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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이 정부 출범 후 첫 한미 정상회담이 더욱 절실해진 가운데, 이번 나토 정상회의 불참은 한국 외교에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정은 국내외 복합적 상황을 반영한 것이지만, 방산 수출과 에너지 협력 등 실용외교의 중요한 기회를 놓친 점에서 국익 손실 우려가 크다. 특히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을 비롯한 유럽과의 방산·안보 협력 강화 기회를 상실하며, 한미 관계와 자유주의 국제질서 내 한국의 위상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22일 “대통령 참석을 적극 검토했으나, 국내 현안과 중동 정세 등 불확실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고 밝혔다. 이로써 이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대신 참석한다.
대통령실은 “대리 참석을 통한 외교 공백 최소화에 노력할 것”이라 밝혔지만, 이번 불참 결정은 한미 정상회담 성사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미 간 직접 소통이 늦어지면서 북핵 대응, 방산 협력 등 핵심 현안의 진전이 지연될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진 점이 불참 배경으로 꼽힌다. 최근 미국이 B-2 전략폭격기를 동원해 이란 핵시설을 공격하고, 이란이 중동 내 미군 기지에 대한 보복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중동 정세가 급변했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72%를 중동에 의존하는 만큼 미국과 무조건 같은 입장을 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나토 회의에서 동맹국들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를 5%까지 증액할 것을 요구할 예정인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현재 한국의 국방비는 GDP 대비 약 2.3% 수준이다. 이와 함께 일본의 이시바 시게루 총리도 중동 정세를 이유로 불참을 결정했다.
하지만 나토 정상회의 불참이 문제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 군 소식통은 24일 “나토 정상회의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자유 민주 진영’ 정상들이 모여 국제 질서를 수호하는 중요한 무대로 자리 잡았다”며 “윤석열 정부부터 3년 연속 참여해온 한국이 불참하는 것은 국제사회에 부정적인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익명을 요청한 외교 전문가는 “한미 정상회담은 양국 간 신뢰와 전략적 협력의 가장 중요한 소통 창구”라며 “지속해서 지연될 경우 북핵 대응, 방산 협력, 경제·기술 분야 등 다방면에서 긴밀한 조율이 늦어져 외교적 공백과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지금처럼 북한 도발이 잦고 국제 정세가 급변하는 시기에는 정상 간 직접 대화가 매우 중요한데, 회담 지연은 동맹 간 신뢰 훼손 우려로 이어져 대외 이미지에 타격이 매우 클 것”이라고 알려왔다.
3년 연속 참석해온 나토 정상회의 불참
국제사회 부정적 신호 우려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 등 방산 협력 기회 놓쳐
한국 방산산업 타격 가능성
정치권에서도 이번 불참 결정 배경에 정부 및 여당 내 ‘자주파’ 세력의 영향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소식통은 “중·러 관계를 고려해 나토 참석을 신중히 하라는 조언이 있었을 것”이라며 “만약 사실이라면, 한미 동맹과 외교 협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 취임 직후 백악관이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우려한다”는 이례적 입장을 낸 만큼, 한국 정부는 미국의 우려를 해소하고 신뢰를 유지하는 데 더욱 신경 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불참으로 인해 방산 수출과 실용외교 기회의 상실도 우려되고 있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31개 회원국 정상과 옵서버국 대표들이 참석해 글로벌 안보 환경 변화와 동맹 강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첫날인 24일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대응과 국방비 증액, 사이버·우주 안보 등 새로운 위협에 관한 공동 전략이 집중적으로 다뤄진다.
25일에는 기후 변화와 안보의 연계, 군 현대화 및 첨단기술 활용, 동맹 간 상호운용성 강화 방안 등이 주요 의제로 논의된다. 정상들은 다자간 양자 정상회담을 통해 협력 확대와 외교 네트워크 구축에도 힘쓸 예정이다.
특히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이 큰 관심사다. 캐나다는 나토 회원국으로, 잠수함 수주전은 단순한 무기 거래를 넘어 전략적 동맹 강화와 기술 협력 상징의 의미를 가진다. 독일과 경쟁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이 직접 정상회의에 참석해 유럽 정상들과 방산 협력 의지를 직접 밝히고 첨단 잠수함 기술을 소개했다면 한국 방산산업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었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은 한국 방산의 전략적 성장 동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독일이 유럽 내 주요 국가로서 캐나다와 긴밀한 안보 협력을 유지하고 있어, 한국이 정상회의에서 협력 의지를 표명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손실”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폴란드, 체코 등 동유럽 국가들은 러시아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산 무기와 원전 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대통령이 정상회의에 직접 참석했다면 경제·안보 협력 강화는 물론,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도 한층 높일 수 있었던 기회였다는 평가다.
한편, 나토 회의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독일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 영국 키르 스타머 총리 등이 참석한다.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공식 만찬에만 참석한다. 일본의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호주의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는 중동 정세와 기타 사유로 불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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