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지법 청년들… 공정한 재판 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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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19일이냐 그 이후 체포냐”에 따라 달라지는 처분
변호인단, 형평성· 공정성 의문 제기

이세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4-01 17:19:36

▲ 왼쪽부터 임응수·연취현·김판봉 변호사가 지난달 31일 서부지법 청년 변호인단으로 참석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세희 기자 ©스카이데일리

대통령 불법 구속 결정에 항의하다 물리적 충돌에 휩싸여 체포·구속된 서부지법 청년들에 대해 일련의 과정이 적법한 절차를 거쳤는지를 따져봐야 하며, 검찰이 제출한 채증 영상이 증거 능력을 지니는지도 함께 검증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서부지법 청년 변호인단으로 참석한 임응수·연취현·김판봉 변호사는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에서 “서부지법 청년들 구속 과정에서 적법절차를 지키지 않은 불법 체포가 행해졌다”고 운을 뗀 뒤 “검찰이 제출한 채증 영상이 증거로 채택할 만한 신뢰성이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는 견해를 밝혔다.

변호인단은 단순 취재 목적으로 경내에 진입한 유튜버가 JTBC 취재진과 달리 체포돼 구속까지 된 것에 대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한 마디로 요약했다.

아울러 “이들은 단순 촬영자였고 사람을 불러 모으거나 폭동을 선동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방송사 취재진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면서 “취재진 촬영 행위는 오로지 공익 목적인데 반해 유튜버 촬영 행위는 공동 모의해 폭력을 선동했다고 판단한 근거나 증거가 무엇이냐”며 수사기관의 해명을 요구했다.

이어 “1인 언론의 촬영 및 중계 행위를 소요 행위의 일부분으로 보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 21조(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침해 소지가 있으므로 양형이나 구속 사유에도 참작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 임응수 변호사가 서부지법 사태 관련한 불법 체포 사례와 미란다 원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세희 기자 ©스카이데일리

사회를 맡은 임 변호사는 경찰이 청년들을 체포 혹은 심문하기 전 미란다 원칙(△무슨 혐의로 체포하는지 △변호사 선임 권리 있음 △변명 기회 있음 △체포적부심 청구할 수 있음 △묵비권과 불리한 진술 거부권 있음)을 고지해야 했으나 이것이 지켜지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구속이나 심문은 법정에서 증거로 사용되기 어려울 수 있다.

또한 체포날짜가 1월19일인지 그 이후인지에 따라 처분이 달라지는 점도 지적했다. 먼저 1월19일 당일에 체포된 피고인들은 63명이 하나의 재판에 묶여 합의부로 배당됐으며 1월19일 이후 체포된 피고인들은 단독 재판부로 배당됐다.

서부지법 사태라는 하나의 사건인데 ‘재정 합의 규정’을 적용해 합의부 피고인은 1심은 서부지법에서 항소심은 서울 고법에서 진행할 수 있지만 단독 재판부 피고인은 1심과 항소심 모두 서부지법에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변호인단은 최근 체포된 피고인들은 불구속 수사에 그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언제 검거됐냐에 따라서 처분이 달라지는 매우 이상한 일이 반복되고 있다. 적법절차 원칙을 지키는 수사를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 연취현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제출한 영상의 증거능력을 신뢰하기 어려운 여러 이유들을 제시했다. 이세희 기자 ©스카이데일리

연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제출한 영상이 법정에서 증거로 인정될 만큼의 신뢰성이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제출 영상은 원본이 맞고 변조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할 만한 증거를 제시되지 않았으며 촬영된 영상이 법정에 제출되기까지 어떤 절차를 거쳤는지에 대한 기록도 제시하지 못했음을 지적했다. 즉 변조 여부를 가려낼 수 있는 객관적인 증빙 없이 제출된 영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법원에서 영상 증거를 채택함에 있어 신중히 접근해 줄 것을 요구했다.

▲ 김판봉 변호사는 불법 체포 사례와 구속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세희 기자 ©스카이데일리

김 변호사는 인상착의가 비슷한 진입자들을 억지로 끼워 맞춰 진술을 강요한 정황을 소개했다. 수사 기관이 어느 피고인을 특정한 뒤 상·하의를 대조하는 과정에서 하의 색상이 일치하지 않자 “가방에 다른 하의를 넣어뒀다가 갈아입은 것 아니냐”라고 심문한 사례가 있었다는 것이다. 결론을 정해놓고 피의자를 끼워 넣었다는 비판이 일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김 변호사는 서부지법 사태는 오전 3시10분~4시30분쯤 벌어졌던 사건으로 오전 5시 이후는 상황이 거의 정리 수순이었음에도 그 이후 시간에 경내에서 깨진 유리를 치웠다는 이유로 구속된 피고인의 사례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그 장소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무더기 구속을 하는 비상식적 상황이 계속되어 억울하게 수감된 이들이 많다”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연 변호사는 “주거 침입 혐의를 찾기 어려우니 별건 수사로 선동 혐의를 끼워 넣으려는 무리한 수사 정황도 나오고 있다”고 덧붙이며 “정말 선동하는 구호나 부추김이 있었는지 추가로 확인해 볼 것이며 경찰이 경내에서 밖으로 나가 달라고 퇴거 요청한 적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무전내용 공개를 요구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끝으로 변호인단은 “이번 사건은 수십 명의 인생이 걸린 문제이므로 적법절차의 원칙이 분명히 선언되기를 바란다”고 입을 모으며 “신뢰할 수 없는 조작된 영상으로 범죄가 성립되는 상황은 없어야 한다. 공정하고 신중한 사법 판단을 기대한다”며 기자회견을 마쳤다.

이세희 기자 sayle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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