으며 아직 법원이 정식 증거로 채택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강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검찰이 기소해 여태껏 재판을 받아왔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강 위원장의 직장 동료 PC에서 작성된 해당 문건에는 그의 자리 이동을 비롯해 회사 업무와는 상관없는 일과까지도 낱낱이 시간대별로 기록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두고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수집하고 감시하는 이 같은 사찰 문건을 만드는 건 명백한 불법행위이며 노동기본권 침해에 해당하는 된다는 법조계의 해석이 나왔다.

5일 공개재판으로 열린 울산지방법원 1심(2023고단4169) 공판에는 강 위원장의 감사를 지휘한 후 2022년 3월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총책임자 중 한 명인 황 모 감사실 조사부 차장이 출석했다. 이날 강 위원장의 변호인단 측 제출 증거에는 강 위원장의 상사인 이 모 한수원 차장 PC에 저장됐던 ‘일자별 근태 내역서’ ‘직위해제자 동향서’가 포함됐다.

본지가 확보한 직위해제자 동향에서는 ‘2020년 4월13일 오후 2시·16일 오후 1시20분 노조 활동’ ‘2020년 1월 22일 자리 이동 요청·개인 휴가’ ‘2월17일 은행 업무 외출’ 등의 내용이 담겼다. 강 위원장은 2020년 2월27일 한수원 측으로부터 직위해제를 당했는데, 직위해제 이전에는 ‘일자별 근태 내역’을 이후에는 ‘직위해제자 동향서’로 한수원 측의 사찰이 지속됐다. 회사 개인정보보호법 제23조 중 ‘민감정보의 처리 제한 부분’을 보면 개인정보처리자는 사상·신념, 노동조합·정당의 가입·탈퇴, 정치적 견해, 건강·성생활 등에 관한 정보 및 그 밖에 정보 주체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개인정보로서 다루면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불법사찰 개입 관계자 재판 진행 상황 따라 추가 고발

‘월성원전 조작’ 폭로 강창호 씨

‘건조물 침입죄’로 기소돼 재판

이를 두고 강 위원장 측 변호인은 “동료 PC의 바탕화면에서 보이던 자신에 대한 민감한 사적 정보가 들어간 사찰자료를 출력했는데, 공기업에서 직위해제 전후 개인 직원의 민감정보를 기록한 것만으로도 먼저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이라며 “그래서 한수원도 출력한 행위가 아닌 사무실에 들어간 것을 두고 건조물 침입죄를 적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문서가 출력된 새울원전본부 제1발전소 운영실 발전운영부 사무실과 강 위원장의 출입이 허락됐던 사무실은 같은 건물에 있으며 이동상 1분 거리”라며 “강 위원장은 노조 지부장이라 당연직 산업안전보건위원으로서 한수원의 어느 곳이든 자유롭게 출입할 권한이 있다”고 밝혔다.

출입 권한은 산업안전 보건 위원으로서 가지는 권한이므로 직위해제로 제한할 수 없는데, 한수원 측이 회사 내부 규정을 어겼다며 형법 제319조 제1항의 건조물 침입죄로 경찰에서 송치돼 검찰 기소 후 재판이 시작된 것이다.

▲ 5일 오후 1심(2023고단4169) 공판을 받기 위해 울산지방법원 형사법정에 출석한 강 위원장이 재판 시작 전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울산=장혜원 기자 ©스카이데일리

이날 공판에서 변호인 측은 ‘감사실과 검찰에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을 고발하고 난 이후부터 근태 내역 동향 조서를 작성했는가?’ 등의 질문을 황 차장에게 했고 황 차장은 “기억이 안 나며 모르는 일”이라는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 공판 검사는 ‘피고인이’불법 사찰 사실’을 주장하기 위해 위 문서를 몰래 출력한 것으로 보이는데, 맞는 말인가?’ ‘실제로 한수원에서 피고인에 대해 사찰을 한 바 있는가?’ 등에 대해 질문을 하자 황 차장은 “전혀 모르고 제보가 들어와 감사실에서 감사 후, 경찰에 수사 요청을 한 것”이라고 답했다.

강 위원장은 “근태 자료 작성은 이 모 씨의 의지가 아닌 단순 상부 지시에 따른 것으로 윗선에는 사장 직속 라인 파견된 법무실 유력 인사가 개입된 것으로 알고 있으며 재판의 진행 상황에 따라 관계자들을 추가 고발할 예정”이라고 본지에 밝혀 왔다.

한편, 강 위원장은 공인된 ‘공익신고자’로 2020년 5월 국민권익위원회에 ‘월성1호기 조기 폐쇄 부패행위 신고 관련 신분 등 보장조치’를 신청해 받아들여졌다. 이듬해 1월 국민권익위원회는 직위해제의 취소를 통지했으나, 한수원은 이에 취소소송을 했고 행정법원에서 기각됐다. 한수원은 고등법원에도 항소했으나 기각이 결정돼 2022년 5월 최종 직위해제 처분이 취소됐다.

장혜원 기자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