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현대트랜시스 노사의 순망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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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하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1-07 00:02:30

중국 춘추시대 진나라 헌공은 괵나라 땅을 갖고 싶었다. 헌공은 진과 괵 사이에 있는 우나라 왕에게 괵을 치러 갈 테니 길을 비켜 달라고 부탁했다. 보물을 잔뜩 받은 우나라 왕이 고민하자 신하 궁지기가 길을 내줘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괵나라는 우나라의 보호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괵나라가 망하면 우나라도 망합니다. 옛말에 광대뼈와 잇몸은 서로 의지하고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고 했습니다. 괵나라와 우나라가 바로 그런 관계입니다. 절대 길을 열어 주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왕은 결국 진에게 길을 열었다. 궁지기는 다가올 화를 예측하고 가족과 함께 나라를 떠났다. 진은 궁지기의 예상처럼 괵을 정복한 뒤 우까지 공격해서 멸망시켰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린다는 고사성어 순망치한은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는 한쪽이 망하면 다른 쪽도 영향을 받아 함께 곤란해진다는 세상 이치를 품고 있다.

회사와 노동조합도 순망치한의 관계다. 회사가 없으면 근로자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조가 노동자 권익을 위해 회사를 견제하지만 결국 회사가 없다면 노동자가 일할 공간이 사라진다. 이 때문에 노조의 요구가 너무 지나쳐 회사를 괴롭힌다면 비판을 받는다.

최근 현대차그룹의 계열사 현대트랜시스의 노동조합원들이 과도한 성과급을 요구하는 등 무리한 요구와 함께 지난달 초 시작한 파업이 업계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현대트랜시스 노조의 요구 중 문제가 되는 것은 성과급 규모다. 노조는 성과급으로 현대트랜시스의 2023년 매출액 약 11조7000억 원의 2%인 2300억 원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해당 요구가 과도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노조 측이 요구하는 성과급의 규모는 현대트랜시스가 기록한 지난해 영업이익 1169억 원의 2배에 달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고객사인 현대자동차도 곤란한 상황이다. 현대트랜시스의 변속기가 들어가는 그랜저 등 차량 생산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로 현대차 울산 1공장은 변속기 공급에 문제가 생겨 멈춰섰다.

공장까지 멈춰서자 현대차에서는 벌써부터 현대트랜시스가 자회사임에도 다른 변속기 공급망을 알아보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노조의 파업으로 회사의 일감까지 없어질 위기라는 것이다. 이제는 고객사뿐 아니라 자회사인 트라닉스 지곡공장도 무기한 휴업에 들어서며 가동을 중단했다.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하고 투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회사가 존재해야 노동자도 임금을 받고 복지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회사가 곤란해진다면 노동자도 곤란해지는 것은 자명하다. 현대트랜시스 노조가 순망치한의 이치를 깨닫고 사측과의 협상에 임하길 바란다.

노태하 기자 thn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