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은행·증권사로 ‘머니무브’ 가속화… 보험사는 주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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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립금 3개월간 은행 15조 원, 증권사 7조 원, 보험사 4조 원↑
신한라이프 -1368억 원, 롯데손보 -1294억 원 등 일부 보험사 감소
퇴직연금 갈아타기 시행 후 수익률 높은 은행·증권사로 이동한 듯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1-20 10:52:00

▲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4분기 퇴직연금 적립금은 총 427조1916억 원으로 직전분기(400조793억 원) 대비 6.8%(27조1123억 원) 증가했다. 게티이미지뱅크

퇴직연금 적립금이 최근 석 달간 은행·증권사를 중심으로 대거 쌓인 것으로 나타났다. 적립금 증가액 27조 원 중 두 업종에서 23조 원을 확보했다. 이는 퇴직연금 실물이전 시행 후 높은 수익률을 바탕으로 신규 가입자 및 보험사 고객에 환심을 산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보험업계도 안정성뿐 아니라 수익성에 맞춰서도 퇴직연금 전략을 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20일 스카이데일리가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을 확인한 결과 작년 4분기 퇴직연금 적립금은 총 427조1916억 원으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400조793억 원)과 비교해 석 달 만에 6.8%(27조1123억 원) 증가한 규모다. 1년 전(378조355억 원) 대비로는 13%(49조1561억 원) 늘어났다.

업권마다 편차는 컸다. 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전 분기(210조2811억 원) 대비 7.4%(15조4873억 원) 늘어난 225조7684억 원을 기록했다. 증권사도 이 기간 96조5328억 원에서 103조9257억 원으로 7.7%(7조3929억 원) 급증했다. 반면 보험사(생명·손해)는 93조2654억 원에서 97조4975억 원으로 4.5%(4조2321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작년 1분기 약 2조 원 보험사가 앞섰던 보험사·증권사 간 적립금 격차는 현재 6조4282억 원 증권사 우위로 전세 역전됐다.

개별 회사로 봐도 은행·증권사가 상위권이었다. 퇴직연금 적립금이 가장 많이 늘어난 금융사는 하나은행이었다. 3개월간 3조2656억 원 늘어났다. 신한은행이 3조2143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그다음 KB국민은행 2조5466억 원·IBK기업은행 2조1050억 원·우리은행 2조640억 원·미래에셋증권 1조8190억 원·삼성생명 1조7362억 원·한국투자증권 1조3326억 원·삼성증권 1조2747억 원 등의 순이었다. 삼성생명을 제외하면 1조 원 이상 늘어난 보험사는 전무했다.

퇴직연금 적립금이 줄어든 곳은 모두 보험사였다. 신한라이프는 작년 3분기 적립금이 7539억 원이었으나 석 달 후 6171억 원으로 1368억 원 감소했다. 롯데손해보험(1조5128억 원)의 감소 폭도 1294억 원으로 컸다. 미래에셋생명·흥국생명도 석 달 새 619억·452억 원씩 감소했다.

보험사가 적립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건 타 업종에 비해 운용 수익률이 낮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작년 4분기 보험사의 퇴직연금 전체 수익률은 평균 4.7%로 은행(5.6%)·증권사(6.2%)를 0.9~1.5%p 밑돌았다. 확정기여(DC)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으로 떼어놓고 보면 보험사의 평균 수익률은 두 개 모두 4.7%로 은행(6.2%·5.9%)·증권사(6.5%·6.6%)보다 약 2%p 낮았다.

DB형 위주로 적립금을 구성한 점도 투자 매력도를 떨어트렸다. 보험사 DC형 퇴직연금 적립금은 76조4162억 원으로 전체 78.3%에 달했다. DB형 비중이 40%대인 은행·증권사와 상반된다. DB형은 회사가 적립금을 운용하는 상품으로 수익률이 DC·IRP에 비해 낮은 편이다. 디폴트옵션 도입 후 수익성이 높은 DC·IRP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수요를 잃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험업계는 석 달간 DC형에서 7088억 원·IRP에서 2395조 원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퇴직연금 갈아타기 문턱을 낮춘 점도 은행·증권사로의 퇴직연금 머니무브를 가속화했다. 정부는 작년 10월 말 가입자가 기존 운용상품을 매도(해지)하지 않고 퇴직연금사업자만 바꿔 이전할 수 있는 제도인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를 시행했다. 종전엔 퇴직연금 계좌를 이전하려면 기존 상품을 매도한 뒤 재매수해야 하는 등 과정이 복잡했는데 이를 쉽게 개편한 것이다.

그간 보험사에 퇴직연금을 묵혀놨던 일부 가입자들이 제도 개편에 따라 은행·증권사로 적립금을 이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래에셋증권은 작년 12월9일 퇴직연금 실물이전 시행 한 달 만에 1000억 원의 자산을 유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 실물이전 시행 전후 보험사가 타 업권에 비해 적극적으로 임하지 못하면서 적립액이 둔화한 것 같다”며 “노후 소득 보장이라는 퇴직연금 목표를 위해 안정성을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나 사람들이 원하는 수익성에도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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