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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억 원대 권리금 거래가 이루어진 서울 한 약국의 양도 계약에서 양도인과 양수인이 ‘세금 신고를 하지 않는다’는 특약 사항을 명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형사 처벌과 양도소득세가 함께 부과된 판례가 나왔다. 양측은 신고 시 발생하는 세금을 신고자 본인이 전액 부담한다는 내용까지 계약서에 포함시켰지만 법원은 해당 특약을 조세 포탈을 위한 합의로 보고 실형까지 선고했다.
아직까지도 권리금은 ‘신고하지 않는 것’이 관행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관행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국세청은 권리금 관련 미신고 거래에 대해 강하게 단속하고 있으며, 실제로 양도인과 양수인 모두가 세무조사 대상이 되는 사례도 반복해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사업자 입장에서는 겁낼 것이 없다. 우리나라 세법 체계상 오히려 양도자와 양수자가 적극적으로 권리금을 신고하는 것이 절세 측면에서 유리해 서로 윈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리금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되며 세법상 60%의 필요 경비를 자동으로 인정받는다. 예를 들어 양도인이 1억 원의 권리금을 수령했다면 실제 과세되는 대상인 기타소득 금액은 4000만 원에 불과하다. 반면, 양수인은 권리금 100%를 사업상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이러한 소득과 경비 인정의 차이로 결국 최종적으로 40%만큼은 유리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권리금 신고를 함으로써 과세와 절세가 한 명에 귀속되어 서로의 입장은 달라지겠지만 그 간극은 권리금 금액을 조절하면 양쪽 모두에게 유리한 선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권리금에 대한 과세는 종합소득세뿐 아니라 다른 세금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사업 전체를 일괄적으로 넘기는 포괄양수도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졌다면 부가가치세는 면제되고 세금계산서 또한 발행하지 않아도 된다. 국세청 역시 한쪽에서 부가가치세를 징수한 뒤 다른 쪽에 다시 환급해 줘야 하는 행정적 비효율을 피하고자 이 방식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본인 명의 건물에서 사업하는 경우 사업자가 건물을 계속 보유한 채 영업권, 즉 권리금만을 양도하는 경우는 얘기가 달라진다. 이때는 사업의 포괄양수도가 아니라 개별 자산의 거래로 보기 때문에 권리금은 물론, 비품이나 재고자산까지 모두 각각 부가가치세 과세 대상이 된다. 세금계산서를 발행해야 함도 물론이다.
더 나아가 건물과 영업권을 함께 넘기는 경우에는 권리금이 기타소득으로 과세되는 게 아니라 영업권의 형태로 건물 가액에 포함돼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이 경우 양수인은 권리금을 비용으로 처리할 수 없으며 권리금은 인수한 건물의 취득가액에 더해지는 효과를 가져온다. 나중에 건물을 양도할 때 높아진 건물 취득가액으로 경비 처리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동일한 권리금이라 하더라도 계약 구조와 거래 방식에 따라 과세 방식이 전혀 다르게 적용된다.
권리금은 유형 자산은 아니지만 세법상 명확하게 과세 구조가 정해져 있는 항목이다. 법을 회피하려는 시도는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탈세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아지고 있고, 거래 내역도 얼마든지 추적이 가능하다.
권리금 거래를 앞두고 있다면 회피보다는 설계에 집중해야 한다. 신고하지 않아 생기는 불이익은 ‘언젠가 들통날 문제’가 아니라 ‘언제든 추징 가능한 비용’이다. 세금은 피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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