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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차세대 국가성장 전략으로 ‘저공경제(Low Altitude Economy)’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저공경제는 해발 1000m 이하의 공역을 활용한 신산업으로 드론·전기수직이착륙기(eVTOL)·도심항공교통(UAM)·응급 물류·항공 관광 등 광범위한 영역을 포괄한다. 특히 광둥성의 심천·광저우와 특별행정구인 홍콩·마카오를 아우르는 초광역 경제권 ‘대만구(Greater Bay Area·GBA)’는 중국 저공경제의 핵심 거점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먼저, 주하이는 저공 비행 산업의 실제 이착륙 기반지로 주목받는다. 매년 열리는 중국 국제항공우주박람회를 통해 항공 기술과 인프라가 축적된 주하이는, 최근 eVTOL 시험비행장을 조성하고 항공 부품 및 기체 제조 단지를 확대하는 등 ‘중·저고도 항공기술의 실증 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전용 활주로와 통합관제시스템이 단계적으로 구축되며, 주하이는 장차 eVTOL 비즈니스 공항까지 계획하는 등 GBA 항공산업 중심축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홍콩은 국제적인 금융·물류 인프라를 기반으로 저공경제의 MICE(복합전시산업·Meeting(회의), Incentives(포상관광), Convention(컨벤션), Events&Exhibition(이벤트와 전시) 및 마케팅 플랫폼 역할을 맡고 있다. 글로벌 항공 모빌리티 전시회, 벤처투자 포럼, eVTOL 상업화 콘퍼런스 등을 통해 GBA 기술의 세계화를 도모하고 있으며, 홍콩국제공항을 중심으로 드론 물류 노선 시범운행에도 착수했다. 이처럼 홍콩은 산업기술을 외부 투자 및 시장과 연결하는 ‘게이트웨이’로서 기능하며 저공경제의 브랜드화를 주도하고 있다.
심천은 세계 최대의 드론 기업 DJI가 본사를 둔 도시답게 무인기 및 도심항공교통(UAM) 기술의 중심지다. 인공지능(AI) 기반 비행 제어, 군집 드론, 응급의료용 UAM 실증 등 40여 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며, 항공교통관리체계(U-Space)도 본격 도입되고 있다. 여기에 심천은 중국 전기자동차(NEV) 산업의 선도 도시로, BYD 등 주요 전기차 기업이 본사를 두고 있다. BYD는 2024년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전기차 판매 1위를 달성했고, 심천은 중국 최초로 시내버스 및 택시 전량을 전기차로 전환한 도시이기도 하다. ‘하늘의 전기차’와 ‘도로의 전기차’가 함께 성장하는 구조는 저공경제와 NEV의 통합 생태계를 완성하고 있다.
광저우는 저공경제 관련 기술의 실증을 바탕으로 대규모 생산을 담당하는 제조 기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복합재 항공기체, 배터리 모듈, 모터 부품 등 고부가가치 부품 생산 라인을 갖추고 있으며 심천에서 개발된 기술의 상용화·양산화를 책임진다. 또한 지역 내 대학과 연구기관이 협업하는 전문 인력양성 체계도 함께 추진되어 지속 가능한 산업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도시 간 분업과 연결을 통해 GBA는 저공경제 기술의 실증-투자-제조-상업화를 하나의 벨트로 연결하고 있으며, 이는 중국이 ‘공역 해방’과 ‘도심 모빌리티 혁신’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기반이 되고 있다.
특히 매년 심천에서 열리는 국제무인기대회(UAV World Congress)는 GBA 저공경제 전략의 상징적인 이벤트다. 2025년 행사에는 전 세계 100여 개국에서 1만여 명의 전문가가 참가했고 eVTOL·자율비행·스마트 항공물류·드론 레이싱·군집 드론 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이 대회는 중국 무인기 기술의 글로벌 위상을 알리는 동시에 표준화 실증을 통한 산업 제도 정비에도 기여하고 있다.
한국 역시 UAM과 전기차 산업 육성을 국가 전략으로 삼고 있지만 수도권 중심의 일극 체계로는 공역 확보, 제조 기반, 실증 인프라를 동시에 확보하기 어렵다. 중국 GBA처럼 지역 간 기능을 분산하고 특화 도시 간 연계 전략을 수립하는 다핵형 산업 구조가 절실하다. 예를 들어 제주나 서남 해안은 공역 실증 중심지로, 수도권은 마케팅·국제포럼 유치지로 충청·경남권은 생산 및 정비 클러스터로 특화할 수 있다.
중국의 저공경제 전략은 기술혁신과 지역 개발, 산업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하는 모범 사례가 되고 있다. 한국도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공간 기반 산업’으로의 정책 전환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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