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갚기도 벅찬 소상공인들 냉난방기 보조금 ‘그림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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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이자 못 갚는데 고효율 제품 언감생심”
전체 예산 750억 원 중 155억 원만 쓰여
올 상반기까지 실제 집행률 9.5% 불과

허승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11 13:27:44

▲ 불볕더위 탓에 시장을 찾는 고객 수가 줄어 서대문구 한 전통시장이 텅 비어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소상공인의 에너지 비용 절감을 위해 시행 중인 에너지 효율화 사업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노후 냉난방기를 바꿔주는 에너지 효율화 사업 집행률은 9.5%다. 올해 전체 예산 750억 원 중 접수된 지원금 규모는 약 155억 원(21%)이었으며 이 중 실제 집행된 예산은 약 71억 원에 그쳤다.

에너지 효율화 사업은 소상공인의 에너지 효율 개선 및 전기요금 부담 완화를 위한 사업이다. 지원 대상은 에너지 효율 1등급 냉(난)방기·세탁기·건조기·냉장고 등 4개 품목이며 중고가 아닌 신품을 구매해야 한다. 지원금은 부가세를 뺀 구매가의 40% 한도 내에서 지원한다.

최대 지원 한도는 냉(난)방기 160만 원, 세탁기·건조기 80만 원이다. 이 사업은 올해 12월까지 진행하지만 조기 예산 소진시 사업은 종료된다. 산업부는 해당 사업을 올해 예산안 20대 핵심 과제로 정해 추진 중이지만 소상공인들의 참여는 활발하지 못하다.

지난해의 경우 소상공인 고효율기기 지원사업 예산 300억 원 중 실제 집행률은 37%(111억 원)로, 1만59대의 냉난방기만 새 제품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올해 고효율 기기 지원사업 실적은 지난해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고금리와 고물가로 경기 부진이 길어지면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소상공인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앞서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대출이자를 제때 갚지 못하고 연체하고 있는 자영업자 비율은 4.3%로 11년 만에 가장 높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후화한 냉난방기가 있어도 교체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지원하는 보조금을 쓰려해도 부가적인 금액이 더 많이 들어 고효율 제품 교체를 못 하고 있다.

정부가 예산 규모를 늘려 소상공인 전기세 부담을 돕기 위한 냉난방기 지원사업임에도 정작 소상공인들은 불만이 가득하다.

업계에서는 에너지 효율화 지원사업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현행 40% 수준인 지원금 비율을 높이는 등 적극적인 행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서울에서 외식업을 하는 소상공인 A씨는 “장마철로 들어서니 습하고 더운 날씨를 견디기 어려워 에어컨 설치 상담을 받았다”며 “정부 보조금을 받아 일반형 에어컨을 설치하려 했지만 160만 원 지원받으려면 개인 돈 250만 원 정도가 더 필요해 그냥 중고 에어컨을 100만 원 주고 구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지원해 주는 조건은 고효율 에너지, 1등급 냉난방기를 구매해야 지원받는데 1등급 에어컨 대부분은 300만 원을 넘어가니 효율이 좋은 에어컨을 사고 싶어도 그리 큰 돈을 들일 여유가 없다”며 특히 “사정이 어려워 나중에 가게를 뺄 때도 챙기지 못할 것 같은데 비싼 가전제품을 새로 사는 것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상공인 B씨는 “요즘 경기도 안 좋고 장사를 언제 접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정부지원금을 받아 설치한다고 해도 정작 가게를 폐업하게 되면 에어컨을 가져가지 못하는데 굳이 큰 돈 들여 남 좋은 일 하겠느냐”고 설명했다.

B씨는 “대출 이자도 못 갚고 있는 마당에 노후기기 교체는 언감생심”이라며 “다른 업종으로 바꾸거나 폐업했을 때 200만 원 들여 산 에어컨을 못 가져갈 바에 보조금을 70%대로 높이면 자부담금이 줄게 되고 어느 정도 사용하다가 다른 사람이 사용해도 아깝다는 마음이 안 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산업부 관계자는 “원칙대로라면 보조금 신청 당시 설치했던 냉난방기는 업장에 그대로 둬야 한다”며 “같은 사업자가 3개의 업장을 가지고 있어도 첫 번째 사업장에 설치했으면 그곳에서 사용해야지 본인이 두 번째 사업장에 설치하고 싶다고 떼어가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반적 경기 악화로 예상보다 소상공인의 참여율이 저조한 상황”이라며 “다만 냉방 수요가 많은 여름철 등 하반기 이후 참여율이 오르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승아 기자 heosa@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