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의 경제 포커스] 중국의 밀어내기 저가 수출, 대응 절실하다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연재기획

오정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4-28 00:02:59

중국 경제는 코로나19 이후 엄청난 구조 변화를 겪고 있는 중이다. 개혁·개방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1991~2011년 연평균 10.4% 고성장을 지속해 오던 중국은 2012~21년 연평균 6.7%의 중성장기를 거쳐 2025년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에 따르면 2022~25년 연평균 4.4%의 저성장기에 진입했다.

2012~21년 중성장기 기간 중 연평균 수출 증가율은 5.3%였으나 2022~25년 저성장 기간 중 연평균 수출 증가율은 3.0%로 주저앉고 있다. 생산연령인구도 감소하는 등 ‘피크차이나’론도 등장하고 있다.

중국 경제는 고·중성장기 기간 중의 엄청난 설비 투자와 부동산 투자의 부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금 중국 정책 당국의 중요한 과제는 성장률 5%, 수출 증가율 3% 달성이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이 중국의 대미 수출품에 대해 14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해 중국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남아도는 수출 물량을 한·중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어 있는 한국으로 저가로 밀어내기를 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한국은 중국과 1992년에 수교한 후 2014년에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다. 수교 이후 1993년에 122억 달러에 불과하던 무역 흑자가 자유무역협정 체결 직전인 2013년에는 628억 달러로 크게 증가한 바 있다. 그러나 2013년 정점을 찍은 이후 2014년부터 대중 무역수지 흑자가 줄어들기 시작해 드디어 2023년 180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고 2024년에도 68억 달러의 적자를 지속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어째서 2014년 자유무역협정 체결 후 무역수지 흑자가 감소세로 돌아섰느냐 하는 것이다.

당시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다소 급하게 체결된 한·중자유무역협정이 크게 잘못되었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우선 협정 대상에서 자동차·반도체·디스플레이·고기술 철강·고기술 화학제품·고기술 선박·고기술 기계류·고급 의류·화장품·금융산업 등 한국이 기술 우위에 있는 품목은 대부분 제외됐다는 것이다.

중국은 협상 품목에서 제외된 자동차에 22.5~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등 완성품 수입차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다. 그러자 중국 현지 생산을 유도해 기술 개발(이전)을 실현하고자 하는 중국의 이와 같은 전략에 한국의 자동차 제조사들은 백기를 들고 말았다. 이렇게 해서 결국 한국은 기술 우위 품목의 중국 시장 점유를 확대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 것이다.

중국은 고기술 제품들을 철저히 보호하면서 2010년대 중반부터 추진된 ‘중국 제조2025’ 등의 정책을 통해 기술 개발에 힘쓰는 한편 중국에 진출한 해외 기업들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아 웬만한 중간재는 자체 생산하게 되었다. 이로써 중간재를 중심으로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이 감소하게 된 것이다.

한·중자유무역협정의 두 번째 문제점은 중국에 비해 기술은 우위에 있지 않으면서 당시 약 6배 정도 임금 수준이 높아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일반 범용(汎用) 제품은 대부분 자유무역 대상에 포함되어 중국 제품의 한국 시장 점령 기회만 제공한 꼴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국내 시장에서 태양광 패널을 비롯해 로봇·드론·전기차에 이르는 범용 제품들은 중국산 천지가 되었다.

또한 자유무역협정 체결 이후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크게 증가했다. 2013년에 831억 달러였던 중국산 수입액이 2022년에는 1546억 달러로 크게 증가했다. 2023년엔 1429억 달러, 2024년에도 1399억 달러로 중국산 수입액이 일정 수준의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2013년 1459억 달러였던 대중국 수출은 2022년 1558억 달러로 상대적으로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다가 2023년 1248억 달러, 2024년에는 1330억 달러로 줄어들었다.

특히 이 가운데 반도체를 제외한 대중국 수출은 2013년 1238억 달러를 정점으로 하락세를 지속해 2022년에는 1024억 달러로 내려앉았다. 반면 반도체 수출은 2013년 220억 달러에서 2022년 534억 달러로 두 배 정도 증가했다. 한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은 기술 수준이 한국보다 낮은 중국이 반도체 굴기정책을 추진하면서 2018~22년 500억 달러 내외의 수준을 유지해 왔다.

중국의 경기 부진과 밀어내기식 수출의 여파로 한국 기업들의 가동률이 하락하고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산업공단의 가동률은 코로나19 이후 최저 수준인 69%까지 하락하고 있다. 중국 상품의 글로벌 공급 과잉으로 수익성에 큰 영향을 받는 업종은 철강·석유화학·디스플레이 등 전통 제조업은 물론 반도체·전기차·배터리·태양광 등 첨단산업에까지 이르고 있다. 또한 전자제품 등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은 다른 나라 경제를 희생시키면서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는 이른바 ‘근린궁핍화정책’을 펴는 등 통상 패러다임의 대전환기를 맞고 있는데, 우리 정부의 대응은 잘 보이지 않고 있는 점이 문제다. 세계무역기구(WTO)가 보장하고 있는 ‘세이프가드’ 조치나 반덤핑 조치 발동 등 대책이 시급하다.

오정근 필진페이지 +

후원하기

정기 후원
일반 후원
무통장입금: 하나은행 158-910019-39504 스카이데일리
스카이데일리는 온라인 판 스카이데일리닷컴과 32면 대판으로
매일 발행되는 일간종합신문 스카이데일리(조간)를 통해 독자 여러분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후원자 분들께는 지면광고를 하고자 하실 경우
특별 할인가격이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