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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독창적인 감각을 믿는다. 나는 형식보다 직관을 통해 회화라는 매체가 지닌 자유를 관철해 왔다”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캐서린 번하드: Some of All My Work’ 전시에 앞서 작가의 예술세계를 탐색하는 기자간담회가 5일 오후에 있었다.
번하드는 강렬하고 자유분방한 시각언어로 동시대 미술계에서 독보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작가로 이번 전시는 그의 예술 세계를 집약적으로 조망하는 세계 최초, 최대 규모의 회고전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2000년대 초반, 번하드가 뉴욕 미술계에 처음 데뷔하며 화제를 모았던 초기의 슈퍼모델 시리즈부터 한국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대형 신작들까지 총 140여 점의 회화와 조각을 선보인다.
번하드는 ‘핑크팬더’ ‘E.T’ ‘피카츄’ ‘심슨’ ‘도리토스’ ‘나이키’ ‘크록스’ 등 대중문화 속 상징들을 과감한 색채와 즉흥적인 붓질로 재구성해 왔다. 특히 E.T는 번하드 최초의 집착 캐릭터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작가의 손을 거쳐 새로운 회화적 맥락으로 다시 태어난 대중문화의 아이콘들은 관객과 동시대적 감각으로 공명할 뿐 아니라 남녀노소에 관계 없이 유쾌함과 긴장감을 선사한다.
줄곧 아크릴물감으로 작업해 온 그는 최근 들어 물감에 물을 많이 섞고 있다.
“물을 많이 섞다 보니 그림이 다소 지저분하게도 보이기도 한다. 나는 커다란 캔버스를 바닥에 눕혀 놓고 작업하는데 이때 물의 자연스러운 이동이 만들어 내는 움직임이 좋다. 그 예기치 않음과 자유로움을 관찰하는 게 흥미롭게 느껴진다.”
또 그는 핑크·초록 등 화려한 색을 사용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요즘 사람들은 색을 사용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옷도 검정이나 하양 위주로 입는다. 색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그래서 더 다양한 색을 사용하고 싶었다. 나는 색을 사랑하는 작가다.”
좋아하는 화가들을 묻는 질문에도 그는 모네, 프리다 칼로, 크리스 마틴처럼 색을 과감하게 사용하는 화가들을 호출했다.
또 그는 루이스 바라간(Luis Barragán) 같은 색채를 적극 활용하는 건축가들로부터도 많은 영감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반대로 그를 사랑하는 아트 피플은 셀 수 없을 정도다. 모스키노·아디다스의 디자이너 제리미 스캇, 매거진 ‘뉴욕’의 수석 미술평론가 제리 샬츠가 대표적인 예.
재밌는 것은 번하드가 한국을 ‘달항아리의 나라’로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한국의 고궁에서 오색단청을 눈으로 확인하고 돌아간다면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바뀔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세션에는 그림뿐 아니라 미국 미주리 세인트루이스 작업실을 그대로 옮겨온 듯 다양한 소품을 배치했다. 다채로운 색깔의 물감이 들어있는 물감통부터 피카추 카드, 치토스 과자, 컬러 휴지 등 100평 공간이 알록달록함으로 가득하다.
초록색 타일로 마감된 샤워실까지 관람객은 그녀의 작업 환경을 직접 마주하고, 작품의 영감이 된 다양한 사물들과 색채·구조를 통해 작가의 창의적 세계와 삶을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정해진 조형 방식이나 주제에 구애받지 않는 번하드의 작업은 개인적인 경험과 시대적 감각이 자유롭게 뒤섞이는 실험의 장이다. 무엇이든 그릴 수 있는 자유, 그리고 회화라는 매체에 대한 믿음은 캐서린 번하드를 현대미술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역동적인 작가로 만들었다.
무엇을 어떻게 표현하고 그릴 것인가에 대한 그녀의 끊임없는 고민과 도전적인 태도는 회화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며 현대미술의 경계를 넓히고 있다. 전시는 6일부터 9월28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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