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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비슷한 운명을 겪었음에도 삶과 작품에서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 준다. 프리모 레비는 유화적인 낙관주의자로, 아메리는 비관론자이기는 하지만 당당하게 자신의 르상티망(Ressentiment·한·恨)을 풀어나간다.
물론 수용소 경험을 공유하는 탓에 두 사람은 똑같이 상흔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한다. 하지만 둘은 아우슈비츠로부터 서로 다른 결론을 도출했기에 상대의 독법을 강하게 비판한다.
1부는 프리모 레비와 장 아메리가 수용소로 끌려가기까지의 인생 역정을 다룬다. 2부는 고문당하는 아메리와 레비의 수용소 수감으로 시작한다. 사람 사이의 인간다움이 일체 파괴되는 현장을 증언하는 레비에 이어 영혼을 위해 부르는 아메리의 송가가 이어진다.
3부의 주제는 ‘계속 살아야 하는 인생’이다. 전쟁 이후 문명은 기억의 담론을 꺼렸으며 수용소 생존자들을 부담스러워했다. 레비와 아메리는 1960년대에 들어서야 비로소 주목받는 작가가 되었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유대인 프리모 레비는 자신을 추스르고 다시 일어선 반면, 유대인으로 만들어진 오스트리아 남자 아메리는 이 세상에서 더는 안식처를 찾지 못한다.
홀로코스트가 유일한 사건이 아니었으며 얼마든지 유례를 찾아볼 수 있다며 공공연히 그 의미를 깎아내리려 하는 오늘날, 적어도 아우슈비츠가 실제로 어떠했는지 알게 해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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