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시대가 부른 ‘화환 시위’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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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희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2-12 00:02:30

서울의 요지이면서 대통령실이 들어선 후 나날이 이슈가 돼 온 용산이 최근 두어 달 사이 화환들로 둘러싸였다. 모두가 아는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일이다.

특히 대통령실이 위치한 삼각지역 인근에서 용산구청이 있는 녹사평역 일대까지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화환 행렬은 가히 장관을 이루었다.

보행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그것이 통행에 불편을 야기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한 달 전쯤 구청 공무원에게 화환 얘기를 꺼냈더니 아니나다를까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약 한 달 뒤인 10일 용산구의회에서 이 문제가 거론됐다.

이날 본회의장에서 자유발언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김형원 용산구의원은 “12.3 계엄 이후 대통령실 인근을 포함한 1.3㎞ 구간에 약 3000개의 화환이 들어서면서 도시 미관이 훼손되고 보행권 침해와 안전 문제 등이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녹사평역 인근에 세워진 화환이 불에 타 용산소방서 차량 14대와 인원 47명이 동원돼 화재를 진압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밝혔다. 수천 개의 화환이 두 달 넘게 방치되면서 자체 인력을 투입해 점검하고 170여 건의 민원을 처리하는 등 행정력과 예산이 낭비됐다고도 했다. 이는 ‘정치색을 떠나’ 도시공학적 관점에서의 지적과 우려라고 생각한다.

김 의원은 “구청의 미온적인 대처로 구민들이 장기간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며 “다행히 지난주부터 자진 수거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남은 화환이 많아 속히 철거가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또한 구민의 대의 기관으로서 집행 기관에 대한 감시와 견제라는 본연의 역할을 바탕에 둔 발언으로 이해된다. 그는 이와 유사한 형태의 시위나 집단적 설치물이 도시공간을 무단으로 점유할 경우 신속한 행정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관리 체계 구축’과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불법 광고물 및 도로점용 관련 규정 강화와 법령 개정 △행정기관·경찰·시민단체가 참여하는 ‘긴급 대응 협의체’ 구성 △불법 적치물에 대한 인식 개선과 대안 모색 등을 제안했다.

여기에 보태 △집단 항의의 대체 가능한 합법적 의사 표현 방식 마련도 필요하겠다. 이와 관련해 구청의 또 다른 공무원에게 묻자, 무단으로 설치한 화환은 불법 광고물로 분류되더라도 소유 주체를 특정할 수 없어 과태료를 부과할 수도 없다는 사정을 이야기했다. 다만 장기간의 사례 조사와 법률 자문 등을 거쳐 이를 불법 광고물로 분류, 자진 정비를 명령하고 계도를 통해 철거를 추진하는 등 시민 안전과 도시 미관을 위한 조치를 단계적으로 전개해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누구에게나 표현의 자유가 있다. 그렇다고 다른 이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 결코 위해의 대상이 돼서도 안 된다. 사실 용산구는 역시 ‘모두가 아는’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안전 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박희영 용산구청장도 이번 시정연설에서 ‘안전하고 행복한 도시 구현’을 강조했다.

용산이 위험에서 벗어나 그 위상만큼 탄탄하고 건실한 곳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것이다.

정수희 js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