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공산당의 ‘삼중전회’가 베이징에서 15일 나흘 일정으로 시작됐다. 5년에 한 번 당대회(현재 제20기)에서 뽑힌 중앙위원회의 임기 내 일곱 차례 전체회의 중 세 번째 회의를 말한다. 총서기·국가주석 주재로 일반인 투숙이 불가능한 일종의 ‘안가’인 하이뎬구 징시(京西)호텔에서 비공개 진행한 후 마지막날 문건으로만 결과를 알린다.
국가보다 당이 우위인 중국에선 실질적 주요 논의·결정이 ‘중전회’(중앙위원회 전체회의) 특히 삼중전회에서 이뤄진다. 3월마다 열리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정치협상회의)가 연례 최대 정치 이벤트로 주목받지만 사실상 추인 과정에 불과하다.
개혁·개방 이래 역대 삼중전회에서 경제정책 청사진이 공개돼 안팎의 이목을 끌어 왔으며, 관례대로라면 20기 삼중전회는 작년 가을께 열렸어야 했다. 이례적인 개최 지연이야말로 출구가 안 보이는 현 경제 상황을 단적으로 말해 준다. 코로나19 방역 봉쇄 해제 이후에도 좀처럼 회복을 못 하고 있는 가운데 지도부의 대응책에 관심이 크다.
이번 삼중전회에선 ‘신품질 생산력’과 인공지능(AI) 육성 정책인 ‘AI+’ 등이 새로운 성장동력 구호로 강조되면서 국가 차원의 집중 지원·육성 의지가 천명될 전망이다. AI의 저력이 빅데이터이기에 거대 인구의 중국은 단연 유리한 측면이 있으나 첨단 반도체 없이는 무용지물이다. 서방의 견제로 이제 이 방면의 순조로운 발전적 돌파가 불가능해졌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HO) 가입 이래 초고속 성장을 실현한 중국이 2012년 시진핑 체제 들어 ‘중국몽’을 내놨다. 기본 의식주 해결 즉 ‘샤오캉(小康) 사회의 달성’이라던 중국몽이 시진핑2기가 되자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으로 설명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의 미국과 갈등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국에 맞선 세계패권 구상인 일대일로는 시진핑1기 때 이미 등장해 있었다. ‘평화 굴기’를 내세운 중국의 야망이 제2기를 거치며 매우 노골화했다. 시장 형성 과정의 정경유착 등 각종 부패‧비리와 빈부격차가 내부 모순을 극대화하자 중국공산당은 안으로 ‘관제 애국주의’ 밖으로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로 대처했다. 21세기 만리장성, 중국판 배외(排外)주의라 할 수 있다.
이는 서방 다국적 기업의 탈중국 러시를 불렀고, 엄청나게 증가한 고등교육 이수자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될 기회를 사라지게 만들었다. 중국에서 작년 한 해 배출된 대졸자만 1158만 명이다. 청년실업이 중국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규모와 심각성 면에서 다른 나라와 비교가 어렵다.
시진핑의 신개념 ‘신품질 생산력’의 공식 영문명은 ‘New Quality Productive Forces’다. 중국 대외홍보 웹페이지 인민망(人民網)에 따르면 신품질이란 “혁신이 주도적 작용을 일으키고 전통적인 경제성장 방식, 생산력 발전 경로를 벗어난 첨단기술‧고효능‧고품질의 특성, 새로운 발전 이념에 부합되는 선진적인 생산력 품질과 형태”다. ‘초고도 생산성’과 그것을 통한 ‘고부가가치 산업’ 추구로 이해할 수 있다.
인민망에선 신품질생산력이 “기술의 혁명적 돌파, 생산요소의 혁신적 배치, 산업의 심층적 전환 및 업그레이드에 의해 가능해진다”고 설명한다. 친환경이야말로 “고품질 발전의 밑바탕”이라는 지적도 눈길을 끈다. 심지어 “신품질생산력은 그 자체가 바로 친환경 생산력”이라고까지 규정했다.
또한 인민망은 산업의 첨단화‧스마트화‧녹색화를 위한 전제를 “첨단과학기술 자립 강화”로 요약한다. 중국 경제가 다음 단계 도약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게 첨단과학기술이며 미국 등 서방 도움 역시 필수불가결하다. 이것이 ‘중국 특색 사회주의’ ‘중국식 현대화’의 본질적 딜레마다. 꼭 필요한데 자급할 수 없다면 훔치기라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태도가 ‘초한전’(超限戰)으로 개념화돼 있으며 모든 것은 ‘애국’으로 정당화된다.
한편 금융시장 관련 의제가 이번 삼중전회에서 어떻게 다뤄질지 주목된다. 지난 몇년 중국에선 치명적인 부동산 불황으로 갈 곳을 잃은 돈이 채권시장에 유입됐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초기와 유사하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10년 만기 국채 매입 움직임이 강해져 7월 들어 수익률은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인 2.183%로 떨어졌다. 중국이 ‘양적완화’를 시도하는 것 아닌가 세상을 놀라게 했다.
시진핑이 작년 10월 한 회의에서 “인민은행은 (공개적 시장 조작의 일환으로) 국채 거래를 점차 확대해야 한다”고 말한 게 몇 개월 후 흘러나와 투자자들을 긴장시킨 것이다. 세계의 주요 중앙은행에게 양적완화란 거의 마지막 수단이지만 중국은 다르다. 지난달 하순 판공성(潘功勝) 인민은행 총재가 시진핑 발언이 양적완화 의도와 무관하다며 급수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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