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의 경제포커스] 정국 불안 지속되면 환난급 위기 온다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연재기획

트럼프와 정상외교 골든타임 날려 버릴 공산 커
K원전·K방산 예산 삭감으로 산업 전망 불투명해

오정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1-06 00:02:59

한국 경제가 퍼펙트스톰의 삼각파고에 직면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대전환기의 삼각파고는 거세게 밀려오는데 대내적으로는 정국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정치가 경제를 압도했다. 정치의 궁극적인 목적인 권력을 잡기 위해서는 권력투쟁 기간 중에 경제는 안중에 없게 된다. 그 결과 경제는 추락하게 된다. 다행히 중기적으로 회복되는 경우도 있고 장기적으로 완전히 추락하는 경우도 있다.

완전히 추락한 경우가 베네수엘라다. 1980년 국가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4671달러로 당시 2366달러의 대만, 1715달러의 한국보다 월등히 잘사는 나라였지만 1999년부터 지속되고 있는 폭정으로 2022년에 1544달러의 세계 최빈곤국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한국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대외적 파고는 전후 최고 수준의 보호무역주의 등장과 미국과 중국의 대전환이다. 20일 출범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로 대변되는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전 세계를 관세로 위협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트럼프와의 정상외교를 위해 줄을 서고 있지만 한국은 정쟁으로 올스톱된 상태다. 아마도 금년 상반기 골든타임을 날려 버릴 공산이 크다.

중국은 저성장기로 접어들며 고성장기에 투자된 과잉생산 물량을 해외로 밀어내 수출로 극복하려 하고 있다. 그 주요 타깃이 한·중자유역협정이 체결되어 있는 한국이다. 이미 한국의 저기술산업은 초토화되다시피 했고 이제는 석유화학·철강 등 주요산업마저 직격탄을 맞으며 일부 공장을 폐쇄하고 있는 실정이다. 말이 한·중자유역협정이지 중국의 보복으로 시장을 잃을까 전전긍긍하며 세이프가드 조항 발동 등은 생각도 못 하고 한국만 당하고 있는 구조다.

그 결과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은 대중국 수출은 줄고 수입은 늘어나고 있다. 한국의 대중수출은 2021년 1629억 달러를 정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해 지난해(1~11월)에는 1212억 달러로 감소했다. 반도체를 제외한 대중국 수출은 이미 2013년 1238억 달러를 정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반면 대미국 수출은 증가하고 있지만 벌써 미국은 지난 10월 한국을 ‘환율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하며 압박하고 있다. 어차피 수입해야 할 품목인 에너지 수입선을 미국으로 큰 폭 바꿔 대미 무역 마찰을 줄여야 한다. 미국은 한국의 고대역폭메모리(HBM) 대중국 수출도 금지하고 나섰다. 이렇게 되면 내년 한국 수출은 한국은행이 역대급으로 낮게 전망하고 있는 1.3%(통관기준)보다도 낮아질 우려가 크다.

수출이 안 되면 기업 투자도 어렵게 된다. 특히 반도체 전쟁 상황에서 투자 비용의 15~25% 세액을 감면하는 ‘K칩스법’ 연장·연구개발(R&D) 투자 세액공제·AI기본법·전력망특별법 등도 정쟁으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기업에 활력을 주려면 구조개혁·규제혁파, 법인세 상속세 인하, 투자 세액공제·연구개발 세액공제 확대, 노동시장 안정, 전력망 등 필요 사회간접자본 확충 등이 추진되어 기업을 뛰게 해야 하지만 물 건너 가는 형국이다.

그동안 한국의 수출은 K원전·K방산이 활력이 되어 왔다. 하지만 앞으로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특히 원전은 차세대 원자로인 소듐냉각고속로(SFR) 연구개발 예산이 70억 원에서 7억 원으로 사실상 전액 감액, 소형모듈원전(SMR) 제작지원센터 구축 예산 54억 원 전액 삭감, 원전 생태계 금융지원 예산 500억 원 삭감 등으로 산업 자체의 전망마저 불투명해지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윤 대통령에게 전화까지 했던 미국 함대의 한국 유지보수(MRO)도 미지수다. 한·미 관계의 안정적인 유지 여부가 중요한 변수다.

주택 공급도 안갯속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로 몸살을 앓고 있는 건설사들의 건설수주와 착공은 작년부터 아예 마이너스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건설투자 부문이 금년과 내년에 –1.3% 증가율을 이어 갈 것으로 전망한 한국은행의 비관적인 전망마저도 무색하게 될 우려가 있다.

이렇게 되면 일자리가 늘어날 리 없어 민간 소비는 바닥을 헤매고 자영업의 도산과 연체가 증가하는 등 민생은 도탄에 빠지게 된다. 벌써부터 민생 안정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안이 나오고 있다. 지금도 위험수위에 다다른 재정이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환율은 급등하고 외환보유액은 줄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4154억 달러로 심리적 저항선인 4000억 달러선 붕괴가 목전이다. 반면 외채는 3분기 말 기준 7027억 달러다. 1월3일 기준 주식시장 외국인 투자액은 4547억 달러다.

정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한국의 대외 신인도가 하락하고 외국인 투자가 빠져나가게 된다. 심할 경우 환난급 위기가 닥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경제만큼은 초당적으로 대내외적으로 밀려오고 있는 퍼펙트스톰의 삼각파고를 극복하고 성장 동력을 재장전해 한국 경제가 피크코리아가 되지 않도록 하는 일이 시급하다.

오정근 필진페이지 +

후원하기

정기 후원
일반 후원
무통장입금: 하나은행 158-910019-39504 스카이데일리
시대의 금기를 깨는 정론지 스카이데일리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만들어집니다.

정기 후원 독자께는
스카이데일리가 주최하는 각종 행사에
초대, 할인 혜택 등을 드립니다.

매월 5만 원 이상 정기 후원 독자께는
스카이데일리 신문과
스카이데일리가 발행하는 최신 단행본을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