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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그레가 지주회사와 신설 사업법인으로 분리해 그룹 경영 체제를 대대적으로 개편한다. 시장은 오너 3세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둔 인적 분할이라는 시각이다. 업계는 지분 상속을 어떻게 진행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빙그레 관계자는 27일 “이번 지주사 전환은 경영 승계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라면서 “만약 승계를 한다면 지분 상속을 통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빙그레는 22일 이사회를 열고 내년 5월 존속 회사인 ‘빙그레홀딩스(가칭)’와 신설 회사인 ‘빙그레(가칭)’으로 인적분할 하기로 했다. 인적분할은 하나의 회사를 둘 이상으로 분할하는 기업구조조정의 방식으로 새로 설립된 회사가 발행한 신주를 기존회사의 주주에게 지분율에 따라 배정하는 방식이다.
지주사 빙그레홀딩스는 그룹 전반의 투자 및 자회사 관리 등 투자사업 부문을 담당한다. 신설되는 빙그레는 유가공 제품 등 음식료품의 생산과 판매를 담당한다. 공식 분할일은 내년 5월1일이고 신설 법인에 대해서는 재상장을 추진한다. 재상장 예정일은 내년 5월26일이다.
시장은 오너 3세 경영권 승계를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특히 빙그레의 3대 주주인 ㈜제때를 승계에 활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제때는 김호연 회장의 자녀인 오너 3세 삼남매가 지분을 보유한 빙그레 계열사다. 2023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제때의 최대주주는 33% 지분을 보유한 김동환 사장이고 나머지는 기타주주가 67%를 보유하고 있다. 같은 기간 제때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79억 원이다.
제때의 2023년 매출은 4017억 원으로 그중 내부거래 비중이 25%를 차지했다. 빙그레·해태아이스크림·한익스프레스 등으로부터 물류대행으로 1003억 원의 매출을 발생시켰다. 이를 통해 52억 원의 영업이익을 얻었다.
이러한 수익을 기반으로 제때가 빙그레홀딩스의 지분을 확대해나가면 빙그레의 지배구조 정점에 김동환 사장이 설 수 있게 된다. 인적 분할후 공개매수 방식의 현물출자 유상증자로 김호연 회장의 지분율이 높아지고 그중 일부를 제때가 다시 매입해나갈 가능성도 크다.
다른 방법으로는 현금을 증여해 오너 3세들이 현금으로 주식을 매입하는 것이다. 현금 증여는 상속세율이 50%다. 주식으로 지분 상속을 할 경우 상속세율은 60%(50%+20% 할증과세)다. 현금을 증여할 경우에는 증여세 할증을 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실제 홍석조 BGF그룹 회장은 2022년 11월 자신의 두 아들인 홍정국·홍정혁 사장에게 현금으로 증여했고, BGF 주식 2005만190주(20.95%)를 두 아들에게 각각 시간외 거래로 매각했다. 당시 처분 단가는 1주당 3690원으로 거래 총액은 740억 원에 달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적분할은 조직체계 승계를 위해 재정비하는 것”이라면서 “계열사간 시너지를 내고 기업가치가 제고된다면서 인적분할은 좋지만 경영승계 목적이 보인다면 장기적으로 주가가 내려갈 확률이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제때가 보유한 빙그레의 지분 1.99%에 불과하지만,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주식 교환을 통해 지분이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별도의 돈을 들이지 않고 지배력을 끌어올려 경영 승계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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